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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冷麵이다" 김치말이국수·소바콩국수·건진국시…

산야초 2016. 6. 26. 18:11

"나도 冷麵이다" 김치말이국수·소바콩국수·건진국시…

차가운 국물에 면을 말아먹는 냉면(冷麵)은 한국을 제외하고는 찾기 힘들다. 국물을 유난히 즐기는 한국인 입맛에서 비롯된 독특한 음식문화다.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이 대표적 냉면이다.하지만 냉면이란 말이 평양냉면이나 함흥냉면에만 한정된 건 아니다. '차갑게 만든 면'은 다 냉면이랄 수 있다.
차가운 국물을 즐기는 문화가 한국인의 DNA에 깊게 뿌리박힌 덕에 냉면은 다양한 형태로 분화 발전하고 있다.

  • 취재=박정배 음식칼럼니스트·'음식강산' 저자
  • 편집=뉴스큐레이션팀  

입력 : 2016.06.26 07:00

냉메밀칼국수, 김치말이국수


서울 성북동 이북음식점 하단에는 '냉메밀칼국수'란 게 있다. 메밀과 밀가루를 섞은 반죽을 얇게 밀어 칼국수처럼 자른 면을 동치미와 소고기 양지 육수를 섞은 차가운 국물에 말고 백김치와 동치미무 따위를 꾸미로 올린 별미다. 냉메밀칼국수는 문헌에 기록되지 않은 면요리이다. 평안도가 고향인 여주인은 "어릴 때 먹던 기억을 되살려 개발했다"고 한다. 조선시대 대부분의 면은 메밀로 만들었고, 국수틀에 눌러 뽑거나 칼로 잘라서 만들었으니, 과거에도 먹었을 개연성은 있다.

메밀국수, 검정색만 있는 것은 아니다
쨍한 국물이 맛있는 여름 국수
서울 성북동 ‘하단’의 냉메밀칼국수. 메밀과 밀가루를 섞어 만든 반죽을 칼국수처럼 얌전하게 썰고 소고기 양지 육수와 동치미를 섞은 살얼음 낀 국물을 부어 낸다. 시원하고 개운한 것이 무더위를 식히기에 제격이다.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김치국물에 국수를 말아먹는 김치국수는 김치냉면이라고도 불렀다. 나박김치국물에 소고기 장국을 섞고 무나 김치와 국수를 넣고 실백, 편육 설탕, 간장, 초, 얼음, 겨자, 고춧가루를 얹은 달콤 매콤한 맛이 강한 지금의 열무말이국수와 비슷했다. 김치말이국수는 김치냉면의 일종이랄 수 있다. 평안도분들은 겨울이면 동치미로 냉면을, 김치국물로 김치말이국수나 김치말이밥을 만들어 먹었다. 이북만두(김치말이국수) (02)776-7361, 하단(냉메밀칼국수)(02)764-5744

냉면 아닌 냉면(冷麵) 넌 대체 누구냐


밀면

피난민의 손에 만들어진 음식, 밀면
개금밀면 /박정배

밀면은 함경도식 냉면인 농마국수가 부산의 소면 문화와 결합해서 탄생했다. 부산으로 피란 온 함경도 출신 실향민이 1950년대 말 밀가루와 고구마전분을 7대 3 비율로 섞어서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질긴 함경도식 냉면을 먹기 힘들어하는 현지인들을 위해 밀가루를 섞은 부드러운 면발이 현지에 정착하며 대중화됐다. 처음에는 밀면이라는 말보다 '경상도냉면', '부산냉면'이 더 많이 사용되었다. 1960년대 말에서 70년대 초반 100% 밀가루 면과 한약재를 넣은 국물이 등장하며 함경도식 냉면의 영향을 벗어났고, 밀면이란 이름이 일반화된다. 이어 분식장려운동과 손으로 만든 반죽을 기계에 넣어 뽑은 '기계밀면'이 등장하면서 밀면은 부산을 대표하는 국수로 자리 잡는다. 개금밀면 (051)892-3466, 국제밀면 (051)501-5507


건진국시, 맹물국수

양반이 많다는 안동에 국수가 유명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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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식 칼국수는 밀가루와 콩가루를 2대1~3대1로 섞은 반죽을 홍두깨로 얇게 밀어서 1인분씩 나눠 두었다가 여분의 밀가루를 털어낸 다음 육수에 삶아낸다. /이경민 기자

한반도에서 면문화가 만개한 곳으로 안동이 빠질 수 없다. 안동은 조선시대부터 밀 산지였다. 제사가 많은 안동에서는 손님을 치를 때 국수를 삶아놓았다가 여름이면 찬물에 헹군 뒤 내놓는 건진국시(건진국수)를 즐겨 먹었다. 특히 안동댐이 생기기 전, 강에서 잡힌 은어를 달여 만든 육수를 써서 만든 '은어건진국시'는 은은한 수박향이 일품이었다고 한다. 요즘은 주로 멸치 국물로 육수를 낸다. 건진국수와 비슷한 국수로 맹물국수가 있다. 북한에서는 '소뼈, 힘줄, 허파, 기레, 콩팥, 처녑 등을 곤 뒤 거품과 찌꺼기를 건져내고 소금과 간장으로 간을 맞추고 식힌 육수'를 맹물이라고 부르지만 성철스님이나 법정스님 같은 분들은 맹물에 국수를 말거나 시냇물에 삶은 국수를 씻어서 먹는 것을 맹물 국수라고 불렀다. 안동국시 (02)548-5871

소바콩국수

전주 금암소바. /박정배

전주를 중심으로 한 전라북도 일부에는 일본식 메밀국수인 소바면을 콩국에 말아먹는 소바콩국수가 있다. 일본 소바가 한국 국물 문화와 만나 만들어진 음식이다. 1950년대 중반 전주 남부시장에서 소바면을 다시마를 우린 일본식 국물에 간장이나 쯔유(일본 소바를 찍어 먹는 소스)를 타먹거나, 멸치 육수에 간장과 설탕으로 맛을 낸 국물에 말아먹었다. 이것이 콩물에 콩가루나 땅콩가루를 넣고 설탕을 많이 넣어 단맛이 강한 콩국에 소바를 말아넣은 소바콩국수로 발전했다. 소바콩국수에 들어가는 소바면은 메밀 겉껍질을 포함해 검은색이 도는 게 특징이다. 금암소바 (063)278-0945, 전주소바가 (063)236-2225

▷진정한 여름 별미는 냉면보다 콩국수다


중국냉면

중국엔 없는 '중국냉면'…넌 어느 별에서 왔니?
중국냉면 /조선DB

중국에는 찬 국물에 국수를 말아먹는 문화가 없다. 여름에는 면을 시원하게 비벼 먹는 량몐(凉麵)이나 간반몐(乾拌麵)을 주로 먹었다. 간반몐은 주로 시금치로 색을 낸 비취면에 소금과 간장으로 간을 하고 땅콩소스와 겨자로 고소하고 새큼한 맛을 낸 일종의 비빔면. 여기에 한국식으로 차가운 국물을 넣어 탄생한 것이 바로 중국냉면이다. 중국냉면은 중국에서 찾기 힘든 한국식 중식이다. 1947년 6월 22일 자 제주신보에 '중화요리식 냉면'으로 처음 등장하고 1960년대에는 '중국 냉면으로 저녁을 먹었다'(1962년 9월 25일 자 동아일보)라는 기사가 나올 정도로 자리 잡았다고 추정된다. 1980년대 호텔 중식당들이 중국 냉면을 팔면서 본격적으로 알려졌다. 백리향 (02)336-7227, 실크로드 (02)2066-6100

비빔국수, 쫄면

가볍지만 입맛 당기는 매콤한 '비빔국수'
쫄면은 실수가 아니라 노력으로 만들었다
영일분식' 칼비빔 /김성윤 기자

국물은 없지만 차갑게 즐기는 면요리로 비빔국수와 쫄면이 빠질 수 없다. 소면을 삶아 차가운 물에 씻고 매콤 새콤 달콤한 양념에 비벼 먹는 비빔국수는 1960년대 여름철 별미로 자리 잡았다. 비빔국수에 관한 기록은 19세기가 돼서야 '동국세시기' '시의전서' 등에 처음 등장한다. 당시 비빔국수는 메밀면에 갖은 채소·배·밤·소고기·돼지고기 썬 것과 간장·기름을 섞었다. 요즘 즐겨 먹는 소면을 이용한 비빔국수는 1960년대 분식장려운동과 함께 등장했다고 추정된다. 여름이면 국수에 열무김치를 얹기도 한다. 질기달 정도로 쫄깃한 면발을 매콤하고 달콤한 양념에 차게 비벼 먹는 쫄면은 분식장려운동의 열풍 속에서 우연히 탄생했다. 1970년대 초 값비싼 메밀보다 밀가루로 만든 국수를 사용한 밀가루냉면이 유행했는데, 그 사연은 이렇다. 인천 인현동 축현고등학교 주변의 한 가게에서 실수로 냉면보다 굵은 면발이 뽑혀져 나왔다. 이를 버리기 아까웠던 주인이 먹어보니 맛이 괜찮았다. 이 굵고 쫄깃한 면발에 새콤달콤한 양념과 오이·양배추·콩나물 따위 아삭한 채소를 얹은 국수요리를 축현고등학교 주변 분식점들이 비빔냉면 형태로 팔았고, 학생들에게 커다란 인기를 얻으면서 전국적인 대중분식으로 성장했다. 영일분식(칼비빔) (02)2636-9817, 신포우리만두(쫄면) (032)772-4958(인천 본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