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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한 국물에 건더기 가득, 가성비 만점의 한우설렁탕

산야초 2016. 7. 14. 23:45

진한 국물에 건더기 가득, 가성비 만점의 한우설렁탕

    입력 : 2016.07.13 08:00

    [방방곡곡 서민식당 발굴기]
    경기도 성남시 <홍박사 생고기>

    주연보다 조연인 설렁탕이 더 떠오르는 한우구이집

    얼마 전 지인에게 추천받은 경기 분당 야탑동의 한우 전문점이 있다. ‘왜 이런 곳을 여태 몰랐을까’ 싶을 정도로 고기의 질이나 가성비가 모두 좋은 곳이다. 등심보다는 씹는 식감이 우월한 갈빗살을 먹었는데 인당 3만 원 정도면 넉넉하게 먹을 정도로 가성비가 좋은 식당이다. 그래서 최근 보름 사이에 두 번이나 방문해서 갈빗살을 먹었는데 후식으로 먹은 한우설렁탕이 뇌리에 더 남았다.

    지난주 분당 버스터미널 쪽에 일보러 가다가 갑자기 그 설렁탕 생각이 났다. 전화를 걸어서 영업시간을 물었더니 오전 11시부터 영업을 한다고 했다. 차의 핸들을 돌려 그 식당으로 달려갔다. 동행했던 사람은 30대 남자로 요리사 출신이다. 외식관련 대기업에서 레시피 개발 등의 업무를 하다가 사직하고 다시 취업을 준비하는 덩치가 산만한 젊은이다. 나이는 젊지만 음식 맛에 대해서 나름 일가견이 있다.

    우리가 도착한 시각은 11시 30분이어서 손님은 많지 않았다. 대낮부터 한우 고기를 구워 먹는 손님도 있었고, 인근 직장인들은 설렁탕을 주문해서 먹고 있었다. 한 구석에서는 식당 종업원이 마늘을 까고, 또 한구석에서는 이 식당주인의 가족으로 추정되는 노인 분들이 점심을 들고 있었다.

    중산층 밀집 거주지역인 분당에서 아날로그 느낌이 물씬 나는 재래식 식당이다. 식당 상호는 <홍박사 생고기>다. 숯불로 구워 먹는 한우구이 전문점으로 식사 메뉴는 한우설렁탕 딱 한 가지다.

    설렁탕
    설렁탕 2인분을 주문했다. 뚝배기를 뜨겁게 끓인 상태로 설렁탕이 나온다. 한우설렁탕이다. 한우설렁탕이 8000원이면 일단 저렴한 가격이다. 한우 가격은 지금도 계속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반찬은 깍두기와 무채 등을 제공한다. 이 식당은 특이하게 탕반을 먹어도 쌈채소를 제공한다. 인근 직장인들이 설렁탕을 먹으면서 상추 등 쌈채소에 설렁탕 고기 등을 넣어 먹는다. 반갑게도 작년 겨울에 담근 김장김치도 제공한다는 점이다. 설렁탕 국물은 매우 뜨겁다. 더운 날 설렁탕을 먹으니 이열치열 격이다.

    설렁탕 국물은 진하지만 담백한 맛이 난다. 화학조미료 맛이 없어서 좋다. 소금을 약간 넣고 후춧가루를 뿌려서 국물을 먹었다. 국물 맛이 설렁탕 전문점 못지않다. 아니 더 나은 국물이었다. 여름에 먹는 진한 설렁탕 국물은 마치 보양식을 먹는 기분이다. 설렁탕 국물을 페트병에 담아서 팔기도 하는 모양이다. 아직도 설렁탕 국물을 좋아하는 중장년층 소비자가 많다.

    그릇에 숟가락을 넣어서 고기를 건졌더니 양이 상당히 많았다. 기분이 좋다. 우리는 소싯적에 구이보다는 이렇게 국에 들어간 수육형 고기를 즐겨 먹었다.

    김치
    이 식당은 한우를 한 마리 통째로 들여와 작업하기 때문에 구이용 고기를 빼놓고, 소위 말하는 기레빠시(잔여육)를 사용해서 설렁탕을 만들 것이다. 구이 장사가 잘 되면 잔여육도 여유가 생기는데 그 잔여육을 설렁탕에 잔뜩 넣은 것이다. 국물도 맛있고 설렁탕 고기도 푸짐해 진짜 마음에 드는 설렁탕이었다.

    국물과 건더기를 약간 먹고 밥을 말았다. 탕반은 밥을 말아서 먹어야 제 맛을 느끼는 법이다. 쌀밥에 뽀얀 설렁탕 국물은 중년의 입맛에 그만이다. 1924년 발표한 현진건의 소설 ‘운수 좋은 날’에서도 이 설렁탕이 언급됐다. 그만큼 설렁탕은 족보가 있는 음식이다. 아울러 서울 지역에서 특히 많이 먹었던 음식이기도 하다. 서울 출신인 필자는 어렸을 때부터 설렁탕 같은 뼈 국물을 부단히도 많이 먹었다.

    이런 설렁탕 널리 알려질까 살짝 걱정도

    설렁탕은 소뼈 국물에 소금과 파를 넣고 매일 먹다시피 해도 안 질리는 음식이다. 그렇지만 요즘에는 ‘어쩌다 먹는’ 음식으로 전락했다.

    21세기 들어서 설렁탕은 순댓국, 돼지국밥에 완전히 밀리는 형국이다. 필자가 일하는 사무실 인근에도 순댓국 전문점은 많이 보여도 설렁탕을 취급하는 식당은 잘 눈에 안 띈다. 그러다 보니 가끔 국밥을 사먹어도 거의 순댓국이다. 가끔 설렁탕을 사먹는 경우가 있지만 수입산 뼈와 수입산 고기를 사용하는 설렁탕 전문점이 주종을 이룬다. 유명 브랜드 고깃집에서 한우설렁탕을 판매하고는 있지만 가격이 1만원을 훌쩍 넘고 설렁탕에 들어가는 고기도 병아리 눈물 정도다.

    설렁탕
    반면 <홍박사의 생고기> 설렁탕은 건더기가 아주 풍부하다. 동행한 30대 젊은 친구가 근래에 먹어본 설렁탕 중 으뜸이라고 한다. “일부러 차를 타고 가서 먹고 싶을 정도로 맛있는 설렁탕”이라는 얘기도 덧붙였다. 추론하건데 그 친구가 근래에 먹어본 설렁탕 중 1등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30대인 그가 설렁탕을 먹어본 전력이 아마 그다지 많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그날 업무적으로 식당을 약 5곳 이상 방문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설렁탕이 맛있어도 다 먹지는 말라”고 미리 언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친구는 국물과 건더기를 다 비웠다. 밥은 반 공기 정도만 먹었지만.

    설렁탕을 먹을 때 김장김치의 묵은 맛이 맛을 배가시켜준다. 다만 김치를 담글 때 소금을 다소 적게 넣어서 배추가 무르고 약간 쓴맛이 있다. 그래도 설렁탕에 김장김치는 다 먹고 나서 다시 먹고 싶다는 생각이 뇌리에 아른아른 거린다. 역시 국밥에는 김치가 중요한 법이다. 유명 프랜차이즈 설렁탕집을 그래도 가끔 가는 이유는 그 프랜차이즈의 숙성김치가 늘 맛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아내와 함께 이 식당에서 한우갈빗살을 먹었다. 같은 서울 출신인 아내가 이 설렁탕이 참 마음에 든다는 이야기를 한 것이 생각나서 포장도 하려고 했지만 하루 종일 외근 계획이 있어 포기했다. 그날 저녁 이 집 설렁탕 먹은 것을 아내에게 얘기했더니 “나중에 설렁탕 먹으러 같이 가자”고 한다. 포장구매도 염두에 둔 말이다. 서울 출신인 장모님도 설렁탕을 좋아하신다.

    국물도 고기도 김치도 다 맛있는 설렁탕을 먹고 나기 기분이 상쾌했다. 직원에게 이 설렁탕을 저녁시간에도 먹을 수 있냐고 물었더니 저녁에도 설렁탕 단품 주문이 가능하다고 한다. 퇴근길에 가끔 설렁탕 먹으러 와야겠다.

    사실 이 집 상권 내에 분당에서 아주 유명한 설렁탕 전문점이 있다. 그 설렁탕집도 한가락 하는 곳이다. 그렇지만 수입산 소고기로 설렁탕을 내는 식당이다. 반면 여기는 한우설렁탕이다. 구이 전문점이기 때문에 설렁탕이 훨씬 덜 알려졌다. 전에는 유명 설렁탕집들을 가끔 방문했지만 이제 설렁탕은 무조건 이집이다. 다만 이 집 설렁탕이 많이 알려지면 양과 질이 좀 하락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하면서 이 기사를 쓰고 있다.
    지출 내역(2인 기준) 한우설렁탕 2인분 1만6000원
    <홍박사 생고기>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양현로 447, 031-703-0778

    글·사진 김현수 외식콘셉트 기획자·외식콘텐츠마케팅 연구소 (NAVER 블로그 '식당밥일기')
    외식 관련 문화 사업과 콘텐츠 개발에 다년간 몸담고 있는 월간외식경영 발행인, ‘방방곡곡 서민식당 발굴기’는 저렴하고 인심 넉넉한 서민 음식점을 일상적인 ‘식당밥일기’ 형식으로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