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문동재 천상의 꽃길 걷고 정적의 동강 드라이브
원근씨 코스 좀 짜주세요(7)- 정선 1박2일한국일보 한국일보 입력 2016.06.14 13:46 수정 2016.06.14 15:44
(질문)날씨가 많이 더워졌네요. 그래도 물에 들어가기엔 아직 이른 것 같고요. 결혼기념일을 맞아 아내와 6월 18~19일 강원 정선 여행을 계획 중입니다. 정선은 산이 높아 시원하겠죠. 한적한 곳에서 드라이브나 산책을 하고 싶어요. 동강도 돌아보고 야생화도 보고 싶고요. 숙소는 강원랜드의 호텔을 잡았습니다. 정선에도 맛집이 여럿 있다는데 좋은 맛집도 추천해주세요.
(답변)결혼기념 여행을 강원도 정선으로 정하셨군요. 정선군은 우리나라에서 4번째로 넓은 군입니다. 하지만 인구는 4만이 안됩니다. 그만큼 정선군의 대부분이 산과 골짜기 그리고 강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1,000미터 이상의 산도 10개가 넘게 있으니 대충 감이 오시겠죠.
정선 어디를 가시느냐에 따라 이용하는 고속도로도 다릅니다. 만약 북면(아우라지, 레일바이크, 정선 장)쪽 위주로 여행을 하신다면 영동고속도로 새말나들목으로 나와 42번 국도를 이용하는 것이 제일 좋고, 카지노나 동강, 하이원 위주로 여행을 하실 경우에는 중앙고속도로 제천나들목에 내려서 38번 국도를 이용하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이번 여행은 숙소가 강원랜드라고 하셨으니 제천나들목으로 빠져 나오시는 길을 이용하셔야 할 거 같습니다. 제천나들목에서 영월로 향하십시오. 영월에서는 선돌, 청령포, 장릉 순으로 둘러보시면 좋을 듯싶습니다.
단종의 이야기가 서려 있는 영월의 유명한 음식은 보리밥입니다. 장릉 앞에 있는 장릉보리밥집이 가장 유명합니다. 고소한 참기름에 보리밥 그리고 직접 담근 고추장으로 비벼서 먹는 생각을 하니 벌써 입에 군침이 돌기 시작합니다. 아시다시피 청령포는 단종의 유배지이고, 육지 속의 섬이기 때문에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곳이고, 장릉은 단종릉입니다.?정선을 가기 위해 거쳐가는 지역이 영월이므로 가볍게 둘러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영월을 출발하여 이제는 태백으로 향하겠습니다. 오후에 먼저?들릴 곳은 두문동재입니다. 두문동재는 고지가 1,268m인 고개입니다. 그 곳은 대덕산 야생화 보호지역입니다. 분주령 전체를 다 걸으시려면 사전 허가를 받아야만 입산이 허가 되는 곳입니다. 하지만 자가용을 이용하여 오셨기 때문에 원점 회귀하셔야 하니 따로 예약은 안 하셔도 될 거 같습니다. 두문동재에서 시작해 약 2㎞정도는 허가 없이 다녀 올 수 있습니다. 워낙 지대가 높아 걷는 내내 시원함을 느낄 수가 있고요. 걷는 길이 거의 능선길이라 편하며, 야생화도 많이 있습니다. 그 이상을 가려면 태백시 홈페이지에서 사전예약(http://tour.taebaek.go.kr/site/ko/pages/sub01/sub01_04_01.jsp)을 하셔야 합니다.
왕복 한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 산책을 하시고 태백으로 이동을 하세요. 이번에 갈 곳은 한강 발원지 검룡소입니다. 검룡소는 주차장에서 1.4km 절도 떨어져 있습니다. 가는 길이 깊은 숲과 계곡으로?아까의 그 길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걸으실 수 있습니다.
한강에 대해 잠시 말씀을 드리자면 한강은 이 곳 검룡소에서 처음 시작됩니다. 하루에 3,000톤 이상의 물이 용솟음치고 그 물은 흐르고 흘러 정선의 아우라지에 닿습니다. 검룡소에서 아우라지까지를 골지천이라고 부르며, 골지천은 아우라지에서 평창 쪽에서 흘러 내려오는 송천과 만나 드디어 조양강이 됩니다. 즉 한강의 첫 강이 조양강인 셈입니다.
조양강은 아우라지에서 정선 가수리란 곳까지 흘러갑니다. 가수리에서 동남천과 만나 그 유명한 동강이 되는 것이죠. 동강은 여울이 많아 래프팅으로 유명한데, 동강 주변의 비경은 우리나라 강 중에 최고가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동강은 영월까지 흐르게 됩니다. 영월 하송리에서 서강이 만나 남한강이 생성됩니다. 이 남한강은 영월과 단양, 충주, 여주, 양평을 거쳐 양수리 즉 두물머리까지 흘러내려옵니다. 두물머리에서 남한강은 북한강과 만나 드디어 한강이 됩니다. 한강은 서해바다로 빠져나가게 되죠. 강 이야기 하다 말이 길어졌네요. 죄송합니다. 하여튼 한강의 총 길이가 514.4km인데 그 시작이 바로 검룡소입니다.
검룡소 산책을 하시고 저녁식사는 태백의 실비집에서 드실 것을 추천합니다. 황지교사거리에서 황지연못까지 골목에는 쇠고기가 아주 맛있는 실비집이 여러 군데 있습니다. 첫날 일정은 이렇게 영월과 태백을 관광하시는 것으로 일정을 짜봤습니다.
여행 2일째 오전은 화암팔경을 위주로 여행동선을 짜겠습니다. 숙소에서 나와 영월 방향으로 나가세요. 20분쯤 가시다 민둥산사거리에서 우회전, 421번 지방도를 이용해 정선 동면으로 넘어 가십시오. 민둥산은 가을 억새가 유명하기 때문에 6월인 지금은 그냥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큰 고개를 넘어가는 421번 지방도는 굴곡이 심하고 가파르니 안전운전 해주시길 바랍니다.
화암팔경 중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이 광대곡입니다. 광대곡은 깊은 골짜기 안에 있고 걸어 들어가는데 시간이 조금 걸리므로 대신 몰운대로 향하겠습니다. 몰운대는 주차장(잘되어 있는 주차장이 아닙니다)에 차를 세우고 잠깐 둘러보기만 할 정도입니다. 소금강을 지나서 화암약수를 먼저 들러 약수를 한잔 드신 후 화암동굴로 향하십시오. 화암동굴은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 갈수 있습니다. 금광을 캐는 작업을 하다 발견한 동굴입니다. 화암동굴을 둘러보는 시간은 약 1시간 30분 정도면 충분합니다. 모노레일은 사전 예약이 되지 않으므로 도착하는 대로 표를 구매하여 관람하시면 됩니다.
둘째 날 점심식사는 정선읍내에 있는 동광식당입니다. 콧등치기국수와 정선황기족발이 아주 유명한 집입니다. 제가 먹어본 족발 중 세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맛있었고, 콧등치기 국수는 20대 때는 맛이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30대 때부터는 속이 시원하고 깔끔하여 자주 생각나는 음식이기도 합니다. 콧등치기국수는 정선군의 토속음식으로 굵은 면발을 후루룩 흡입할 때 콧등을 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식사 후 정선재래장터를 잠시 들려도 좋을 듯합니다. 원래는 2·7일장인데 주말에는 항상 열리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장터를 지나 병방치 스카이워크로 가시면 됩니다. 병방치라는 고갯마루 절벽에 유리로 다리를 만들어 조양강을 내려다 보는 전망대입니다. 병방치에서 내려다보면 한반도 모양과 닮은 지형을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서울로 오는 길에는 동강 드라이브를 즐기세요. 내비게이션에 정선초등학교 가수분교장을 검색해 이동하시면 됩니다. 정선읍에서 남면 쪽으로 가야 동강 가까운 도로로 가실 수 있습니다. 전국에서 제가 좋아하는, 몇 안 되는 드라이브 코스입니다. 가장 가까이서 동강 드라이브를 할 수 있는 길입니다. 그 길로 영월, 제천을 거쳐 댁까지 가시면 1박2일을 제대로 즐기시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서두에 말씀 드렸다시피 정선군이 엄청 크기 때문에 이번 여행은 남면과 동면 위주로 코스를 짰습니다. 다음 번에 기회가 되신다면 북면과 임계 쪽으로 한번 보시면 더 좋은 자연풍광을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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