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처럼 쪼개진 바위… 지친 마음 식혀줄 계곡으로 간다
입력 : 2016.07.21 04:00
산촌체험-춘천 물안마을
몸에서 그늘이 빠져나가면 앓는다. 그늘은 물과 바람, 흙과 풀에 서식한다. 그리고 호흡을 통해 옮겨다닌다. 그늘은 반드시 고도(高度)를 필요로 하며, 고도차가 그늘의 묽고 짙음을 결정한다. 누구나 조금씩은 갈병에 시달리고 있다. 너무 밝은 여름, 한낮의 세상에서 살아왔다. 지친 사람이 더 높은 산, 더 깊은 골을 찾는 이유. 산촌으로 간다.
서울에서 2시간 달려 강원도 춘천에 닿는다. '호반의 도시…' 녹색 표지판이 경계를 알린다. 땅의 높이가 달라지며 본격 녹음이 펼쳐진다. 여기서 20분을 더 달린다. 북산(北山)으로 가야 한다. 그곳에 작은 촌락이 하나 숨어있다. 46번 국도를 타다 추곡 터널을 지나 굽잇길을 한참 오른다. 소양강댐에서 더 안쪽, 물 안으로 들어간다. 물안마을. 소양강댐이 생기기 전부터 강 안쪽에 마을이 있어 그리 불렸다. 북산면 부귀리 물안마을에서 차를 멈춘다. 남으로 소양호, 북으로 오봉산·부용산이 날개처럼 감싼 땅이다. 지난달 산림청이 휴가철 가족 여행지로 공식 추천했다.
"여!" 멀리서 동네 이장을 역임한 마을 주민 강석필(59)씨가 반긴다. 산촌 체험은 산촌 사람을 닮는 일. 감자를 캐고 옥수수를 따고 그것을 가마솥에 넣고 쪄먹는다. 이걸로 일단 기본을 해둔다. 강씨가 뒷산에 삼을 캐러 가자 한다. 산양삼(山養蔘)이다. 그늘진 산중에 씨 뿌리고 몇년 푹 묵히면 혼자서 자라나는 것들. 산은 으레 그렇듯이 그렇고 그런 풍경의 와중에 예외적 순간을 풀어놓는다.
서울에서 2시간 달려 강원도 춘천에 닿는다. '호반의 도시…' 녹색 표지판이 경계를 알린다. 땅의 높이가 달라지며 본격 녹음이 펼쳐진다. 여기서 20분을 더 달린다. 북산(北山)으로 가야 한다. 그곳에 작은 촌락이 하나 숨어있다. 46번 국도를 타다 추곡 터널을 지나 굽잇길을 한참 오른다. 소양강댐에서 더 안쪽, 물 안으로 들어간다. 물안마을. 소양강댐이 생기기 전부터 강 안쪽에 마을이 있어 그리 불렸다. 북산면 부귀리 물안마을에서 차를 멈춘다. 남으로 소양호, 북으로 오봉산·부용산이 날개처럼 감싼 땅이다. 지난달 산림청이 휴가철 가족 여행지로 공식 추천했다.
"여!" 멀리서 동네 이장을 역임한 마을 주민 강석필(59)씨가 반긴다. 산촌 체험은 산촌 사람을 닮는 일. 감자를 캐고 옥수수를 따고 그것을 가마솥에 넣고 쪄먹는다. 이걸로 일단 기본을 해둔다. 강씨가 뒷산에 삼을 캐러 가자 한다. 산양삼(山養蔘)이다. 그늘진 산중에 씨 뿌리고 몇년 푹 묵히면 혼자서 자라나는 것들. 산은 으레 그렇듯이 그렇고 그런 풍경의 와중에 예외적 순간을 풀어놓는다.
그저 뒷산으로 불리는 가파른 비탈면을 오른다. 무성한 잣나무 숲이다. 고라니·멧돼지를 쫓기 위한 야영 텐트 너머, 나무 사이사이 동그랗고 빨간 열매를 단 산양삼이 보인다. 심마니처럼 설레기 시작한다. 잎자루 다섯개 달린 10년생을 하나 골라 호미로 살살 땅을 판다. 뇌두부터 가락지, 잔뿌리가 흙에서 빠져나온다. 몸통의 횡취(나이테)가 그늘로 충만하다. 손가락으로 서늘한 기운이 옮겨온다. 함께 온 아이들이 실뿌리 같은 손으로 더덕 따위를 캐며 신기해한다. 침엽수 사이로 바람이 자꾸 불어온다. 이곳을 찾은 15일, 서울과 이곳의 최저기온 차이는 6.5도였다.
산촌의 백미는 역시 계곡. 흙도 털어낼 겸 '물안계곡'으로 간다. 이런 데에도 계곡이 있나, 의심할 때 산은 진가를 드러낸다. 삼막길을 따라 500m쯤 가다 도로 옆 '산불 조심' 따위가 적힌 현수막을 젖히자 아래로 난 작은 오솔길이 보인다. 내려가니 별세계다. 얼음처럼 쪼개진 바위, 그 위를 무두질하는 1급수 쾌수(快水). 이끼가 한가득 초록을 출산한다. 성인 무릎 정도 잠기는 수심, 바닥에 웅크린 다슬기가 훤히 들여다보인다. 토종메기·버들치·꺽지·수수미꾸라지 같은 까다로운 물고기가 산다. 뛰어들어 물장구를 안 칠 수가 없다. 강씨가 "나뭇가지 하나 꺾어다 8호짜리 낚시줄 감아 던져넣어보라" 한다. 춘천서 왔다는 한재수(47)씨가 30분이 채 안 돼 버들치 열 마리를 낚아 바구니에 담아놨다. 낚은 고기는 바로 매운탕. 잭나이프로 배를 따고 손가락으로 내장을 쭉 밀어낸다. 모랫빛 속것이 울울 풀려나간다. 그것들을 한데 모아 밭에서 딴 깻잎을 넣고 고추장·된장을 풀어 끓인다. 뼈가 연해 씹어삼켜도 목에 걸리지 않는다.
산촌의 백미는 역시 계곡. 흙도 털어낼 겸 '물안계곡'으로 간다. 이런 데에도 계곡이 있나, 의심할 때 산은 진가를 드러낸다. 삼막길을 따라 500m쯤 가다 도로 옆 '산불 조심' 따위가 적힌 현수막을 젖히자 아래로 난 작은 오솔길이 보인다. 내려가니 별세계다. 얼음처럼 쪼개진 바위, 그 위를 무두질하는 1급수 쾌수(快水). 이끼가 한가득 초록을 출산한다. 성인 무릎 정도 잠기는 수심, 바닥에 웅크린 다슬기가 훤히 들여다보인다. 토종메기·버들치·꺽지·수수미꾸라지 같은 까다로운 물고기가 산다. 뛰어들어 물장구를 안 칠 수가 없다. 강씨가 "나뭇가지 하나 꺾어다 8호짜리 낚시줄 감아 던져넣어보라" 한다. 춘천서 왔다는 한재수(47)씨가 30분이 채 안 돼 버들치 열 마리를 낚아 바구니에 담아놨다. 낚은 고기는 바로 매운탕. 잭나이프로 배를 따고 손가락으로 내장을 쭉 밀어낸다. 모랫빛 속것이 울울 풀려나간다. 그것들을 한데 모아 밭에서 딴 깻잎을 넣고 고추장·된장을 풀어 끓인다. 뼈가 연해 씹어삼켜도 목에 걸리지 않는다.
아무래도 고도는 산의 특전이다. 보이지 않던 것이 탁 트이는 순간 눈이 환해진다. 계곡에서 10분쯤 오르막 도로를 올라가면 건봉령 승호대가 나온다. 소양강 전경이 곧장 펼쳐지는 곳이다. 출사(出寫) 마니아들 사이에서 유명한 경승지라 한다. 항아리에 담긴듯 고요한 29억톤의 물. 물새처럼 멀리서 배 한 척이 산기슭 단애 쪽으로 미끄러져온다. 보고 있자니 푸석푸석하던 몸에 물이 돈다. 밤부터 비가 온다고 한다. 이제 숙소로 내려가 감자전이나 부쳐 먹을까.
1박 2일 코스 감자 캐기·산양삼 캐기·목공예·오디 인절미 만들기·뽕잎 칼국수 만들기·숲 해설가와 산책·계곡 물놀이·밤낚시(점심·저녁식사 포함). 1인당 6만원
산양삼 캐기 2만원. 보통 6년근 2~3뿌리를 캘 수 있다.
20인 이상 단체객일 경우 1인당 1만원. 4~5인 소수 인원일 경우 1인당 1만5000원.
산양삼 캐기 2만원. 보통 6년근 2~3뿌리를 캘 수 있다.
20인 이상 단체객일 경우 1인당 1만원. 4~5인 소수 인원일 경우 1인당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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