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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텔 주인 '꼼수 절세'에.. 전입신고 못하는 세입자들

산야초 2016. 7. 30. 12:08

오피스텔 주인 '꼼수 절세'에.. 전입신고 못하는 세입자들

[집주인 '갑질'에 주민등록법 위반자 신세로.. 연말정산 月貰 공제는 그림의 떡] 오피스텔 주인, 주거용 임대하면 공제받은 부가세 10% 토해내야 양도소득세 면제 혜택도 못 받아 세입자 "가뜩이나 전세 없는데 집주인 요구 무시하기 어려워 위반시 세금 물어준다는 특약도"


조선비즈 | 곽래건 기자 | 입력 2016.07.30. 03:07 | 수정 2016.07.30. 10:42


#사례1=서울의 한 오피스텔에 사는 직장인 강모(33)씨는 자동차 검사를 제때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최근 32만원의 과태료를 물었다. 그런데 강씨는 검사 안내 통지서는 물론 독촉장도 전혀 받지 못했다. 주민등록상 주소가 지금 사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해 여름 지금 사는 오피스텔로 이사 올 때 집주인은 "(나한테) 세금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전입신고 하지 말라"고 했기 때문이다.

#사례2=김모(28)씨는 올해 3월 경기도 수원에 오피스텔 전세를 구했다. 사회 초년생이어서 모자라는 전세금 6000만원은 대출을 받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김씨는 전세자금 대출보다 이자가 2~3%포인트 비싼 신용대출을 이용해야만 했다. 집주인이 전세자금 대출 요건인 전입신고를 막았기 때문이다.

오피스텔 주인들이 세입자에게 전입신고를 못 하게 하는 사례가 종종 있어 세입자들의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전입신고를 못 하면 세입자가 주민등록법 위반자가 될 뿐만 아니라, 실거주지와 주민등록상 주소가 일치하지 않아 각종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무주택 근로자가 월세 일부를 세금으로 돌려받는 혜택도 받을 수 없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세법 개정을 통해 월세로 돌려받는 세금을 내년부터 최대 90만원으로 지금보다 15만원 더 올리겠다고 발표했지만 전입신고를 안 하면 이런 혜택도 챙기지 못하는 것이다.

◇전입신고 막는 건 세금 때문

집주인들이 전입신고를 못 하게 하는 것은 세금을 더 낼까 우려하기 때문이다. 오피스텔 상당수는 사무용을 편법으로 주거용으로 임대하는 경우가 많다. 사무용 오피스텔은 분양가 중 건물 가격의 10%인 부가세를 돌려주는데, 이를 주거용으로 임대한 사실이 드러나면 이 부가세를 다시 뱉어내야 한다. 분양가가 1억5000만원인 오피스텔의 경우 부가세는 보통 800만원 정도다. 또 오피스텔을 주거용으로 임대하면 해당 오피스텔이 주택으로 간주돼 소유자가 1가구 다주택자 신분이 된다. 현행법상 1가구 1주택자는 매매 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면제해주지만 이 혜택이 사라지는 것이다. 한 부동산 업주는 "집주인들이 세무 당국에 주거용으로 임대한 사실이 드러나는 것을 우려해 전입신고를 막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 본지가 오피스텔·원룸 중개 앱인 '직방'에 들어가 보니 '전입 신고 불가' '전입 안 되고 전세권 설정 조건'이라고 조건을 단 매물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지난 25일 현재 서울 용산구 단지형 오피스텔 전세 매물 28개 가운데 10개(36%)는 '전입 불가'라는 조건을 붙여 놓았다. 9개(32%)는 이와 반대로 '전입 가능'이라고 적어 놓았고, 9개(32)%는 전입 가능 여부에 대한 설명이 적혀 있지 않았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워낙 전입신고를 못 하게 하는 오피스텔이 많다 보니, 전입신고가 되는 곳은 '여긴 전입 된다'고 세입자들에게 홍보할 정도"라고 말했다.

◇꼼짝없이 당하는 세입자들

집주인들의 '꼼수 절세'에 피해 보는 이는 세입자들이다. 전세나 반전세의 경우 보증금을 보호받으려면 전입신고를 한 뒤 확정일자를 받거나 전세권 설정을 해야 한다.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는 주민센터 수수료 600원만 부담하면 되지만, 전세권을 설정하려면 세금과 증지대, 법무사 수수료 등으로 1억원짜리 전세의 경우 보통 50만원 내외가 든다. 비용으로 보면 전입신고가 유리하지만, 집주인이 이를 막으면 울며 겨자 먹기로 전세권 설정을 할 수밖에 없다. 회사원 정모(28)씨는 "가뜩이나 방을 구하기 힘든데, 전입신고를 하면 안 된다는 집주인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웠다"며 "결국 계약서에 '전입신고를 하지 않겠다. 만약 이를 어기면 임대인이 내야 하는 세금 상당액을 물어주겠다'는 특약을 썼다"고 말했다. 임대 소득이 드러날까봐 월세 세액공제를 신청하지 못하게 하거나, 전입신고를 받아주는 대신 월세를 올려 받는 경우도 많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원래 사무용인 오피스텔이 아파트의 대체재 역할을 하면서 주거난 완화에 기여하고 있고, 정부도 이런 점을 고려해 오피스텔의 난방을 허용해 주는 등 양성화시켰지만, 업무용과 주거용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아 탈세를 부추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