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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쨍한 국물이 맛있는 여름 국수

산야초 2016. 8. 18. 22:20

쨍한 국물이 맛있는 여름 국수

    입력 : 2015.06.24 09:00

    [방방곡곡 서민식당 발굴기] 냉국수

    냉면, 막국수, 밀면 등을 먹을 때 가장 중요한 맛의 포인트는 시원하고 쨍 한 국물 맛이다. 안타깝게도 한국의 냉국수집 중 육수나 국물이 맛있는 식당이 별로 없다. 이 점을 소수의 객관적이고 냉철한 소비자들은 잘 알고 있다. 막상 차가운 국물이 맛있는 국수집을 찾으려면 잘 생각 안 난다. 국수를 비빔장 등에 비벼서 먹는 것도 맛있지만 그래도 차가운 육수를 들이마시듯 먹는 것이 여름철 냉국수의 최고 매력이자 로망이다. 육수와 국물에 매력이 있는 식당 5곳을 선별해서 추천한다.

    육향과 개운한 맛의 밸런스 뛰어난 평양냉면
    서울 방이동 <봉피양>
    평양냉면 맛에 대한 평가는 백화제방 백가쟁명이다. 각자의 입맛에 따른 각각의 개인적 기호가 평양냉면의 평가기준이다. 저마다 길들여진 입맛에 따른 평가인 것이다. 주변에 평양냉면 맛을 잘 아는 지인들에게 물어보니 대체로 봉피양 평가가 우세하다.

    봉피양 평양냉면
    지난 주 평일 점심에 지인과 아들을 데리고 서울 방이동 <봉피양>을 방문했다. 최근 무슨 방송 프로그램에 나간 후 손님이 엄청 늘었다고 해서 이른 시간에 방문했다. 냉면을 주문했더니 돼지고기 수육 두 점이 별도로 나온다. <봉피양> 냉면 주방장인 김태원 옹이 소시적 <우래옥> 출신이지만 <우래옥> 냉면 맛과 많이 다르다. 진한 육향의 <우래옥>과 달리 <봉피양>은 육향과 더불어 묘한 밸런스가 있다. 좀 더 개운한 맛이다. 초보자도 <봉피양> 평양냉면을 먹으면 거부감이 덜할 것이다.
    다른 오래되고 보수적인 평양냉면집과 달리 R&D를 지속적으로 해왔다는 반증이다. 한우 외에 돼지고기와 닭을 같이 사용하기 때문에 손님이 딱 좋아할 맛으로 최적화됐다. 평양냉면을 난생 처음 먹어본 아들도 나쁘지 않다고 한다. 나중에 다시 물어보기 무슨 맛인지 잘 모르겠다고 한다. 사실 그게 솔직히 표현이다. <봉피양>은 다른 평양냉면집과 달리 한우, 돼지갈비, 설렁탕, 양곰탕 등의 다양한 메뉴를 수준급으로 내는 곳이라 선택의 폭이 넓다는 것이 강점이다.
    서울시 송파구 양재대로71길 1-4, 02-415-5527


    시원하고 은은한 서울식 밀면의 육수
    경기도 분당 서현동 <강남밀면>
    음식을 정말 잘 만드는 부산 거주 지인이 있는데 그 사람은 밀면을 별로 안 좋아한다. 유사(類似) 냉면인 밀면이 지나치게 조미 맛이 강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전국에서 냉면을 가장 많이 먹는 지역은 부산이다. 필자는 밀면을 냉면의 사촌 정도로 생각한다.

    강남밀면
    부산 사람들이 밀면을 많이 먹는 이유는 저렴한 것이 결정적이다. 아직도 평균 5000원 정도인데 저렴한 대신 식재료 질도 가격에 비례한다. 솔직히 밀면 육수는 대부분 맛이 얕다. 부산밀면을 서울화한 강남밀면(6000원, 특 7000원)은 부산의 밀면에 비해 육수 맛이 상대적으로 진하다. 돼지고기 사태와 닭뼈를 사용한 육수는 은은하면서 덜 자극적인 맛이다. 어설픈 물냉면보다는 한결 맛있는 국물이다. 그러면서 경상도 밀면 맛도 있다. 밀면의 업그레이드화라고 할까? 여기에다 밀가루와 전분을 섞은 면발은 적당한 쫄깃함과 질긴 맛이 섞여서 더운 여름날 한 끼 먹으면 속이 시원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황새울로 335번길 8, 031-704-2290


    싸고 양 많고 국물 맛도 좋은 함흥냉면
    경기도 파주시 금촌 <만세면옥>
    가장 대중적인 냉면은 함흥냉면이다. 최근 평양냉면이 많이 부상했지만 아직도 많은 소비자들은 평양냉면보다 함흥냉면을 즐겨 찾는다. 그러나 함흥냉면은 비빔이나 회냉면, 코다리냉면 등 비벼서 먹는 냉면에 강점이 있다. 주변에서 함흥냉면 물냉면을 맛있게 먹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거의 없다.

    만세면옥 함흥냉면과 만두
    경기도 파주 <만세면옥>은 올 봄 오픈한 신생 냉면집이지만 함흥냉면 물냉면(7000원)이 맛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물냉면을 주문하면 일단 양이 많다. 육수가 진하고 개운한 맛의 밸련스가 좋아 한여름 냉면이 당길 때 딱 생각나는 물냉면이다. 육수에 한우고기와 뼈를 많이 넣어서 만들었다.
    뛰어난 육수 맛의 원천은 주인장이 정육점과 고깃집을 함께 운영해, 한우고기에 대한 원가 경쟁력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면발도 적당한 굵기에 부드럽게 넘어가기 때문에 육수 못지않은 맛을 낸다. 아직 오픈한지 얼마 안 돼 가끔 단맛의 조절이 덜 되는 단점도 있다.
    경기도 파주시 금릉역로 190, 031-948-8184


    한우 육수와 막국수 면발의 조화
    서울 내발산동 <똑순이막국수>
    서울 내발산동 <똑순이막국수>는 인근에서 맛집으로 소문이 자자한 곳이다. 맛도 맛이지만 업주가 식당을 운영하는 방침이나 자세가 남다르다. 막국수 품질 개선을 위해 매번 벤치마킹을 다닌다. 심지어는 메밀을 탐구하기 위해 일본까지 다녀왔다. 완벽한 음식을 구현하려는 욕심이 보통이 아니다.

    똑순이막국수
    여기 막국수는 우선 면발에 강점이 있다. 메밀 함량 70% 수준으로 면발 자체가 뚝뚝 끊어지면서 메밀 특유의 향과 맛을 느낄 수 있다. 강원도 현지의 막국수를 능가하는 면발이다. 강원도 막국수에 비해 좀 더 세련된 면발이라고나 할까.
    육수는 대중성에 무게를 뒀다. 한우 양지와 사태를 사용하는데 칼칼한 양념과 밸런스를 맞춰 밍밍한 맛을 배제했다. 좋은 식재료를 사용했기 때문에 육수를 다 비워도 뒷맛이 개운하기만 하다. A급 면발과 적당하고 맛깔스러운 육수는 어디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막국수다. 덧붙이면 이 집 보쌈은 서울 최고의 맛이다.
    서울시 강서구 강서로47길 19, 02-2064-2626


    대미무미(大味無味)의 진짜 담백한 콩국수 국물
    경기도 고양시 원당동 <왕릉골김치찌개>
    경기 고양시 <왕릉골김치찌개>는 찌개 국물이 시원한 곳으로 정평이 나있다. 하절기 메뉴로 콩국수(7000원)를 내놓았는데 콩국도 마찬가지로 국물 맛이 남다르다. 매일 아침 당일 사용하는 양만 국산 콩을 갈아서 사용한다.

    왕릉골김치찌개 콩국수
    콩국 특유의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입맛을 잠식한다. 아마 콩국만큼은 서울 중구의 비싸고 유명한 모 콩국수집에 비해 밀릴 것이 없다. 여기서는 콩국에 콩 외에는 아무런 첨가물을 안 넣어서 대미무미(大味無味)의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대미무미란 ‘진짜 큰 맛(좋은 맛)은 맛이 담백하다’는 뜻이다.
    생면을 사용한 면발도 쫄깃해서 콩국이랑 잘 어울린다. 콩은 이소플라본 함유량이 풍부해서 노화방지나 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따라서 나이가 들수록 많이 먹으면 건강에 이롭다. 콩국은 원하면 더 리필이 가능하다. 밥도 별도도 더 먹을 수 있다. 숙성김치찌개 맛이 워낙 시원해서 간 김에 포장으로 구매해도 좋을 것 같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원당로319번길 2, 031-967-6611

    글·사진 김현수 월간외식경영 발행인 (NAVER 블로그 '식당밥일기')
    외식 관련 문화 사업과 콘텐츠 개발에 다년간 몸담고 있는 외식 기획자다. ‘방방곡곡 서민식당 발굴기’는 저렴하면서 인심 넉넉한 서민 음식점을 일상적인 ‘식당밥일기’형식으로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