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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피서지 부산의 싸고 맛 좋은 서민 식당들

산야초 2016. 8. 20. 23:38

올 여름, 피서지 부산의 싸고 맛 좋은 서민 식당들

    입력 : 2016.08.10 08:00

    [방방곡곡 서민식당 발굴기] 부산

    피서의 절정기였던 지난주, 서민형 식당 벤치마킹을 위해 부산에 다녀왔다. 해운대를 비롯해 부산의 저렴하고 맛도 좋은 서민형 식당 세 곳을 추천한다.

    48년 전통의 4000원짜리 소고기국밥
    <해운대원조할매국밥>
    중산층 상권인 해운대 우동에 소재한 서민 국밥집이다. 사실 이번 투어의 주목적은 이 식당 국밥 벤치마킹이었다. 몇 달 전 여기서 소고기 국밥을 먹었는데 이 국밥이 서울에서도 통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강남에서 모 식당을 운영하는 주인에게 이 메뉴를 강력 추천했다.

    해운대원조할매국밥
    이 집의 소고기국밥은 전형적인 경상도식 소고기국밥이다. 가격은 말아서 나오면 4000원이고 밥과 국이 따로 나오면 4500원이다. 우리 일행은 모두 4500원짜리 따로국밥으로 주문했다. 식사를 주문하면 야쿠르트와 밑반찬 담을 그릇을 내온다.

    이 식당은 항상 손님이 많다. 젊은 여성이 혼자 와서 국밥 먹는 것도 어렵지 않게 보인다. ‘국밥은 남자가 좋아한다’는 통념을 벗어난 모습이다. 맑고 담백한 국밥은 젊은 여성도 좋아한다. 소고기 무 콩나물 등을 넣고 끓인 이 집 국밥은 담백하고 깔끔하다. 뼈는 거의 안 사용하는 것 같다. 가마솥에서 항상 끓이는데 대구에서 먹었던 따로국밥보다 더 개운하고 시원한 맛이다.

    30대 40대 50대 남녀로 구성된 우리 일행 모두 이 국밥이 마음에 들었다. 두태 기름을 넣어서 약간 매콤한 맛은 있지만 무조건 칼칼한 맛의 국밥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안동 <옥야식당> 육개장, 나주 <하얀집> 나주곰탕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국밥이다. 그런데도 가격은 아주 저렴하다.

    깍두기 김치도 경상도답지 않게 슴슴한 편이다. 마늘쫑 무침이 특히 국밥과 잘 어우러진다. 밥값은 저렴하지만 상권이 해운대라 중산층 손님도 많이 보인다.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만족도가 아주 높은 국밥이다. 소고기는 수입육과 젖소를 사용하지만 생각 외로 고기가 맛있고 양도 넉넉한 편이다. 해장에도 식사에도 좋은 국밥이다. 서울에서도 이런 국밥을 먹었으면 좋겠다.
    <해운대원조할매국밥> 해운대구 구남로21번길 27  051-746-0387


    ‘금순이’랑 먹고 싶은 스지수육과 스지 된장찌개
    <왔다식당>
    부산 영도 언덕배기에 스지 전문점 <왔다식당>이 있다. 영도는 한국 전쟁 때 이북 피란민이 많이 이주한 지역이다. 이 집 주인장은 1952년생으로 부친 고향이 함경도라고 한다. 영락없이 영화 ‘국제시장’의 한 단면 같은 스토리다. 식당 밖에서 전경을 보면 부산항이 한눈에 들어온다. 주인장 성격이 털털하다. 말투는 경상도지만 얼굴에서 경상도가 아닌 타지 사람의 인상이 느껴진다.

    왔다식당
    스지수육은 대(大)자가 4만원이고 스지 된장전골은 1인분 8000원이다. 주인장이 한우만 사용한다는 도축 증명서를 우리에게 보여줬다. 한우 가격 인상으로 약 40% 정도 원가가 올랐다고 한다.

    스지와 도가니가 함께 나오는 스지수육은 양이 넉넉한 편이다. 밑에 국물이 자박자박한데 주인장이 국물을 먹어보라고 권한다. 스지의 씹히는 맛이 좋아 당연히 소주 주문은 필수다. 반찬도 가지런히 세팅하는데 서민형 반찬이지만 깔끔하다. 뇌리에 남는 반찬은 갓 장아찌인데 스지를 먹을 때 곁들이면 입안이 개운하다.

    별도로 주문한 스지된장전골 맛도 일품이었다. 원래 우리는 스지김치찌개를 주문했는데 주인장이 된장찌개를 추천했다. 김치찌개보다는 된장찌개가 더 자신이 있는 모양이다. 스지와 도가니는 소고기 부위로 역시 된장과 잘 맞는다. 된장은 이 집에서 직접 담근 된장으로 칼칼하고 구수한 맛이 우리 입맛에도 잘 맞는다. 동행한 7명 모두 된장이 맛있다고 했다.

    부산은 다른 지역에 비해 스지를 많이 먹는 지역이다. 그 부산에서도 이 <왔다식당>은 스지로 가장 유명한 곳이다. 스지도 맛있지만 창 너머로 보이는 부산항 조망은 덤이다.
    <왔다식당> 영도구 청학동로 15      051-412-2676


    불고기와 함께 먹는 시원한 막국수와 소바
    <호천식당>
    부산 해운대에 막국수와 소바를 같이 판매하는 <호천식당>이 있다. 옥호 호천(昊天)은 ‘넓고 큰 하늘’이라는 뜻이다. 이름처럼 음식 양도 넉넉하고 음식 맛도 ‘큼직’하다. 원래는 굴국밥집이었데 올봄에 막국수·소바와 불고기 전문점으로 리뉴얼한 곳이다. 이 식당은 7000원, 8000원이면 막국수와 소바를 먹을 수 있고 여기에 2000원만 더 보태면 숯불불고기를 먹을 수 있다. 시중의 먹는 불고기+냉면 프랜차이즈와 그 격이 다르다.

    호천식당
    불맛 제대로 밴 불고기는 주방에서 숯불로 직접 굽는다. 이 일은 힘들어 사람을 구하는데 늘 고민이라고 한다. 불고기는 슴슴하면서도 양념 맛이 제대로다. 옛날에 먹었던 불고기 맛 그대로다.

    막국수와 소바도 직접 제면한 자가제면 메밀국수로 면발이 부드러우면서 메밀 특유의 뚝뚝 끊어지는 매력이 있다. 막국수는 비빔으로 제공하고, 별도로 국수를 안 좋아하는 사람을 위한 불고기정식도 있다. 불고기정식은 불고기에 밥과 된장찌개를 제공한다. 소바의 쯔유도 단맛을 절제한 맛집 수준이다. 막국수와 소바 모두 70% 메밀 함량의 면을 사용한다.

    동행했던 일행 한 사람이 이 식당의 소내장탕(7000원)이 궁금하다고 해서 나중에 주문했다. 국밥 내장도 잘 삶았고 양도 푸짐했다. 국물 맛도 적당히 칼칼해 입맛에 맞았다. 식사, 해장, 소주 안주로 모두 괜찮은 만능 메뉴였다. 이 식당 주인장 고향이 서울이라 음식도 수도권 맛이 섞여있다. 메밀국수도 맛있지만 탕도 맛있는 식당이다.
    <호천식당> 해운대구 중동1로 25-2   051-741-3258

    글·사진 김현수 외식콘셉트 기획자·외식콘텐츠마케팅 연구소 (NAVER 블로그 '식당밥일기')
    외식 관련 문화 사업과 콘텐츠 개발에 다년간 몸담고 있는 월간외식경영 발행인, ‘방방곡곡 서민식당 발굴기’는 저렴하고 인심 넉넉한 서민 음식점을 일상적인 ‘식당밥일기’ 형식으로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