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죽만 울린 ‘우병우 특별감찰’… 검찰로 공 넘겨
[동아일보]
이석수 특감, 우병우 檢수사 의뢰
진경준 부실검증 의혹은 아예 제외… 수사권 없는 대통령직속 한계 노출
우병우,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 받게 돼… 檢 내부선 “처벌 가능성 희박”
“기자 동원해 경찰에 좀 찔러봐” 이석수 특감, 언론과 공모 의혹 불거져
일각 “의도 가지고 공작한 냄새”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18일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을 직권남용과 횡령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하면서 현직 민정수석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됐다.
하지만 이 특별감찰관의 감찰 내용 누설 논란으로 특별감찰 결과의 신뢰도가 떨어진 데다 수사 의뢰한 부분이 범죄 혐의로 인정될 가능성이 낮다는 검찰 분위기가 많아 우 수석이 실제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 특별감찰관과 일간지 공모 의혹
이 특별감찰관이 특정 일간지 기자와 나눈 발언록을 분석해 보면 양측의 비정상적인 유착 정황이 많이 드러난다. 통상 취재가 목적이었다면 전화 통화 내용을 즉각 보도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일간지는 자세한 감찰 상황을 듣고서도 핵심 내용을 보도하지 않았다.
실제 이 특별감찰관은 일간지 기자에게 “다음 주부터는 본인과 가족에게 소명하라고 할 것” “마세라티는 리스 회사인 S캐피탈 명의” “우리 쪽에도 우 수석의 불만이 들어오고 하더라. 좀 너무하는 거 아니냐는 취지로…” 등 상세한 감찰 내용과 진행 상황을 언급했지만 해당 언론은 이를 보도하지 않았다.
특히 그가 “경찰은 민정(수석) 눈치 보는 건데, 그거 한번 (기자) 애들 시켜서 어떻게 돼가나 좀 찔러 봐”라고 하자 해당 일간지는 경찰청에 확인을 요청했다. 후배 기자들을 동원해 경찰에 알아보라는 이 특별감찰관의 말을 일간지가 실천한 것이다.
기자가 경기 화성 땅 문제가 죄가 된다는 취지의 얘기를 하자 이 특별감찰관은 “범죄로 기소할 부분이 있을 것 같다”고 했고, “자료를 카톡으로라도 보내주겠다”는 제안에 “나도 저쪽을 보고 있지만 저쪽도 나를 보고 있어. 서로 내통까지 하는 걸로 돼서야 되겠어. 내가 힘이 좋으면 기술을 부릴 수 있는데 힘없는 놈이 기술을 쓰면 되치기 당해”라고 받는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정상적인 취재원과 기자의 대화가 아니라 의도를 가지고 우 수석을 찍어내려 한 공작의 냄새가 묻어난다”고 말했다. 이 특별감찰관이 우 수석에 대해 범죄 혐의가 명백해 형사처벌이 필요할 때 취하는 조치인 고발이 아닌 수사의뢰를 한 것에 비춰 보면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 도청 및 해킹보다 내부 유출 가능성
이 특별감찰관이 일간지 기자와 접촉하면서 감찰 내용을 언급한 발언이 공개되자 야당은 도청 의혹까지 제기했다. 하지만 보안 전문가들은 “일간지 서버를 직접 해킹하거나, 전화를 도청했다는 의혹 제기는 현실성이 낮다”고 진단했다. 해당 일간지가 내부 정보보고 및 정보공유용으로 만든 텍스트 그대로 밖으로 나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고, 도청과 해킹 가능성이 낮다면 누군가가 고의 또는 과실로 보고 내용을 그대로 퍼다 날랐을 가능성이 그나마 현실성 있는 추정이라는 얘기다.
내부용 정보보고가 외부로 유출된 사건은 최근 끊임없이 발생했다. 지난달 대기업 홍보 관계자가 우 수석 처가의 부동산 매매 관련 의혹 제보자를 언급한 내부용 정보보고를 지인 1명에게 전달했다가 ‘찌라시’ 형태로 퍼져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경찰 관계자는 “정보 유출 사건을 수사하면 해킹, 도청 방식보다 허술한 보안의식 때문에 외부로 유출된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 검찰 “우 수석 처벌 가능성 회의적 시각”
대검찰청은 사건을 조만간 서울중앙지검에 이첩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검찰 내부에서는 수사 의뢰 내용에 대해 처벌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먼저 직권남용 혐의는 의경 인사가 민정수석의 권한을 넘어선 부분이라서 판례상 적용이 어렵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횡령 혐의에 대해서도 특별감찰관이 수사 의뢰할 수 있는 횡령은 ‘공금’ 횡령인데 정강의 회삿돈이 공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 가족회사에 특별한 직함이 없는 우 수석이 가족 측이 1인 회사의 자금을 꺼내 쓰는 데 적극적으로 공모한 단서를 발견하기 어렵고, 이 경우 법리적으로 처벌 가능성이 떨어지는 점 등을 문제로 삼고 있다.
그러나 검찰이 특별감찰관으로부터 넘겨받은 우 수석의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증거를 발견한다면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다. 이 특별감찰관과 특정 일간지 기자 사이 유출된 발언록 등으로 특별감찰관 제도의 한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와중에 수사를 미루다가는 검찰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의심받을 상황도 변수다.
한편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이 특별감찰관과 접촉한 동일한 일간지 다른 기자의 부탁을 받고 우 수석과 관련된 차량에 대해 무단으로 차적 조회를 해준 혐의(개인정보보호법 위반)로 강남경찰서 교통과 소속 A 경위와 차적 조회를 부탁한 B 기자를 입건해 수사 중이다.
박훈상 tigermask@donga.com·신나리·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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