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酒黨의 酒黨을 위한 酒店

산야초 2016. 9. 3. 23:10

酒黨의 酒黨을 위한 酒店

    입력 : 2016.09.01 04:00

    [맛집, 최전선] 락희옥

    소고기 안심에달걀물을입혀 지진 육전.
    소고기 안심에달걀물을입혀 지진 육전.
    주인이 주당임에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선 술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이렇게 속속들이 알 수는 없다. 서울 마포구에 있는 '락희옥'은 술집이라고 해야 할지, 맛집이라고 해야 할지 구분이 모호하다. 모든 메뉴가 술안주로 먹기 적당하다는 건 분명하다.

    겉모습은 평범한 주택가 식당이다. 메뉴판을 들여다보면 범상치 않다. 기본적으로 한식이지만 그렇다고 전통만 고집하진 않는다. 맥주나 와인을 마시고 싶다면 씹을 때 뽀드득 소리가 나는 소시지가 머스터드(양겨자) 소스와 함께 나오는 '에센뽀득'(1만5000원)을 주문하면 된다. 여름에만 내는 '민어전'(3만5000원)은 화이트와인 안주로도 적격이다. 기름기 하나 없이 뽀얀 민어살을 포 떠서 달걀물 입혀 따뜻하게 지져낸다.

    대표 메뉴인 국내산 오겹살을 촉촉하게 찐 '보쌈'(3만원)과 노릇하게 구운 차돌박이로 향긋한 채소를 싸서 먹는 '차돌박이 구이'(3만원)는 레드와인과도 어울리지만 전통주와 찰떡궁합이다. 비릿함과 고소함의 미묘한 경계에 있는 성게알을 채소와 함께 생김에 싸 먹는 '성게알'(3만원)은 여러 술과 두루 어울리지만 개인적으론 소주나 이 식당에선 팔지 않는 일본 청주(사케)와 가장 어울리는 듯하다.

    국내산 오겹살로 만든 보쌈.
    국내산 오겹살로 만든 보쌈.
    송절주·사시통음주·자주·이화주(각 6만원) 등 우리 전통 술부터 와인, 맥주까지 주종이 다양하다. 와인은 3만원부터 12만원대까지 합리적 가격대 와인들로 40여가지를 구비했다. 콜키지 차지(와인을 직접 가져가 마실 때 내는 서비스 비용)를 따로 받지 않아 와인 수입사 직원들, 뻔한 서양 안주가 싫은 와인 애호가들이 자주 찾는다. 맥주는 덴마크 미켈러(1만2000원), 미국 스컬핀IPA(1만3000원), 태국 싱하(6000원), 벨기에 스텔라 아르투아(7000원), 체코 필스너 우르켈(6000원) 등 요즘 잘나간다는 수제 맥주 17가지를 갖췄다. 소맥(1잔 200㎖ 3000원)을 직접 말아주는 게 흥미롭다. 국산 '맥스' 맥주와 일품진로 소주를 주인이 오랫동안 여러 차례 시험한 끝에 완성했다는 황금 비율로 말아준다.

    속풀이 메뉴로는 된장찌개·된장 국수(각 6000원), 김치말이 국수·밥(8000원), 육개장(8000원) 등이 있다. 된장 국수와 김치말이 국수를 권한다. 된장 육수에 쫄깃한 국수를 넣고 보글보글 끓여내는 된장 국수는 구수하면서도 칼칼한 것이 솜씨 좋은 엄마를 둔 행복한 아들이 된 기분이다. 김치말이 국수는 소 양지머리 육수에 김치 국물을 섞은 날카롭게 차가운 국물과 탱탱한 소면, 사각사각 씹히는 김치가 속을 개운하게 풀어준다.

    점심에는 보쌈이나 차돌, 제육볶음을 먹은 다음 된장찌개, 된장 국수, 김치말이 국수 중 선택 가능한 세트메뉴(각 1만5000원)가 있다. 물론 낮술도 가능하다. 오전 11시~밤 11시, 일요일 휴무, 서울 마포구 토정로 262 1층, (02)719-97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