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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된장도 먹고 청국장도 먹고 일석이조

산야초 2016. 8. 30. 23:30

강된장도 먹고 청국장도 먹고 일석이조  

[방방곡곡 서민식당 발굴기]
강원도 원주 문막 <정순화황토방청국장>

단 한 끼 식사도 잘 찾아서 먹어야 한다

지난주 강원도 문막에서 이른 아침에 강연을 했다. 강원 축산물 유통 활성화 워크숍에서 한우식당 관련 마케팅과 스토리텔링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나름 열강을 마치고 혼자 차를 몰고 서울로 올라오는데 아침 일찍 강연을 해서인지 속이 출출했다. 마침 한식뷔페 간판이 보였다.

혼자 먹기 편한 한식뷔페집 앞에 주차를 하고 들어가려고 했는데 왠지 입구가 썰렁한 느낌이 들어 포기를 하고 다시 차를 탔다. 한동안 달리다 ‘정순화 황토방청국장’이라는 간판을 봤다. 가끔 식당 간판에 주인 이름을 붙이고 영업을 하는 곳이 있다. 어찌 보면 장사수완의 일환일수도 있지만 자신이 만든 음식에 대한 자신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후자에 무게를 두고 이 식당으로 들어갔다.   

소비자가 식당에서 음식을 구매하는 행위 중, 부담 없는 한 끼 식사는 저관여적 상품(Low- Involvement Product)이다. 하지만 생각 이상으로 잘못된 구매에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가격으로는 저관여지만 심리적으로 고관여의 요소가 있다.

얼마 전 어느 직원이 김밥 괜찮은 곳을 인터넷에서 발견했다고 해서 점심 겸 벤치마킹 삼아 방문한 적이 있다. 필자의 관점이지만 그 김밥집 우동과 김밥은 가격이나 맛 모두 그냥 평이한 수준이었다. 가격도 비쌌다. 김밥 반쪽이 2,800원이고 우동은 딱 한 가지 유부우동으로 6,500원이었다. 맛도 가격을 상쇄할 만큼 특별하지 않았다. 차를 몰고 일부러 30분 이상 가게 만든 직원은 그 집 김밥이 맛있다고 스스로 합리화한다. 일종의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라고 할 수 있다. 

정순화황토방청국장 외관과 다양한 장들
이 청국장 식당 입구에는 가마솥과 장독대가 있었다. 시래기도 갈무리를 하고 있다. 왠지 홈메이드적인 음식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식당 입구에 더덕, 곰취 등 장아찌와 청국장 분말 등을 진열했다. 아직 오전 11시가 안 되어 식당 안이 한산했다. 식당 곳곳에 청국장, 된장 보리막장, 고추장 등 장류를 진열했다. 식품제조와 식당을 겸하는 곳이었다.

강원도답게 막장도 있었다. 막장은 강원도 된장으로 간장을 안 뺀 장류로 콩 외에 탄수화물을 넣어서 만든다. 맛이 다소 가볍지만 젊은 세대 입맛에 좀 더 맞는 된장이다. 여러 해 전 본인은 이 막장에 상당한 관심이 있어서 흥미로운 실험도 했다. 특히 외국인(일본인)들이 좋아했다. 무엇보다 막장은 된장에 비해 빠른 기간에 만들 수 있는 신속성이 있다.

메뉴판을 보니 가격이 대체로 무난했다. 청국장이 6,000원이고 여름에는 콩국수도 많이 판매되는 것 같았다. 보쌈 가격은 비교적 합리적이지만 국내산이 아닌 수입산 돼지고기를 쓴다. 이 식당도 역시 '고객의 가격저항선'이라는 현실을 선택했다. 최근 국내산 돼지고기 가격이 심상치 않다. 대신 국산 콩 가격은 과거에 비해 많이 떨어졌다.

강된장, 청국장과 반찬

강원도의 맛 보리막장 강된장

청국장을 주문했다. 반찬이 나물류와 장아찌 중심으로 나왔다. 대체로 웰빙적인 반찬이었다. 특이한 것은 청국장을 주문했는데 별도로 강된장을 제공한다. 이 식당은 확실히 콩 발효식품에 강점이 있다. 식당에서 강된장을 정말 오랜만에 먹었다. 강된장도 꽤 괜찮은 먹을 거리지만 이상하게 식당에서 판매하는 곳이 드물다. 아마도 장을 직접 담그는 식당이 드물기 때문일 것이다. 회사 인근에 직접 장을 담드는 단골식당(부기식당)이 있는데 이 강된장을 한 번 해보라고 추천해볼 생각이다.

강된장을 밥에 넣고 쓱쓱 비벼서 먹었다. 시골된장 맛이 흠뻑 느껴졌다. 구수했다. 염도도 높지 않았다. 나중에 식당 종업원에게 물어보니 그냥 된장이 아니고 보리막장이라고 했다. 원래 개인적으로 비벼 먹는 음식을 그렇게 선호하지 않지만 된장만은 예외다. 된장은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진정한 소울푸드다. ‘한국인의 영원한 소울푸드’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만든 적이 있는데 100% 진리다. 소비자 관점에서 이렇게 제대로 만든 된장으로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이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된장의 단점은 염도인데 막장이라서 짠맛도 덜한 것 같다.

청국장과 더덕무침
보글보글 청국장도 나왔다. 냄새가 거의 안 났다. 일부 사람들은 큼큼한 냄새가 나는 청국장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지만 필자는 냄새가 가급적 안 나는 청국장을 선호한다. 언젠가 실력 있는 장류 전문가로부터 ‘깨끗하게 청국장을 잘 띄우면 오히려 냄새가 안 난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 더욱이 이 식당은 황토방에서 청국장을 숙성한다고 한다.

반찬인 더덕무침도 맛깔스럽다. 고추를 보리된장으로 삭힌 된장박이 고추가 특히 입맛을 당긴다. 씁쓰레한 고들빼기도 시골스러운 맛이다. 반찬도 나무랄 데가 없다. 손맛이 괜찮은 식당이었다. 밥 한 그릇이 금방 뚝딱이다. 소박한 밥상이지만 속이 아주 편안했다. 요즘 아내가 육류를 먹지 말라고 늘 잔소리인데 가급적 이런 곳에서 일부러 식사를 하고 싶다. 그렇지만 도시에서는 이런 식당을 찾기가 쉽지 않다.

다만 음식 담는 그릇을 플라스틱 제품으로 사용하는 것은 좀 걸린다. 이 식당의 상호와 콘셉트에 맞게 뚝배기나 사기그릇을 사용하면 음식에 더 가치가 있을 것이다. 무뚝뚝하면서 친절한 여직원이 대추차도 갖다 줬다. 진하게 제대로 달인 대추차였다. 정말이지 6,000원의 호강이었다.
지출(1인 기준) : 청국장 6000원
<정순화황토방청국장> 강원 원주시 원문로 1508-17, 033-735-5388

글·사진 김현수 외식콘셉트 기획자(NAVER 블로그 ‘식당밥일기’)
외식 관련 문화 사업과 콘텐츠 개발에 다년간 몸담고 있는 외식콘셉트 기획자다. ‘방방곡곡 서민식당 발굴기’는 저렴하면서 인심 훈훈한 서민스러운 음식점을 사전 취재 없이 일상적인 형식으로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