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 잘 가는 국회 인근 식당 보니
외백·남도마루·동해도 등 메뉴들
술값 빼고도 대부분 3만원 넘어
찬성한 의원도 “법 누가 만들었어?”
여야의 ‘넘버1’ 간담회 장소는 굴비 한정식집인 ‘대방골’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이 당 대표에 취임한 뒤 “저비용 정치구조를 위해 호텔보다 찾아야 할 식당”으로 대방골을 소개한 적도 있다. 최근 공개된 2012~2014년 의원들의 정치자금 수입·지출 보고서에 따르면 의원들은 이곳에서 총 572회의 식사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출액은 1억3057만원이었다. 회당 평균 22만8269원. 본지 확인 결과 이곳의 저녁 메뉴는 3만8000원부터 7만5000원까지였다. 유일한 3만원 이하 메뉴는 2만8500원짜리인 ‘어린이옛날불고기’뿐이었다.
본지가 여야가 주로 간담회 등의 장소로 이용하던 곳의 메뉴를 조사한 결과 대부분 3만원 이상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더민주가 단골로 가는 식당인 ‘남도마루’의 경우 의원들이 서로의 예약 상황을 감추려고 예약자명 대신 ‘숫자’로 만든 암호를 쓸 정도로 자주 가는 곳이다. 이곳 정식은 5만원이었다. 여당의 단골집 중 일식집인 ‘동해도’의 코스요리는 4만8000원부터 8만5000원 선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31일 더민주의 한 중진의원이 동료 의원들에게 이런 말을 하는 장면도 보였다.
“3만원? 말이 되나. 어지간한 저녁은 7만원은 넘잖아.”
그는 기자들에게 3만원을 식사비 한도로 정한 것과 관련해 “문화는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아. 밥도 먹지 말라는 얘기지…. 법, 그거 누가 만들었어?”라고도 말했다. 그는 국회로 넘어온 김영란법에 찬성표를 던진 의원 중 하나였다.
여의도 국회에 김영란법 ‘쓰나미’가 몰려올 조짐이다. 의원들은 매일 조찬 모임으로 시작해 각종 연구모임과 친목모임, 계파모임, 지역구 민원 모임 등 아침·점심·저녁으로 사람들을 만난다. 정치문화를 바꾸지 않으면 의원 상당수가 김영란법 위반자가 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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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규백 더민주 의원은 “단체 식사를 잡을 때 설렁탕 같은 간단한 식사 외에는 어려워졌다”며 “지역에서도 매출이 급감한다고 난리”라고 전했다. 그는 “김영란법을 엄격히 해석하면 (직무 관련성이 있는) 의원들끼리 식사를 주고받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며 “ 이제 북한의 ‘5호담당제’ 같은 감시 분위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주장했다. 유성엽 국민의당 의원은 “보좌진에게 3만원이 안 넘는 식당을 찾아보라고 지시했다”며 “앞으로 2차는 하지 않아야겠다”고 말했다.
강태화·유성운 기자 thk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