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땀 한 땀 그려내는 프랑스 자수처럼월간 전원속의 내집
매거진 입력 2016.08.22 10:14
처음 만난 건축가에게 ‘아파트 같은 집을 지어 달라’ 했다지만, 결국엔 부부만을 위한 유일무이한 공간이 되어버린 고기동 주택의 이야기다.
북쪽을 향해 경사진 조용한 언덕배기 마을, 방금 외출에서 돌아온 안주인은 활달하게 인사를 건네며 손님을 맞는다. 부부와 애견 한 마리가 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적당한 규모의 이 집에 입주한 지는 만 1년이 되어간다. 단독주택에 오고 나서는 아파트로 돌아갈 생각이 전혀 없다는 건축주 정다운 씨. 손이 많이 가는 주택생활을 꺼리는 여느 안주인들과는 사뭇 다른 반응이다.
“전부터 외국 사이트들을 보고 마음에 드는 인테리어 사진을 많이 스크랩해 두었어요. 갑자기 땅을 구하게 되어서 그간의 로망들을 모아 건축가 분께 전달했죠. 원하던 바는 많았지만 건물의 구조나 디자인 쪽으로는 무지하다 보니 실제로는 제약이 많더군요. 하지만 직접 살아보니 아쉬웠던 마음과 달리 전문가의 의견이 실생활에 맞더라고요.”
자유로운 평면 설계가 특징인 주택건축이지만 생활하기에는 아파트 구조가 편하다는 생각에 거실과 주방은 오픈하길 요구했다. 직접 실의 위치를 그려 상담할 정도로 적극적이었으나 건폐율 기준에 맞추자니, 손님방은 침실을 따라 2층으로 올리게 되었고 계단실을 넓히고 싶던 계획도 실현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 덕에 넓은 공용 공간과 아늑한 개인 공간, 만족스러운 난방비를 얻게 되었으니 마음에 들 수밖에. 대신 주방과 다용도실, 파우더룸의 가구 배치 등 디테일한 부분은 원하는 대로 제작해 넣었다.
물 맑은 고기리계곡과 광교산의 울창한 숲이 지척에 있고 서울 - 용인간 고속도로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대지를 마주한 윤지호 건축사는 자연과 조화되는 풍경화 같은 집을 떠올렸다.
“첫눈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북측의 조망을 최대한 살리고자, 액자창을 통해 집안 깊숙이 끌어들이려 애썼습니다. 또한 단독주택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는 마당과 주변의 풍광에 자연스레 어우러지는 건물을 상상하였습니다.”
대지보다 높은 남쪽으로는 이웃집이 인접한 탓에 현관과 계단 등 외부 시선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실들을 두고 자연채광을 위한 창만을 배치했다. 대신 동쪽은 마당을 내다보며 햇빛을 적극 받아들이도록 큰 창을 계획하였다.
HOUSE PLAN
대지위치 :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 대지면적 : 364.00㎡(110.10평)
건물규모 : 지하 1층, 지상 2층 / 건축면적 : 72.59㎡(21.96평)
연면적 : 212.53㎡(64.29평) / 건폐율 : 19.94% / 용적률 : 37.30% / 주차대수 : 2대
최고높이 : 8.8m / 공법 :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지상 - 철근콘크리트
구조재 : 벽 - 철근콘크리트 내력벽 / 지붕 - 우레탄 도막방수 위 무근콘크리트
지붕마감재 : 컬러강판 거멀접기 / 단열재 : 비드법단열재 2종1호 120㎜
외벽마감재 : 인조석 패널, 스터코플렉스 / 창호재 : LG하우시스 시스템창호
시공 : 한양건설(전영길 소장)
설계 : ㈜지호도시건축사사무소 070-7643-1111 │ www.jihoarchi.com
총공사비 : 약 2억5천만원
경사진 부지를 활용하여 부부가 꿈꾸던 지하 차고를 비롯해, 창고와 보일러실 등 부속실을 주공간과 깔끔하게 분리할 수 있었다. 지인들을 초대해 식사를 즐기는 부부의 라이프 스타일을 고려해 마당, 거실, 주방, 식당은 일렬로 연결하여 건축주의 요청을 실현하였다. 주방과 식당에서 보면 한눈에 들어오는 집안 풍경은 아파트에서와 비교도 할 수 없는 장면이다.
2층은 부부의 침실이 메인이다. 파우더룸과 드레스룸을 지나서야 가장 개인적인 공간에 들어서도록 계획하였다. 부부는 침실의 발코니창을 통해 아침마다 동쪽 햇살을 받아 기분 좋게 눈을 뜬다. 경사 지붕이 드러난 다락은 남편을 위한 공간으로 널찍한 외부 테라스와 연계되어 안락하고 조용하다.
INTERIOR
내벽마감재 : LG하우시스 벽지 / 바닥재 : 동화 자연마루 강마루
욕실 및 주방 타일 : 을지로 대아도기, 이태리 수입타일 / 수전 등 욕실기기 : 대림바스
현관문 : 코렐시스템 / 방문 : 재현하늘창
“흔히 전원주택은 관리도 어렵고 벌레도 많다며 기피하지만 어느 정도는 감안해야 해요. 밤보다는 낮에 실외활동을 한다든지 해결법을 찾아야죠. 대신 주요 생활권에서 너무 벗어난 위치는 힘들겠죠. 저희는 남편도 회사는 서울 시내지만 출퇴근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직업이고, 저도 프리랜서로 지내다보니 어려움 보다는 만족감이 크네요.”
열정을 다해 집짓는 과정마다 동참하고 인테리어 마무리까지 해낸 건축주는 그 여세를 몰아 취미였던 프랑스 자수에 매진하고 있다. 집안 곳곳을 장식하고 있는 아기자기한 자수 작품들은 블로그(후아유네 프랑스자수 http://blog.naver.com/luckylala)를 통해 입소문을 타고 퍼져 개인 수업까지 연결되었다. 새로운 작품을 사진으로 선보일 때마다 집안 곳곳이 예쁜 배경이 되고, 여유로운 전원생활을 소개하는 글에는 자수가 포인트가 되어준다.
한 땀 한 땀 정성을 다해 세상에 하나뿐인 그림을 완성하는 프랑스 자수처럼 차근차근 완성된 고기동 주택. 부부의 앞날을 그려갈 아름다운 기틀이 되고 있다.
취재_임수진 | 사진_변종석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16년 8월호 / Vol.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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