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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보는 만 가지 비경···46년만에 개방한 '만경대'

산야초 2016. 10. 1. 23:19

한눈에 보는 만 가지 비경···46년만에 개방한 '만경대'

46년 만이군요, 한눈에 보는 만 가지 비경


                 박진호 기자                    
 
남설악 만경대 오늘부터 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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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3월 환경 보전을 위해 일반인의 출입을 막은 후 46년 만에 개방되는 강원도 양양군 서면 오색리 남설악 만경대. 기암괴석으로 형성된 봉우리들이 마치 병풍을 펼쳐놓은 듯하다. 왼쪽은 백두대간과 점봉산, 중앙 부분은 만물상, 오른쪽에 서북능선이 보인다. [사진 박진호 기자]

“왼쪽에 보이는 곳은 백두대간(白頭大幹)이고요, 정면에 보이는 곳이 만물상(萬物相)입니다. 여기가 남설악 지구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곳이죠.”

남설악에서 전망이 가장 좋은 곳
백두대간·만물상·한계령 다 보여
높이 20m 넘는 원시림 그대로 보존
고로쇠·동백 등 다양한 나무들 자생

지난달 21일 오전 11시 강원도 양양군 서면 오색리. 46년 만에 개방을 앞둔 남설악 만경대(萬景臺)에 들어서자 기암괴석으로 형성된 봉우리들이 병풍을 펼쳐놓은 듯하다.

해발 560m인 만경대에서 바라본 설악산 만물상의 모습은 웅장한 한 폭의 동양화다. 불상이 앉아 있는 듯한 모습의 바위부터 큰 구멍이 뚫린 바위까지 이름 그대로 만 가지 형상을 하고 있었다.

만경대 바닥 역시 기암괴석으로 형성돼 있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탐방객의 안전을 위해 이곳에 나무 데크로 된 전망대와 안전 펜스를 설치할 계획이다. 또 전망대에서 보이는 비경을 설명하는 안내판도 설치한다. 일반인 탐방은 1일부터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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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관리공단 정춘호(47) 오색분소장은 “설악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것이 1970년 3월이니 46년간 이곳 만경대를 밟은 사람은 없다”며 “이 좋은 전망을 많은 사람에게 공개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했다. 만경대 주변은 그동안 자연환경 보존을 위해 통제됐던 지역인 만큼 원시림이 그대로 보존돼 있었다. 지름 60㎝, 높이 20m는 족히 넘는 소나무들이 기암괴석 사이에서 뛰어난 생명력을 자랑하며 곧게 자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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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철을 맞아 설악산 국립공원의 비경 남설악 만물상 등을 조망할 수 있는 만경대(해발 560m) 탐방로(2㎞)가 1일부터 11월 15일까지 46일간 일반에 공개된다. 이 코스는 1970년 3월 24일 설악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지난 46년 동안 출입이 통제됐다. 기존 흘림골 코스가 낙석 등 안전 문제로 막히면서 올해 처음 만경대 코스를 개방했다. 정춘호 국립공원관리공단 오색분소장이 만경대에 서서 만물상을 가리키고 있다. 오른쪽 끝은 한계령 서북능선. [양양=박진호 기자]

왼쪽엔 백두산에서 시작해 동쪽 해안선을 끼고 태백산을 거쳐 남서쪽의 지리산에 이르는 국토의 큰 줄기 백두대간이, 바로 아래엔 한계령을 사이에 두고 설악산 대청봉과 마주보는 남설악의 중심 점봉산이 눈에 들어왔다. 점봉산은 설악산의 최고봉인 대청봉을 오르는 시발점이기도 하다.

오른쪽엔 인제군과 양양군을 잇는 한계령과 서북능선이, 아래를 내려다보자 설악산 대표 탐방로인 주전골과 흘림골이 한눈에 들어왔다. 주전골에는 엽전과 관련된 이야기가 전해온다. 옛날 강원도 관찰사가 한계령을 넘다가 이곳을 지날 무렵 어디선가 쇠붙이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 하인을 시켜 소리가 나는 곳을 찾아보게 했다. 하인은 10명의 무리가 동굴 속에서 위조 엽전을 만드는 것을 발견했다. 이를 보고받은 관찰사는 그 무리를 잡아들이고 동굴을 없애버렸다. 그 이후부터 이 골짜기는 위조 엽전을 만들었던 곳이라 하여 쇠를 부어 만들 주(鑄), 돈 전(錢)자를 써서 주전골이라 불리게 됐다.

흘림골은 만경대 코스가 개방되기 전 남설악을 대표하는 탐방 코스 중 하나였다. 잦은 낙석이 문제가 돼 결국 지난해 11월 탐방로가 폐쇄됐다. 하지만 단풍철이 다가오자 생계 유지를 위해 양양군번영회가 국립공원관리공단에 흘림골 개방을 촉구했다. 이에 고심하던 공단 측은 안전사고 위험이 있는 흘림골 개방을 불허하는 대신 만경대 구간을 개방하기로 결정했다. 만경대 구간의 개방 시기는 정해져 있지 않았다.

정 소장은 “흘림골이 폐쇄되면서 지역경제에 큰 타격이 생겨 만경대 개방을 서두른 것”이라며 “흘림골 폐쇄는 아쉬운 일이지만 설악산을 찾는 관광객들에겐 산책과 산행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더 좋은 탐방로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가 만경대를 찾은 날은 탐방로 개설 작업이 한창이었다. 탐방로는 폭 1m가량으로 안전을 위한 로프와 나무 계단이 설치될 예정이다. 이번에 개방하는 용소폭포 탐방지원센터~만경대~오색약수터 구간 중간에 위치한 만경대 구간은 탐방로 중 유일하게 가파른 오르막길이다. 나머지 구간은 대부분 내리막 길로 누구나 쉽게 산행을 할 수 있다.

여기에 용소폭포 탐방지원센터에서 만경대로 가는 길에는 중국 유명 관광지인 장자제(張家界·장가계) 못지않은 절벽을 감상할 수도 있다. 새로 개방되는 용소폭포 탐방지원센터~만경대~오색약수터 전체 구간은 2㎞다. 만경대 하단부에서 만경대 정상까지는 450m가량으로 성인 남성이 쉬어가며 천천히 오를 경우 2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다.

새로 공개되는 탐방로는 성인 남성 기준으로 1시간30분 정도면 모든 곳을 둘러볼 수 있다. 그동안 일반에 개방되지 않아 각종 나무들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탐방로 숲길엔 고로쇠나무와 가래나무·서어나무·층층나무 등 높이가 20m에 이르는 다양한 나무들이 자생하고 있다. 걷는 내내 나무가 뿜어내는 피톤치드 때문인지 상쾌함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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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소폭포탐방지원센터에서 만경대로 가는 길에 만날 수 있는 쪽동백나무 길. 나무 뿌리가 그대로 드러나 자연 계단을 만들었다.

특히 쪽동백나무 자생 구간은 나무 뿌리가 드러나면서 자연 계단이 만들어져 있었다. 여기에 숲길에 떨어진 도토리를 줍기 위해 나무 아래로 내려온 다람쥐도 곳곳에서 목격됐다. 주민 이정식(72)씨는 “이번에 개방하는 탐방로는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오를 수 있는 굉장히 쉬운 코스”라 고 말했다.

등산코스는 신규 코스 개방으로 총연장 5.2㎞가 됐다. 오색약수터탐방지원센터~용소폭포~용소폭포탐방지원센터(3.2㎞)와 용소폭포탐방지원센터~만경대~오색약수터탐방지원센터(2㎞) 구간이다. 이 구간을 모두 탐방하는 데 총 세 시간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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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분과 탄산수 성분 때문에 붉게 변한 오색약수터.

기존 탐방로에도 명소는 많다. 탐방로 출발 지점에 있는 오색약수터는 두 곳에서 철분과 탄산수의 성분을 가진 약수가 솟아오른다. 다량의 철분을 함유한 약수는 하루에 400L 정도 흘러나온다. 철분 때문인지 약수터 주변 바위는 붉은색으로 변해 있었다.

탐방로를 따라 1.4㎞를 걸으면 밝은 달밤 선녀들이 내려와 날개옷을 만석 위에 벗어놓고 목욕을 하고 올라갔다는 전설이 있는 선녀탕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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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 묵은 이무기가 승천하지 못하고 굳어져 바위와 폭포가 됐다는 전설이 있는 용소폭포.

이곳에서 1.5㎞ 떨어진 용소폭포도 오래전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이 있다. 천년 묵은 이무기 두 마리가 용이 돼 승천하려 하다가 수놈만 승천하고 암놈은 미처 준비가 안 돼 이곳에서 굳어져 바위와 폭포가 됐다는 것이다. 이 폭포의 높이는 약 10m고 수심은 7m에 달한다. 주전골에서 흐르는 물은 1급수다. 버들개·날도래·가재 등 평소 볼 수 없는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고 있다.    
      
서쪽 내설악, 동쪽 외설악에도 만경대
설악산국립공원에는 내설악·외설악·남설악 지구에 만경대(萬景臺)가 하나씩 있다. 만경대란 명칭은 ‘1만 가지 경관을 볼 수 있다’는 뜻에서 붙여졌다. ‘많은 경관을 바라볼 수 있다’는 뜻에서 망경대(望景臺)라 불리기도 한다.

강원도 인제군 북면 용대리 내설악 지구에 있는 만경대는 오세암 바로 앞의 해발 922.2m인 봉우리다. 이 만경대는 2013년 3월 11일 국가지정 문화재 명승 제104호로 지정됐다. 용의 이빨처럼 날카로운 암봉들이 성처럼 길게 둘러쳐져 있는 모습의 ‘용아장성(龍牙長城·명승 제102호)’, 생긴 모습이 공룡이 용솟음치는 것처럼 보인다는 ‘공룡능선(恐龍稜線·명승 제103호)’ 등의 절경을 조망할 수 있다.

속초시 설악동 외설악 지구에 있는 만경대는 화채능선의 화채봉(華彩峰)에서 양폭으로 내려오는 길 중간 부분에 있다. 이 만경대에선 1000개의 바위가 마치 불상을 늘어놓은 듯하다는 ‘천불동계곡(千佛洞溪谷·명승 제101호)’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이번에 개방되는 양양군 서면 오색리 남설악 만경대는 흘림골과 주전골 사이에 있어 만물상(萬物相)과 백두대간(白頭大幹) 등 그림 같은 비경을 한 곳에서 보는 것이 가능하다.

설악산은 서쪽 인제군 쪽을 내설악이라 한다. 동쪽 속초시와 고성군·양양군 쪽은 외설악, 이를 다시 북내설악·남내설악, 북외설악·남외설악으로 구분한다. 산은 대부분 화강암류로 형성돼 있다. 하지만 곳에 따라 흑운모화강암·화강반암·화강편마암·홍색화강암 등이 분포돼 있다.

양양=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46년 만이군요, 한눈에 보는 만 가지 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