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더슨 공군기지와 해군기지 등 포진... 중국·북한의 군사력 확장에 대응할 전초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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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운데 인민군 창건일은 김정일의 선군정치 강화로 가장 늦은 1996년 국가 명절로 지정됐다. 원래 북한 인민군은 해방 후인 1948년 2월 8일 설립됐다. 북한은 1977년까지 이날을 건군절(건군기념일)이라고 부르며 국가 공휴일의 아래 단계인 기념일로 쇠어왔다. 그러다 1978년 4월 25일을 인민군 창건일로 지정하면서 2월8일은 오랫동안 무시됐다. 달력에도 표시되지 않았다.
북한, 법정 공휴일에 첫 핵실험
그런데 북한은 2015년부터 2월8일을 새롭게 국가 명절로 지정하고 기념행사를 치렀다. 이제는 거의 사라진 생존 빨치산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는 김정은이 군의 환심을 사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2월8일을 김정은 시대의 새로운 국가 명절로 정착시켜 북한 주민들에게 자신의 위엄을 보이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김정은이 법정 공휴일에 핵실험을 감행한 것은 내부 정치적인 이유가 있다고 분석할 수밖에 없다.
이변은 이뿐이 아니다. 북한은 2006년 10월9일 첫 핵실험을 한 이래 약 3~4년의 간격을 두고 실험을 반복해왔다. 2차 핵실험은 2009년 5월25일, 3차는 2013년 2월12일, 4차는 올해 1월6일에 이뤄졌다. 이번 5차 핵실험은 4차 이후 8개월 만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또 다른 이변이다. 이는 앞으로 북한의 핵실험 주기가 더욱 짧아질 수도 있다는 추측을 부르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안에 6차 핵실험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한·미 국방 당국에서 나오고 있다. 올해 후반기 미국 대통령 선거일(일반 유권자에 의한 투표일)인 11월8일(11월의 둘째 화요일), 성탄전야인 12월24일이나 성탄절인 12월25일, 제야의 종소리가 울리는 12월31일 등을 노려 핵실험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있다.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핵의 미디어학이다. 5차 핵실험을 북한의 사회주의 명절인 9월9일에 맞춰 했다면 6차 핵실험을 노동당 창건일인 10월10일에 하지 말란 법도 없다.
북한의 의도와 함께 이에 대한 미국의 대응에도 관심이 쏠린다. 북한이 5차 핵실험을 하자 미국은 괌 기지의 폭격기를 발진시키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미국은 9월13일 초음속 전략폭격기 B-1B 랜서를 한반도에 전개시켰다. 당시 태풍 때문에 한반도 비행이 하루 늦어져 논란을 낳기도 했다. B-1B는 경기도 오산 공군기지 주변을 선회하고 돌아갔다. 여드레가 지난 9월21일에는 B-1B 2대가 다시 한반도에 날아왔다. 북한이 9월9일 5차 핵실험에 이어 9월20일 장거리 로켓 엔진 실험까지 한 직후다. 북한이 9월9월 실험한 핵폭탄을 소형화한 후 20일 발사 실험한 장거리 로켓에 실으면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장거리 핵미사일로 변한다. 이날 시험한 로켓을 4개를 묶으면 미국 본토를 본격적으로 위협할 수 있는 장거리를 비행할 수 있는 전략 미사일, 즉 대륙간탄토미사일(ICBM)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이 두 시험을 연속으로 했다는 것은 북한의 도발 위협이 고도화, 가시화하고 있다는 증거다.
9월21일 오후 1시10분쯤 오산공군기지 상공에 도착한 2대는 한국 공군의 F-15K 2대와 주한미군의 F-16 2대의 호위를 받으며 기지 상공을 선회했다. B-1B 중 1대는 선회 후 괌 기지로 돌아갔지만 다른 1대는 오산 기지에 착륙했다. B-1B의 한국 착륙은 또 다른 이례적인 일이다. 착륙한 B-1B는 괌 귀환 일정을 마치지 않고 오산 기지에서 24시간 대기했다. 북한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며 군사적으로 압박한 것이다.
괌에서 출격한 B-1B의 이례적 한국 착륙
적의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스텔스 기능까지 갖춘 B-1B는 미군 전략 무기의 핵심 중의 핵심이었다. 이 때문에 소련이 특히 두려워했던 무기체계다. 전략적 균형을 깨뜨릴 수 있다는 것이었다. 전략적 균형이 무너지면 핵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커지게 마련이다. 결국 소련의 항의를 받은 미국은 소련과의 협상 과정에서 B-1B에 핵무기를 탑재하지 않기로 했다. 이 때문에 이 가공할 위력의 장거리 폭격기는 전략 무기에서 전술 무기로 용도가 바뀌었다. 순항 미사일 등 정밀유도무기를 탑재하고 전술 목표를 멀리서 공격하는 장거리 다목적 폭격기가 된 것이다.
따라서 이 폭격기가 한반도에 전개한 것을 두고 북한은 핵전쟁 연습 운운하며 비난하지만 근거 없는 이야기다. 이 폭격기의 유사시 한반도에서의 임무는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출격해 북한의 주요 전술 목표를 타격하는 것이다. 레이더에도 걸리지 않는 강력한 스텔스 기능이 있는 만큼 북한군이 두려워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사거리가 긴 순항미사일을 발사한다면 북한 상공까지 접근할 필요도 없다. 한반도 근처에만 오면 북한의 방공망을 두려워할 필요 없이 평양을 폭격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미 본토에서 날아오는 장거리 폭격기의 중간 거점
북한이 도발하면 괌 기지에서 한반도로 미군의 폭격기가 출격하는 것은 2013년 북한의 핵실험 때부터 하나의 공식으로 자리 잡았다. 2013년 당시에는 B-52H와 B-2A 스텔스 폭격기는 물론 미 공군의 최신예 스텔스 전폭기인 F-22 랩터도 참여했다. 미군은 2004년부터 괌의 엔더슨 공군기지에 B-1B 랜서, B-2A스피릿, B-52H 등 장거리 폭격기를 집중배치하고 있다.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가 특히 중요한 것은 인도양의 영국령 디에고 가르시아 기지와 함께 미국 본토 밖에서 B-1B 랜서를 운용하는 드문 공군기지라는 사실이다. 미군은 이라크 전쟁 당시 B-1B를 비롯한 장거리 폭격기를 미 본토에서 출격시켜 이라크의 전술 목표를 폭격했다. 이 과정에서 디에고 가르시아 기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한반도의 유사시 괌은 디에고 가르시아를 넘어서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미 본토에서 날아오는 장거리 폭격기의 중간 거점이 되는 것은 물론 직접 한반도로 출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륙중량이 21만6000kg에 이르기 때문에 엄청난 양의 폭탄을 탑재할 수 있는 대신 이착륙 거리가 그만큼 길 수밖에 없다. 오산 기지에 착륙은 했지만 폭탄을 만재하지 않고 조절했을 가능성이 크다.
괌에는 앤더슨 공군기지와 괌 해군기지가 있다. 두 기지는 45km 정도 떨어져 있으며 주 기지의 중간에 있는 니미츠 힐의 기지에 위치한 마리나 지역 합동사령부가 지휘한다. 이처럼 괌은 동아시아 미군 군사력의 핵심 허브다. 괌은 1521년 세계 일주 중이던 포르투갈의 마젤란이 도착하면서 서방 세계에 처음 알려졌다. 이후 300년 이상 스페인이 지배하다가 1898년 미국-스페인 전쟁 결과 필리핀과 함께 미국이 지배하게 됐다. 독립을 얻은 필리핀과 달리 괌은 미국의 영토가 됐다. 미국 본토와는 별도의 자치권이 있다.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이 점령했으나 미군이 다시 탈환했다. 이 조용한 태평양의 섬은 냉전 이후 서태평양과 동아시아에서 미국 무력의 거점이 됐다. 필리핀에 있던 미군 기지가 해체되거나 축소되면서 괌의 전략적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특히 중국의 군사력이 갈수록 확대되면서 괌은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전략적 이익을 지키는 군사적 전략기지가 됐다.
게다가 괌은 오키나와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전력이 옮겨갈 가능성이 큰 지역이기도 하다. 일본에는 5만1800여 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2만8500명의 주한미군보다 많다. 주일미군은 해군이 주축이다. 태평양함대사령부 예하 7함대 소속 1만1500여 명과 7함대 소속이 아닌 6700여 명의 해군이 주둔한다. 1만9000명의 해병대가 다음이며 1만2000여 명의 병력을 갖춘 공군이 그 뒤를 잇는다. 육군은 2400여 명으로 많지 않다. 육군 중심의 주한미군과는 구성이 다르다.
병력 구성에서 보듯 주일미군은 해·공군, 해병대를 핵심으로 이뤄진 신속기동군이다. 한반도 유사시 비행기와 군함을 몰고 달려오는 구실을 한다. 주일미군은 북한의 도발과 같은 한반도 분쟁 때 신속대응전력을 파견하는 역할을 맡을 수밖에 없다. 후방기지 역할을 맡아 군수물자를 보급하는 임무도 당연히 맡는다. 한반도 유사시에는 일본 본토에 위치한 요코스카와 사세보 해군기지, 요코다 공군기지, 캠프 자마 육군기지와 오키나와의 가데나 공군기지, 화이트비치 해군기지, 후텐마 해병대 기지 등 주일미군의 7개 기지가 한반도 지원을 담당하도록 돼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의 도발을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 분쟁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분쟁지로부터 1~2시간 안에 공군 전력을 투입하려면 오키나와에 미군이 필수적으로 주둔해야 한다는 점이다. 여기서 문제는 오키나와의 미군 기지 존속의 지속가능성 여부다. 현재 주일미군 병력의 절반이 오키나와 본섬에 주둔한다. 일본에 있는 미군기지 89개 중 일본 본토에는 52개가 존재한다. 나머지 37개는 오키나와에 있는 기지다. 오키나와 본섬은 면적이 1206㎢로, 1848㎢인 제주도 면적의 65% 크기 정도다. 그런 좁은 섬에 주일미군의 절반이 몰려 있다 보니 주민과의 갈등 등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특히 후텐마 기지는 활주로 주변에 오키나와 주민의 주거지가 밀집해 사고 위험이 크다. 이에 따라 주민들의 기지 이전 요구가 만만치 않다. 하지만 오키나와는 물론 일본의 다른 지역에서 이 기지가 옮겨갈 마땅한 지역이 없다. 이에 따라 미국령인 괌으로 옮기는 방안이 오래 전부터 추진돼왔다.
오키나와 기지 철수의 대안으로도 중요성 부각
채인택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