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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특집 단풍&억새 | 치악산 르포]

산야초 2016. 10. 14. 22:32

[시즌 특집 단풍&억새 | 치악산 르포]

올 가을은 신라시대 산성에서 단풍 봅시다!

입력 : 2016.10.07 10:41

10월 단풍철 맞아 개방하는 영원산성 코스 답사

 “치악산은 어디나 이렇게 막판에 산길이 가팔라 힘듭니다. 조금만 더 가면 완만한 능선이 시작되니 힘내세요.”

치악산산악구조대 전민택 대장이 산길 가운데 주저앉아 숨을 고르는 일행을 보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 코가 닿을 듯 가파른 비탈길은 치악산 주능선을 밟으려는 등산객들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다. 해발 1,000m가 넘는 높은 산이 익숙지 않은 평범한 등산애호가들에게는 고통스런 구간이다. 하지만 그 한계를 넘어서면 산도 몸도 부드러워지는 놀라운 경험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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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사 대웅전 앞으로 이어진 숲길을 걷고 있다.
이번 치악산 산행은 올 가을 새롭게 열리는 영원산성 코스 답사가 주목적이다. 원주시 판부면 금대리 산자락에 위치한 영원산성은 신라시대에 쌓았다고 전해 오는 유서 깊은 산성이다. 그동안 출입이 통제되어 왔으나, 탐방로 정비가 마무리되는 10월 초 정식 개방될 예정이다. 오랜 세월 베일에 싸여 있던 치악산 속 성벽 길을 미리 돌아보았다.

보문사 통해 주능선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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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산성과 주능선을 잇는 가파른 계단길.
산행은 원주시내에서 접근이 쉬운 행구동 국형사 기점에서 시작하기로 했다. 이곳에서 보문사까지 이어진 도로를 이용하면 손쉽게 고도를 높여 시간을 단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문사부터 산길을 타고 향로봉 삼거리로 올라 주능선을 밟은 뒤, 향로봉(1,043m)을 거쳐 남대봉(1,182m)으로 가다가 영원산성으로 내려설 계획이다. 예정대로 진행한다면 큰 어려움 없이 한나절에 산행을 마칠 수 있는 코스다.

국형사 입구 주차장에서 호젓한 도로를 따라 조금 오르니 자그마한 ‘행구탐방지원센터’ 건물이 보였다. 차량 통제용 차단기를 지나면 좁은 포장도로가 골짜기를 따라 보문사까지 이어졌다. 제법 가파른 찻길이지만 등산객의 입장에서 보면 초급자 코스다. 마음 편하게 주변 계곡의 짙은 숲을 감상하며 걸어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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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주능선의 헬기장을 지나가고 있다.
해발 700m에 육박하는 높은 산허리에 자리 잡은 보문사는 계곡 조망이 시원한 사찰이었다. 가파른 산비탈 벼랑 위에 세워진 절이지만 답답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본격적인 산행에 앞서 숨을 고르기 좋은 장소였다. 이곳에 있는 보문사칠층석탑은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103호로 지정된 특이한 유물이다. 높이 1m 정도에 불과한 작은 탑이지만 해인사와 금산사·법주사 등에서만 볼 수 있는 점판암으로 된 석탑이다. 일명 청석탑(靑石塔)이라 불리는 것으로 특이한 짙은 색상이 눈길을 끌었다.

보문사에서 시작된 산길은 곧이어 급사면을 타고 하늘로 치솟았다. 숨 돌릴 공간조차 허락되지 않는 거친 된비알에서 땀을 흠뻑 쏟았다. 바로 이 가파른 산세가 ‘치가 떨리고 악에 받치는 산’이라는 치악산의 별명을 만든 장본인이다. 치악산 특유의 아찔한 비탈이 향로봉 삼거리까지 계속됐다. 절에서 주능선까지의 거리는 700m 정도지만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원주시 조망 좋은 향로봉 전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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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로봉 전망대에서 본 원주시가지 조망.
주능선에 올라 땀을 식혀 주는 시원한 바람을 즐기며 완만한 산길을 따라 향로봉으로 이동했다. 숲이 우거진 굵은 능선을 타고 잠시 걷다 보니 아담한 정상석이 세워진 향로봉 꼭대기에 도착했다. 원주 시가지가 내려다보이는 서쪽에 전망데크가 조성되어 있었다. 하지만 구름이 짙어 조망이 전혀 터지지 않았다. 이곳은 치악산 주능선에서 손꼽는 전망 포인트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여기를 지나면 남대봉 가까이 가야 전망이 좋은 곳이 나옵니다. 오후가 되면 날씨가 갠다고 했으니, 여기서 점심을 먹으며 기다리는 게 좋겠습니다.”

주능선 풍광 촬영을 위해 치악산 공원시설관리와 운영을 맡고 있는 권오진씨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배낭을 벗어 바람에 말리고 바닥에 앉아 도시락을 꺼내 먹었다. 마침 산정을 감싸고돌던 구름이 조금씩 걷히며 물결치듯 햇볕이 쏟아졌다. 화려한 조명 속에서 만찬을 즐기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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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산성 주변에는 뱀이 자주 출몰한다.
통나무 의자가 놓여 있는 향로봉 전망데크는 지금껏 본 휴식처 가운데 가장 환경이 좋은 장소였다. 그곳에서 편하게 앉아서 식사를 즐기고 있는데, 갑자기 돌풍과 함께 파란 하늘이 모습을 드러냈다. 높은 건물들이 즐비한 혁신도시의 선명한 실루엣도 눈에 들어왔다. 한 시간 가까이 학수고대하던 조망의 순간이 찾아온 것이다. 모두들 전망대 끝의 난간으로 몰려가 서둘러 사진을 찍었다.

식사와 촬영을 무사히 마치고 다시 산행을 시작했다. 울창한 숲과 가을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헬기장을 통과해 능선을 따라 이동했다. 산길 양옆으로 벼랑 같은 급사면이 형성된 전형적인 산줄기 종주 산행 코스가 한동안 계속됐다. 그렇게 1시간 정도 천천히 걷다 보니 ‘영원사 1.9km, 향로봉 2.6km’라고 표기된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에 도착했다.

“영원산성 코스는 여기서 오른쪽으로 내려서야 합니다. 그런데 주능선을 타고 조금 더 가면 남대봉이 잘 보이는 전망대가 있습니다. 그렇게 멀지 않으니 잠시 다녀오는 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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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악산 부곡계곡 단풍<원성호·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시원한 주능선 조망 사진이 아쉬웠던 취재팀의 마음을 헤아리고 있던 권오진씨가 말했다. 망설일 것도 없이 그가 알려준 촬영 포인트를 향해 이동했다. 최근 주능선 산길을 정비해 급경사 구간의 철제 난간들이 계단으로 변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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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악산의 시선<김시동·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계단을 통과해 주능선 옆의 돌출된 바위지대에 올라서니 남대봉으로 뻗은 주능선이 한눈에 들어왔다. 서쪽으로는 구름에 가려 희미했던 원주시가지가 서서히 잠에서 깨어나고 있었다. 북쪽으로는 치악산 주봉인 비로봉(1,288m)이 날카로운 모습으로 존재감을 뽐냈다. 이 능선 상의 전망바위는 치악산 안팎을 골고루 돌아볼 수 있는 멋진 장소였다.

영원산성길 바위지대에 계단 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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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로봉 정상에 도착한 답사팀.
전망바위에서 영원산성 삼거리로 다시 돌아와 산성을 향해 방향을 틀었다. 초입부의 산길은 아직 정식 개통되지 않아 수풀이 가득했다. 하지만 50m쯤 진행하면 곧바로 계단이 시작되며 급격히 고도를 낮추기 시작했다. 경사가 급하고 바위가 많아 시설물이 없다면 만만치 않은 곳임이 분명했다. 연이어 나타나는 계단을 타고 급사면을 빠져나오니 길옆으로 나지막한 축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영원산성이었다.

영원산성은 원주 동남쪽 치악산 자락 해발 700~970m에 이르는 높은 지대에 위치한 산성이다. 북서쪽으로 치악산 향로봉이 동쪽으로 남대봉, 동남쪽으로는 시명봉이 둘러싸고 있다. 상원사로 가는 계곡길 중간에 위치한 영원사 뒤편 970고지의 능선을 따라 석축된 성이다.

영원산성은 신라 문무왕 또는 신문왕 때에 쌓았다고 전해지고 있으나 확실한 고증이 없다. 후삼국의 혼란기에 양길(梁吉)과 궁예(弓裔)가 이곳에 거처하면서 인근 고을을 차지했다는 설도 있다.

문헌에는 ‘영원성’이라 하여 둘레가 3,749척이며, 성 안에 우물 한 개와 샘 다섯 개가 있었다고 전해진다. 현재는 둘레 4km 정도의 석축이 남아 있으며 높이는 1〜3m다.

외적의 침입이 있을 때에는 원주와 이웃 고을 주민들이 이곳으로 피란 와서 지키던 곳이라 알려져 있다.

영원산성은 주봉인 970고지를 중심으로 좌우의 능선을 따라 산성을 쌓아 남북으로 긴 모양을 하고 있다. 그리고 해발 700~970m에 이르는 고저의 격차가 큰 지대에 축조해 주봉 부근에서는 성내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구조다. 지금도 발굴이 진행 중이며 남문지 일대의 성곽이 복원된 상태다. 이번에 개방되는 등산로는 영원사에서 산성 남쪽을 따라 주능선으로 이어지는 구간에 조성되었다.

[시즌 특집 단풍&억새 | 치악산 르포]
주능선에 가까운 산성 상부는 허물어지거나 수풀에 뒤덮인 곳이 많지만, 하단부는 어느 정도 복구되어 제대로 된 성곽의 형상을 갖추고 있었다. 향후 남문 등을 복원할 예정이라 하는데 아직은 터만 잡아둔 상태였다. 산성 내부의 샘이나 건물지 등의 유적 발굴이 진행 중이라 한다. 하지만 긴 세월이 흐르면서 성곽 안팎으로 빼곡하게 숲이 우거져 겉으로는 특별한 것이 없어 보였다.

가파른 산성을 타고 내려오다 보니 간간이 똬리를 틀고 있던 뱀들이 도망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동안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던 곳이니 그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환경이었을 것이다. 당분간 영원산성을 지날 때는 뱀을 조심해야겠다.

성곽 구간을 빠져나와 숲으로 들어서니 산길은 순식간에 계곡을 향해 머리를 낮췄다.

잠시 편안한 흙길을 따라 걷다 보니 어느새 영원사 법당 지붕이 발 아래 있었다. 영원산성 산행도 이제 종착지가 멀지 않았다. 물론 산길이 끝나도 영원사에서 금대분소까지 2km가 넘는 계곡길이 남아 있다. 하지만 편안한 도로 구간이라 산책하듯 가볍게 걸으며 마무리하면 오늘 산행도 끝이다.

[치악산]

1,288m
원주시 행구동·판부면·횡성군 강림면

산행 거리 8km
산행 시간 4시간
산행 난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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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길잡이

10월 초 개방되는 치악산 영원산성 코스는 산행 중에 성곽이라는 사적을 접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험한 산중에 성을 쌓고 외적의 침입에 대비한 조상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아직 발굴과 복원이 진행 중인 곳이라 말끔한 유적들과 비교하기는 힘들지만 자연스러운 모습 또한 볼 만하다.

영원산성 코스는 금대리 영원사에서 주능선에 이어지는 2km 남짓한 지능선에 조성되어 있다. 절 뒤편의 능선을 타고 오르며 하단부의 복원된 산성과 상단의 무너진 성곽을 통과해 주능선으로 오를 수 있다. 산성에서 주능선으로 이어진 가파른 바위지대에 계단시설을 조성해 안전하게 오를 수 있도록 했다.

영원사에서 주능선까지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 소요된다.

영원산성 코스를 이용하면 금대리 기점의 금대봉 원점회귀 산행이 가능하다. 영원사계곡을 타고 상원사를 돌아보고 금대봉을 오른 뒤, 영원산성길로 다시 영원사로 돌아오는 코스로 산행이 가능하다.

대중교통이 불편해 자가용을 많이 이용하는 금대리 기점 등산객들에게 안성맞춤인 코스다.

취재팀이 답사한 것처럼, 행구동 기점에서 주능선을 오른 뒤 영원산성길을 통해 금대리로 하산하는 것도 하루 산행코스로 괜찮다. 향로봉에서 치악산 자락의 장쾌한 조망을 감상하고, 산성을 걸으며 사적을 접하는 것도 의미 있는 산행이라 할 수 있다. 행구동 국형사 앞에서 시작해 보문사를 경유 향로봉에 오른 뒤, 영원산성길로 금대리분소까지 약 8km로 4시간 정도 소요된다.

금대 에코힐링 캠핑장

금대리 영원사로 들어가는 입구에 위치한 야영 공간으로, 치악산의 우수한 자연과 역사문화 환경이 장점이다. 이곳은 소음과 매연 등 공해가 없는 독립형 야영지로 조성되어 있으며, 시원한 나무그늘이 펼쳐져 쾌적한 야영을 즐길 수 있다.

총 48동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1구역당 이용료는 1만3,000원(성수기 1만6,000원)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예약사이트(https://reservation.knps.or.kr)에서 인터넷예약을 통해 사용이 가능하다.

문의 033-763-5232.

찾아가는 길

산행기점인 국형사 입구까지 원주시내에서 버스가 다닌다. 원주역 건너편 버스정류장에서 8-1, 81번 버스를 타고 성문사 입구에서 내린다. 국형사 경유 보문사까지는 약 2km 거리. 쉬지 않고 걸어갈 경우 1시간 정도 걸린다. 원주역에서 택시를 타면 약 30분 거리로 요금은 9,000원 선.

원주시내에서 금대리까지는 원주역이나 구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서 21, 22, 23, 24, 25번 버스를 타면 된다. 산행 후에는 구룡사에서 41번 버스를 타고 원주시내로 간다. 관설동에서 구룡사행 41번 버스는 1일(05:35~21:50) 20분 간격 운행. 버스터미널로 가려면 ‘한일주유소’에서 내려 31, 33, 34, 35번 버스를 갈아타야 한다.

숙식(지역번호 033)

금대리 영원사 입구에 황토골민박(762-3241), 계곡산장(763-3087), 진선미민박(762-1488), 청운산장(763-5884), 금대장여관(763-6663)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