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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지만 맛있는 소스·의외의 장소… 모든 게 색다른 고깃집

산야초 2016. 12. 8. 22:38

낯설지만 맛있는 소스·의외의 장소… 모든 게 색다른 고깃집

입력 : 2016.12.08 04:00

[맛집, 최전선] 이태원 '텅앤그루브조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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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성 한우 등심.
고깃집 이름이 '텅앤그루브조인트(tongue-and-groove joint)'라고 했더니, 영어깨나 한다는 분이 "소혀(텅·牛舌)와 도가니(조인트)를 파는 식당이냐"고 물었다. 메뉴판 안쪽에 '입안의 즐거운 리듬이 완벽한 결합으로 느껴지는 곳'이라는, 멋지지만 이해가 잘 안 되는 추상적인 설명이 인쇄돼 있었다.

사전을 찾아보니 텅앤그루브는 건축용어였다. 한국말로는 '홈이음'. 나무판자나 석재를 연결할 때 한쪽에 홈을 파서 끼워 맞추는 결합법이다. 식당 주인은 "가게 이름에 혀라는 단어를 한번 써보고 싶었다"며 "그루브가 홈이란 뜻도 있지만 '리듬'이란 뜻도 있고, 그루비(groovy)가 '멋진' '근사한'이란 뜻이 있어서 붙였다"고 설명했다.

이 어려운 이름의 식당을 쉽게 설명하자면 '색다른 조합을 다양하게 시도하는 고깃집'일 듯하다. 식당과 식당이 들어선 장소부터 심상찮은 조합이다. 서울 이태원 소방서 뒤, 게이·트렌스젠더 바가 즐비한 골목에 있다. 고깃집이 흔히 들어설 지역은 아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클럽에 들어선 듯 어둡고, 크게 틀어놓은 힙합·라운지 음악이 흘러나온다.

고기 찍어 먹는 양념에서 또 새로운 조합을 시도했다. 자리마다 종지 3개가 놓여있다. 하나는 흔한 소금이지만, 나머지 둘은 낯설다. 불그스름한 빛을 띤 기름장은 참기름에 중국집에서 나오는 고추기름이 섞여있다.

초록색 소스는 향채(香菜)를 갈아 만든 페스토(pesto)이다. 페스토는 이탈리아에서 파스타를 버무리거나 빵에 발라 먹는 소스로, 주로 향신료의 일종인 바질과 올리브오일·치즈·소금 등을 섞어 만든다. 페스토를 바질 대신 향채로 만든 것도 색다른데, 이걸 고기에 찍어 먹으라고 내놓았다. 그런데 의외로 고기와 궁합이 좋다. 향채 냄새가 고기의 느끼한 맛을 잡아주면서 고소한 맛을 도드라지게 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한우 등심·안심과 돼지 삼겹살·목살은 숙성시켜 풍미를 끌어올렸다. 종업원이 구워주는 고기를 씹어보면 버터처럼 고소한 맛이 입안에 감돈다. 숙성하지 않은 생(生) 양갈비는 노린내 없는 1년 미만 어린 양(lamb)의 것만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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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그릴대파 돌솥밥. 보리새우 계란찜.
고기에 곁들여 먹는 사이드 메뉴도 익숙한 듯 새롭다. 계란찜은 흔히 새우젓으로 간을 하는데, 이 집에서는 마른 보리새우로 대신했다. 이태원이라는 지역 특성상 외국인 손님이 많은데, 젓갈 냄새에 익숙하지 않은 분이 많아 개발하게 됐다고 한다. 새우젓을 넣었을 때보다 감칠맛은 약간 덜하지만 구수한 맛이 감돌았다. 점심에만 내는 한우 차돌박이와 부추를 올린 돌솥밥이나 구운 대파와 간장으로 양념에 구운 소고기를 올린 돌솥밥이 다른 고깃집에서 보기 어려운 메뉴다. 소고기 국수 전골도 점심에만 판다. 얼큰하고 묵직하게 끓여낸 김치찌개는 점심·저녁 다 된다.

한우 안심 4만1000·등심 3만9000·꽃새우살(꽃등심) 4만9000·차돌박이 2만7000원(각 150g), 간장 숙성 불고기 2만7000원(190g), 국내산 돼지 목살 1만6000·삼겹살 1만5000원(각 150g), 생 양갈비 2만9000원(210g), 보리새우 계란찜 5000원, 육회 2만2000원, 메밀·김치 냉국수 각 5000원, 된장찌개·김치찌개 7000원. 점심: 소고기 국수전골 1만7000원(2인분 이상), 차돌부추 돌솥밥·그릴대파 돌솥밥 각 1만원. 서울 용산구 보광로60길 7, 연중무휴, (02)790-7036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