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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입에 눈을 감고, '무릉도원'에 눈을 뜨다

산야초 2016. 12. 18. 22:58

'차' 한입에 눈을 감고, '무릉도원'에 눈을 뜨다

  • 미디어취채중국팀   
  • 입력 : 2016.12.15 19:19

    - 주자, 무이구곡계 무릉도원이라 표현해
    - 중국 10대 명차 중 하나인 대홍포 재배지

    미국이 블랙 프라이데이를 맞은 다음 날 한국에는 올해 첫눈이 날렸다. 인천공항에서 4시간, 다시 샤먼 기차역에서 약 4시간을 달려 도착한 무이산시. 이곳의 푸른빛을 띠는 찻잎들을 보자 지금이 겨울 맞나 싶다. 무이산역에서 사방이 온통 차밭으로 둘러싸인 길을 달리길 20여 분. 무이산 입구에 북적이는 인파 속에서 한국인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역사적, 인문학적 가치와 잘 보존된 생태환경 덕분에 1999년 유네스코 세계복합유산으로 지정됐다. 차를 좋아하는 중국인 사이에서는 관광지로 인기가 높다.

    무이산은 복건성과 강서성의 경계를 이루며 550km를 달리는 무이산맥의 주봉이다. 습도가 높고 안개가 많이 끼는 차 재배에 유리한 기후 요건을 갖춰 암차가 유명하고 차 재배가 활발하다. 천유봉 정상까지 오르는 시간은 1시간 채 걸리지 않는다. 해발 408.8m로 비교적 낮은 봉우리기 때문이다. 등산로 3분의 1지점에서는 가파른 은병봉, 천유봉, 옥화봉 등 총 6개의 암봉으로 둘러싸인 곳에 차밭인 다동(茶洞) 등장한다. 가장 좋은 차가 나온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다.

    천유봉 중턱에 위치한 관폭정 오르면 정면으로는 9곡 중 6곡이, 뒤로는 폭포가 흘러내린다. 굽이치는 계곡을 따라 흘러내려 가는 뗏목도 간간이 눈에 들어온다.

    천유봉 중턱에 위치한 관폭정 오르면 정면으로는 9곡 중 6곡이, 뒤로는 폭포가 흘러내린다. 굽이치는 계곡을 따라 흘러내려 가는 뗏목도 간간이 눈에 들어온다.

    결코 만만치 않은 등산로는 깨닫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다동에서부터 시작해 정상까지 이어지는 848계단은 최고 경사가 67도로, 가파른 곳에서는 무릎이 가슴팍에 닿을 정도다. 그렇게 넘어가는 숨을 붙잡고 산 중턱에 위치한 관폭정에 도착해 잠시 숨을 돌렸다. 정면으로는 9곡 중 6곡을 뒤로는 흐르는 폭포를 배경삼아 사람들은 너도나도 셀카봉을 들었다.

    다시 정상을 향해 몸을 돌리자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암석을 파서 만든 좁고 아슬아슬한 계단의 외길이다. 시멘트로 만들어진 난간은 금방이라도 절벽 아래로 떨어질 것 같아 흘리던 땀도 식어버렸다. 그렇게 아슬아슬한 곡예와 같은 등산을 마치고 마침내 정상에 올랐다.

    천유봉에 오르면 도교의 이상세계인 봉래선경(蓬萊仙境)에 들어선다고 한다. 정상에 세워진 천유각은 도교의 천궁(天宮)을 본떠서 만든 것이다. 여행 가이드 김건(32)씨는 “그런 의미에서 이곳을 오른 사람들은 나무에 저마다 소원을 적은 리본을 나무에 매단다”라고 말했다.

    천유봉 정상에 세워진 천유각 앞 나무에는 소원을 적어 매달아 놓은 붉은 리본이 빼곡하다.

    천유봉 정상에 세워진 천유각 앞 나무에는 소원을 적어 매달아 놓은 붉은 리본이 빼곡하다.

    무이산을 발로 올랐다면 이번엔 배로 유람할 차례다. 무이산 입구에서 셔틀버스로 약 30분가량을 달리면 수 십 대의 대나무 뗏목이 관광객을 실어 나르기 위해 정박한 곳에 다다른다. 무이구곡 뗏목은 총 300척, 사공은 600명에 이른다. 한 대당 최대 6명의 승객이 탑승하며, 두 명의 뱃사공이 앞뒤로 약 6m 길이의 대나무 장대를 이용해 배를 젓는다. '죽벌(竹筏)'이라 부르는 뗏목의 기원은 당나라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험한 산새에 육로 길이 없던 당시 차 무역을 위해 뗏목으로 복건성 복주까지 차를 날랐다. 그렇게 나른 차는 다시 영국 리버풀까지 수출됐다.
    9곡의 성촌 선착장에서 1곡의 무이궁까지 9.5km에 이르는 강줄기를 따라 무이산의 풍경구를 둘러볼 수 있다. 아홉 계곡을 도는 동안 옥녀봉, 대왕봉 등 36개의 봉우리와 99개의 바위를 감상할 수 있다.

    9곡의 성촌 선착장에서 1곡의 무이궁까지 9.5km에 이르는 강줄기를 따라 무이산의 풍경구를 둘러볼 수 있다. 아홉 계곡을 도는 동안 옥녀봉, 대왕봉 등 36개의 봉우리와 99개의 바위를 감상할 수 있다.

    구곡을 처음 구분지은 것은 중국 남송 시대(1127~1279년) 유학자인 주자(朱子)이다. 그는 무이산 봉우리를 굽이굽이 도는 구곡계(九曲溪)를 '무이도가(武夷櫂歌)'에서 무릉도원이라 표현했다. 계곡 굽이마다 펼쳐지는 산새는 신발이 물에 젖는지도 모를 정도로 넋을 빼놨다. 옥녀봉(玉女峯)과 대왕봉(大王峰)의 사랑 이야기도 그러했다. 지나간 풍경이 아쉬워 몇 번이고 뒤돌아봐 목이 뻐근하기까지 하다.

    무이산에서 내려오자 해는 뉘엿뉘엿 산 너머로 몸을 숨겼고, 산과 하늘의 경계가 어둠에 묻혔다. 여행객들이 떠난 산은 다시 고요하다. 무이산 여행의 2막 중 1막이 끝났다. 남은 이야기는 밤이 찾아오면 다시 시작된다. 산이 들려주는 남은 이야기를 듣기 위해 공연장으로 향했다.

    인상대홍포는 무이산 자연 무대를 배경으로 하는 것과 지역 주민들과 학생들 약 300여 명이 출연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인상대홍포는 무이산 자연 무대를 배경으로 하는 것과 지역 주민들과 학생들 약 300여 명이 출연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인상대홍포는 천년 만에 만나는 연인의 재회와 중국 10대 명차 중 하나인 암차 대홍포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장예모 감독이 연출한 7가지 '인상(印像)' 시리즈 중 하나로 무이산 자연을 무대로 한 것이 특징이다. 무이산시는 문화관광 사업에 주력하고 있으며 관광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향상시키고 있다. 인상대홍포는 중점 문화관광 사업 중 하나이다. 무엇보다 공연에는 전문 배우가 아닌 지역 거주민, 학생을 출연시켜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스토리의 흐름에 따라 약 3,000명의 관람석이 360도 회전하며 공연의 무대가 되는 강, 건축, 산의 무대를 시시각각 보여준다.

    스토리의 흐름에 따라 약 3,000명의 관람석이 360도 회전하며 공연의 무대가 되는 강, 건축, 산의 무대를 시시각각 보여준다.

    좌석의 시각반경은 20Km를 넘어서고, 사면 무대가 연결되어 있으며, 길게 늘어져 만 미터 길이의 웅장한 광경을 만들어 낸다. 그중에서, 무이산에서 가장 유명한 대왕봉, 옥녀봉이 눈앞에 펼쳐져 있을 뿐만 아니라, 무이산의 메이구 민가의 건축을 재현해 보여준다. 약 1시간 30분의 공연이 끝날 무렵 여성 단원들이 객석으로 올라와 홍포차를 한 잔씩 대접한다. 차 한 모금은 절로 눈을 감기게 하고, 낮에 본 무이구곡계의 풍경을 떠올리게 만든다.

    ※여행 Tip

    무이산(武夷山, Wǔyíshān)
    주소 :  福建省武夷山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