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값' 충분히 하는 가성비 끝판왕 막창 삼겹살
입력 : 2017.01.25 08:00
[방방곡곡 서민식당 발굴기]
충북 청주 금천동 <꼴값식당>
오징어 막창 삼겹살을 초벌로 구운 ‘탄구이’
불황기 극복 대안 마련을 위해 다시 벤치마킹에 나섰다. 그때마다 방문한 식당에서 일행들이 보이는 반응의 정도를 보면 그 식당의 가성비 수준이 대충 가늠된다. 지난 주 남쪽으로 내려갔다가 상경하면서 청주의 <꼴값식당>에 들렀다. 온종일 다른 식당에선 조용했던 일행들이 잠시 술렁거렸다. “이 정도 가성비라면 어떤 불황에도 살아남을 것 같다”면서. 이 집 메뉴판과 음식을 보니 나도 그들의 말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꼴값식당>은 주머니가 가벼운 사람도 부담 없이 들어와 실컷 먹고 마실 수 있는 주점형 식당이었다.
간판만 보면 이 집 이름이 약간 헷갈린다. ‘꼴값식당’과 함께 ‘정운식당’이라는 이름도 나란히 붙었다. 사연을 듣고 보니 재밌다. 처음 식당을 차린 주인장은 ‘꼴값식당’으로 이름 붙였다. 속어의 ‘꼴값’은 미처 생각지 못 하고 ‘제 값어치를 다하는 식당’이라는 의미로 지었다고 한다. 손님이 지불한 가격에 충분히 보답하겠다는 갸륵한 뜻이 담겼다.
그런데 개업 두 달 만에 찾아온 주인장 부친이 식당 이름을 보고 못마땅해 했다. 당장 고치라며 새 간판 값으로 200만원을 놓고 가시면서 지어준 이름이 ‘정운’이었던 것이다. 고민에 빠진 주인장은 사업자등록 등 공식적인 이름에는 ‘정운’을 쓰고 손님들에게는 그대로 ‘꼴값’을 쓰기로 했다. 이때부터 이 집 상호는 둘이 됐다.
오징어는 지금도 핵심메뉴다. 양파를 깔고 대파와 소스를 입혀서 구워낸 걸 가져온다. 매콤한 맛의 고추장 소스가 매력적인데 낙지볶음보다 오히려 낫다. 특히 오징어 특유의 탱글탱글하고 쫄깃한 식감이 물컹한 낙지보다 좋다. 막창과 삼겹살에는 숙주나물과 깻잎을 넣고 역시 고추장 소스와 함께 구워 매콤한 맛이 일품이다. 매운 맛은 손님 기호에 따라 3단계 중 선택이 가능하다.
막삼탄구이나 오삼탄구이 모두 처음 주문은 2인분이 기본. 그러나 이후 추가주문은 오징어탄구이(9000원)나 삼겹살탄구이(9500원) 모두 1인분씩도 가능하다.
이 메뉴가 매력적인 것은 공짜 메뉴가 푸짐하다는 점이다. 오삼탄구이 3인분을 주문하면 피자나 빙수 가운데 하나를 공짜로 먹을 수 있다. 4인분을 주문하면 피자와 빙수 둘 다 공짜다. 공짜라서 별로일 것 이라는 편견은 버려도 좋다. 벽에다 이렇게 써놨다. ‘공짜로 드리는 커피나 차 한 잔까지도 좋은 것을 드리고 싶습니다’, ‘꼴값은 공짜 음식에도 최선을 다합니다’라고.
빙수는 세숫대야를 방불할 만큼 큰 그릇에 빙수와 주먹만 한 바닐라와 녹차 아이스크림 두 덩어리가 들어갔다. 처음 보는 사람은 그 엄청난 양에 압도당한다. 피자는 얇은 도우에 고르곤졸라 피자를 올리고 구웠다.
공짜는 피자와 빙수만이 아니다. 처음 자리에 앉으면 기본 안주가 두 가지 나온다. 스파게티가 들어간 치킨(새우)샐러드 튀김과 부산수제어묵탕이다. 이것 역시 대충 만들어 내온 게 아니다. 특히 부산어묵탕에 들어간 어묵은 부산 삼진어묵을 쓴다. 4년 전, 처음 개업했을 때부터 거래를 해왔다. ‘삼진어묵’이 유명해지기 전이었지만 그때 제일 좋은 어묵을 골라 쓰다 보니 삼진어묵을 선택했다고 한다.
이 집은 기본적으로 주점이다. 탄구이는 밥반찬이 아니라 술안주다. 그러니 별다른 식사 메뉴가 없다. 그렇다고 배고픈 손님을 배고픈 채로 내보내지 않는다. 문 앞에 뜨거운 쌀밥이 그득한 밥통과 얼마든지 공짜로 먹을 수 있는 라면사리가 산처럼 쌓여있다. 이걸 공짜로 제공한 부산수제어묵탕 국물에 끓이거나 말아먹으면 그 맛도 기가 막히다. 무료라고, 혹은 너무 많이 먹는다고 주인장 눈치 볼 필요가 전혀 없는 분위기다.
배가 엄청 불렀지만 이게 일반 라면보다 더 맛이 좋았다. 무와 대파 등 10여 가지 재료로 끓인 육수 때문이다. 라면이 자꾸만 입으로 넘어갔다. 주인장 말로는 라면보다 너구리(2000원)는 훨씬 더 맛있다고 한다. 우리는 배가 너무 불러 그건 포기했다.
그래도 뭔가 제대로 식사를 하고 싶다면 주먹밥(4000원)을 주문하면 된다. 깻잎에 날치알과 주먹밥, 그리고 비닐장갑을 준다. 김 가루, 참깨, 후리가케, 단무지, 참기름이 들어간 주먹밥이다. 비닐장갑을 끼고 주먹밥을 조물조물 뭉쳐서 깻잎 위에 올린 뒤 남은 탄구이를 한 점씩 올려 싸먹는다.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식욕을 자극한다.
자정이 넘으면 ‘신데렐라의 밤’이라며 안주 없이 술만 주문하거나 빙수, 피자만 주문해도 된다. 또 탄구이 1인분만 주문해도 어묵탕을 서비스로 준다. 아마 그런 손님은 없겠지만 공짜 메뉴들로도 부족하다면 추가메뉴로 새우튀김 샐러드(7000원)나 부산수제 어묵탕(7000원)을 단품으로 주문 가능하다.
이 집에서 저렴한 가격과 함께 빼놓을 수 없는 또 한 가지 매력은 즐거움을 준다는 점이다. 계산대 앞에는 룰렛 게임기가 놓여졌다. 손님이 계산하면서 룰렛게임기를 돌려 당첨되는 상품은 쿠폰으로 발급해준다. 여기저기 붙여놓은 문구도 읽고 있으면 큭~ 하고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김치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오늘 담근 건 아니고, 제가 직접 예쁘게 썰었습니다’ ‘공기밥과 라면사리 눈치 보지 말고 마음껏!’ 이런 글귀 속에 유머는 물론, 주인장의 애교와 진정성이 엿보인다.
이 집은 6명이 와서 4인분만 주문해도 배터지도록 먹을 수 있다. 아무리 먹어도 대개 1인당 1만원이 넘지 않는다. 불황시대에 주인도 생존하고 손님도 생존하는 공존형 식당이다.
지출(4인기준) : 막삼탄구이(2인분) 2만2000원 + 오징어탄구이 9000원 + 주먹밥 4000원 + 소주 4000원 = 3만9000원
충북 청주시 상당구 산성로92번길 27 센타빌딩, 043-296-0009
글·사진 김현수 외식콘셉트 기획자·외식콘텐츠마케팅 연구소 (NAVER 블로그 '식당밥일기')
외식 관련 문화 사업과 콘텐츠 개발에 다년간 몸담고 있는 월간외식경영 발행인, ‘방방곡곡 서민식당 발굴기’는 저렴하고 인심 넉넉한 서민 음식점을 일상적인 ‘식당밥일기’ 형식으로 소개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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