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식재료 활용법, 겨울이 선사하는 향긋한 영양 식재료 굴
입력 : 2017.01.17 08:00 | 수정 : 2017.01.17 15:34
짭조름하면서도 탱글탱글하게 씹히는 굴은 겨울 별미로 손꼽힌다. 일반적으로 10월에서 이듬해 4월까지 채취하는데 추울수록 맛이 든다. 한파로 사람들이 잔뜩 웅크리는 요즘이 굴에게는 전성기인 셈. 바다의 우유라 불릴 만큼 영양소도 풍부해 주목할만한 식재료다.
돌에서 피는 꽃, 통영에서 주로 생산
굴은 주로 경남 통영시와 전남 여수시 등 남해안, 충남 보령과 천북 등 서해안에서 생산된다. 이중 통영산 굴이 국내 굴 생산량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통영 등 남해 쪽 굴은 주로 ‘수하식’으로 양식하는데 줄에 굴 포자를 매달아 바닷속에 수직으로 늘어뜨려 키우는 방식이다. 굴 포자는 해수의 플랑크톤 등 자연 생물을 양분 삼아 자라난다.
서해안에서는 바위를 갯벌에 가져다 두고 밀물과 썰물에 의해 굴 포자가 달라붙도록 하는 ‘투석식’으로 굴을 생산한다. 지난 12월 초 전남 신안군은 ‘수평끈식’ 양식법 도입으로 다가오는 3월부터 상품화된 굴을 선보이겠다고 발표해 향후 서해안산 굴 시장의 확대가 예측된다. 수평끈식 방식은 간조 차를 활용하기 때문에 굴이 햇빛에 노출되는 양식 환경이 자연산 굴과 거의 같다.
굴은 흔히 석화, 즉 돌에서 피는 꽃으로 묘사된다. 단단한 껍데기의 한쪽이 바다 암석에 달라붙어 자라나는 모습에서 기인한 이름이다. 다른 조개류에 비해 단백질, 철분과 칼슘 등의 영양소가 풍부해 빈혈 치료와 성장기 어린이에게 유용한 식재료다. 정력 보강에 좋은 아연도 풍부하며 피로 해소와 피부 미용에 도움이 되는 비타민, 무기질도 함유돼 있다.
조선시대 의학서인 「동의보감」에서는 “굴은 기력을 돕고 피부를 부드럽게 하며 얼굴색을 곱게 한다”라며 굴의 효능을 소개하고 있다. 또한 동물성 녹말인 글리코겐이 주된 성분으로써, 소화 흡수가 잘 되기 때문에 어린이와 노인 등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Q. 자연산 굴이 무조건 좋다?
A. 흔히 자연산 굴은 작고 양식 굴은 크며 둘 중 자연산 굴의 영양이 월등할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서해안의 투석식 굴이 이른바 ‘자연산’으로 분류되고, 남해 수하식 굴은 양식산이다. 두 방식 전부 사람 손길이 개입했으며, 먹이도 플랑크톤으로 동일하고 영양적으로도 큰 차이가 없다. 다른 점이 있다면 투석식 굴은 햇빛을 직접 보는 시간이 긴 만큼 먹이 섭취 시간이 적어 몸집이 작다는 것이다. 대신 향이 짙다. 반대로 수하식 굴은 크기가 커 씹는 맛이 좋다.
생으로 제공 시 민물은 NO
2016년 12월 말 수도권 수산시장 기준으로 중간 사이즈의 생굴 가격은 1kg당 1만원, 껍질이 중량의 대부분인 석화는 1kg당 2000원 정도다. 조리 시 껍데기가 필요한 굴찜과 굴구이 메뉴, 수족관이 있어 생물 상태로 보존 가능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알굴을 구매하는 편이 식재료 관리나 손질 면에서 편리하다.
<찌마기> 안양점 정재은 대표는 “사철 내내 조개류, 겨울철엔 석화찜에 집중하는 매장이기 때문에 외부 수족관이 있어 수산물 관리가 잘 되는 편입니다. 하지만 고깃집, 백반집 등에서 굴전, 굴밥 등의 계절메뉴를 생각한다면 손질된 굴을 사용하는 게 손익면에서 이익입니다”라고 말했다. 하루 주문량의 극히 일부분이기 때문에 필요한 만큼 사입하는 게 낫다는 의미다. 석화에 초장과 마늘, 고추 등을 곁들여 내는 경우에도 요즘 같은 불경기엔 가격 대비 비싸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고도 조언했다. 제공되는 개수가 명확하게 보이기 때문.
일반적으로 생굴을 제공할 때 주의할 점은 ‘냄새’다. 굴 특유의 향을 극찬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손사래 치는 사람도 많다. 굴메뉴로 재미를 보려면 후자의 소비자를 공략해야 함은 당연지사. 바다 태생의 굴을 세척한다는 취지로 정수된 물, 끓인 물 등 민물로 씻는 경우가 있는데 비린내가 심해지니 피해야 한다. 굴과 함께 포장된 해수에서 이물질만 씻어내고 사용해도 되고, 민물에 천일염을 녹여 해수 염도와 비슷하게 맞춘 뒤 굴을 씻어도 좋다. 민물만 피해도 본전은 된다.
제철 아닐 땐 가공품도 OK
굴은 독특한 맛과 부드러운 육질이 특징이기 때문에 생으로 먹을 때 고유의 맛을 가장 잘 느낄 수 있지만 조직이 연한 탓에 장기 보관이 어려운 식재료 중 하나다. 굴요리 전문점, 프랜차이즈나 급랭 시설을 갖춘 업소의 경우 자체적으로 물량을 확보해 냉동 굴을 활용해왔다. 굴의 형태와 맛을 유지하면서 보관 기간도 넉넉한 제품에 대한 수요가 꾸준했던 셈이다. 냉동굴 외에도 건조굴, 훈제굴 등의 활용도 또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수산물 가공 전문업체인 대일수산주식회사는 미국 FDA ISO22000 인증을 취득했고 HACCP 인증 기준에 따라 가공품을 생산하고 있는 업체다. 이곳 제품을 모델로 굴 가공품을 살펴보면 건조굴은 2~5월경까지 생산된 굴을 익혀 30~70℃에서 건조한 후, -18℃ 이하에서 냉동 보관한다. 그리고 냉동굴은 1~4월까지 생산한 굴을 -40℃에서 급속 동결시켜 만들며, 훈제굴은 자숙굴을 캔에 담고 해바라기유, 올리브유 등을 충진 후 밀봉·살균한 통조림 제품이다.
이중, 건조굴은 주로 중화요리에 활용도가 높다. 냉동굴보다는 쫄깃한 편이라 조림이나 볶음요리에 잘 어울린다. 냉동굴은 해동할 때 비린내 제거만 잘 하면 거의 모든 요리에 사용 가능하다. 국물요리와 튀김 등에 적용할 수 있는 재료다.
근래 무한리필 업소가 여기저기 생겨난 연어, 훈제해서도 많이 섭취하는 식재료다. 독특한 훈향이 입혀진 상태라 수산물 특유의 비린 맛이 덜해 호불호가 적다. 훈제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즉석식품으로써 요리가 이미 다 된 상태이기 때문에 가열처리 없이 바로 먹어도 된다. 연어샐러드 레시피에서 연어 대신 훈제굴을 활용할 수 있으며 골뱅이무침처럼 조리할 수도 있다.
INFO. 가공 굴의 활용
· 건조굴: 조림이나 볶음요리에 잘 어울림, 중화요리 활용도 높음
· 냉동굴: 거의 모든 요리에 활용 가능, 국물요리와 튀김에 잘 어울림
· 훈제굴: 샐러드 활용 가능
옆집은 어떤 메뉴를 선보이고 있나
사실 겨울에 가장 손이 많이 가는 굴요리는 굴국밥, 굴전 정도다. 따끈하면서 굴 맛이 살아있으니 선호도가 높다. 굴에 미나리를 비롯한 다양한 야채와 초고추장을 섞은 굴무침도 입맛 당기는 레시피다. 최근 쌀과 밥의 맛에 힘을 싣는 식당이 많아지는 추세에 따라 돌솥밥을 제공하는 등 차별화에 힘쓰는 집들이 늘고 있다. 이 경우 제철 굴로 어리굴젓을 마련한다면 두어 달치 밥도둑은 걱정 없다. 마늘과 생강 등 향신채의 배합, 단맛 정도 등만 조절하면 만드는 법도 어렵지 않아 매장에서 직접 담가도 무방하다.
이국적인 메뉴를 선보이는 업소도 더러 보인다. 큰 사이즈의 굴을 튀겨서 커틀렛으로 활용하거나 피자 토핑으로 올리는 등의 방식이다. 통영에 위치한 <더통영피자>는 피자와 파스타 메뉴에 굴을 적극 활용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굴이 치즈, 크림소스 등과 어우러지면서 독특한 풍미를 낸다는 평.
8가지 굴요리 코스로 저녁 2회전
<통영해물가> 방배점
레시피가 특이하지는 않지만 메뉴 조합에 변화를 주면 신메뉴로 탈바꿈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보통 3만원 정도면 굴찜이나 굴구이 같은 단품 메뉴를 즐길 수 있는데 이곳에선 1인 기준 1~2만원 선에서 굴요리 코스를 즐길 수 있다. 매장에서 가장 고가인 ‘이순신코스(2만7000원)’는 8가지 메뉴인 ‘석화찜+석화+굴무침+굴탕수육과 새우튀김+굴전+굴밥+청어구이+조개탕’으로 구성된다. 고가의 단품메뉴만 있는 매장의 경우 적은 인원이 방문하면 여러 가지 메뉴를 맛보기는 힘든데 이곳에서는 애초에 그럴 염려가 없다. 인원 수대로 주문하면 되고 부족한 메뉴는 1만원 대에서 추가 주문할 수도 있다.
메뉴가 다양해서 조리의 수고로움이 큰 편이고 음식 자체의 객단가도 높지 않은 편이지만 수익면에서는 문제없다. 주재료인 굴은 통영 본점에서 1차 검증을 거쳐 수급하고 있고 약 70좌석 사전예약률이 평균 80%를 넘는데다 저녁시간 최소 2 회전율을 보이기 때문.
주소 서울 서초구 방배천로2길 53
전화 (02)587-4982
뉴올리언스 스타일 굴요리
<PIER 17>
미국 남부도시 뉴올리언스 스타일의 수산물 요리를 선보이는 식당이다. 해마다 굴 시즌이 되면 ‘굴 페스티벌’ 기간으로 정해 생굴과 구운 굴, ‘오이스터 락펠러(1만6000원)’를 개시한다. 1800년대 뉴올리언스의 식당에서 처음 만들어진 오이스터 록펠러는 일반적으로 굴 껍데기를 반만 깐 뒤 알맹이 위에 시금치 채와 버터, 빵가루를 올려 오븐이나 석쇠에서 구워낸다. <피어세븐틴>에서는 시금치를 더욱 잘게 손질해 페이스트로 만들고 풍미를 더할 수 있는 치즈만 올려 굽는다. 진한 맛을 살리겠다는 의도다. 원형적 모습에서 빵가루가 제외되니 굴즙도 보존된다.
굴은 사이즈에 따라 10~12개 정도 제공되며 슬라이스 레몬, 바게트 예닐곱 조각도 함께 플레이팅 된다. 굴에 대한 소비자의 기호가 다양하다는 점을 감안해 하프 사이즈로도 판매한다. 굴 주문객의 경우 식사까지 겸하기 위해 라이스류를 추가 주문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주소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10길 13
전화 (02)549-5324
글·사진 제공 : 월간외식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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