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8.04 18:13
<블로그여행기>

싱가포르를 다시 찾았을 때 뎀시힐 Dempsey Hill은 두말할 것 없이 또 들를 장소로 일정에 넣었다. 조그마한 언덕에 오밀조밀 모여 있는 작은 미술관, 카페, 레스토랑이 모여 있는 곳이다. 보통의 풍경이랄까, 골목길의 소소한 풍경을 눈에, 마음에, 렌즈에 담는 여정을 좋아한다. 우리의 일상은 딱히 화려하지도 특별하지도 않다. 그렇기에 작고 소박한 것들이 전해주는 보통의 감정들은 이질감 없이 내게 다가온다.
작은 뎀시힐, 작은 미술관들

뎀시힐은 싱가포르 보타닉 가든에서 걸어서 30분 이내의 거리다. 택시나 버스를 이용하면 5-10분 내 금방 도착한다. 뎀시힐은 과거 영국 군인들의 주둔지였으며 the Central Manpower Base of Singapore ("CMPB")로 불렸다. 당시 영국군의 막사 건물은 1980년대 이후 고급 레스토랑과 카페, 골동품상으로 변하였다. 지금은 도심에서 적당히 떨어져 있어 한적하면서도 아름다운 마을을 이루고 있다.


뎀시힐은 예술작품, 골동품을 전시, 판매하는 미술관들이 있어 매력적이다. 같은 미술관이라도 전시 내용이 바뀌기 때문에 다시 찾기 좋다. 미술관 규모는 1-2작가의 개인전 중심으로, 거대한 유명 미술관보다 부담 없이 잠시 들러 나들이 온 기분으로 둘러보면 충분하다. 낯선 나라의 이국 작가들이라 모른다고 하여도 무람없다. 시원한 미술관으로 들어가 땀을 식히며 신선한 작품들 사이에서 소요하기 좋다.

미술관은 도시 속의 섬이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번잡하고 소란한 도시 속에 하얀 큐브 속으로 들어가면 소음이 차폐된다. 오롯하게 실재하는 평화로운 시공간이 바로 미술관이다. 그래서 생각을 가다듬고 새로운 감정들을 느끼고 싶을 때 미술관을 찾는다. 하얀 벽에는 그림 몇 점, 하얀 공간에는 조각 몇 점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다. 작품들 좌우로 남아 있는 시공간의 여백에는 내 생각들이 깊게 녹아든다.
레드 씨 갤러리 Redsea Gallery

뎀시힐의 대표 미술관 중 하나가 레드 씨 갤러리 Redsea Gallery다. 2001년 설립된 레드씨 갤러리는 뎀시힐의 중심에 위치한다. 레드시 갤러리는 호주 브리스번에 2008년 지점을 내기도 하였다. 현대 작가들 작품을 중심으로 전시하고 판매한다. 구매하지 않고 둘러보기만 해도 괜찮다. 전시는 매번 바뀌며 흥미를 돋우는 전시들을 자주 연다. 레스토랑 예약 후 기다린다거나 잠깐 한낮 폭우를 만났을 때 들르기 좋다.



어렵다 생각하지 말고 보이는 만큼 느끼는 그대로를 즐기면 된다. 전문가가 아니기에 보다 느슨하면서도 부담 없이 보면 된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인 만큼 느끼기도 하지만, 느끼고 나면 이제 알고 싶어지게 마련이다. 소위 '필 Feel'이 가는 작품과 작가를 만난다면 그에 대해 더 찾아보고 더 만날 기회를 알아가는 것도 이런 작은 미술관, 생경한 작가들을 만나는 이유다. 앎과 느낌이 다채로워지면 삶이 풍요로워진다.
- 상호 : Dempsey gallery – Redsea Gallery
- 주소 : Block 9 Dempsey Rd, #01-10 Dempsey Hill, Singapore 247697
- 전화 : +65 6732 6711
- 영업시간 : 10:00-20:00
- 홈페이지 : http://www.redseagallery.com/
- 입장료 가격 : 무료
린다 갤러리 Linda Gallery

뎀시힐의 린다 갤러리 Linda Gallery는 작아 보여도 베이징, 싱가포르, 자카르타에 같은 이름의 갤러리를 가진 국제적인 갤러리다. 이 중 싱가포르 린다 갤러리는 1998년 세워졌으며 아시아 작가들의 국제적인 예술 플랫폼이 되고자 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영적이면서도 사회적인, 전통적인 색채가 담긴 아시아 작가들의 작품 전시를 꾸준하게 열고 작가와 관객 사이의 신뢰도 높은 만남의 장이 되고 있다.

오늘, 린다 갤러리는 한 작가의 작품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작품들 속에는 여인들이 바람결에 나타난 듯 옷자락이며 눈길이 긴 선으로 그려져 있었다. 미술관에 오는 또 하나의 이유, 작품을 정말 온전한 제대로의 크기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키를 훌쩍 넘는 큰 그림은 분명 엽서나 모니터 상으로 볼 때와는 다른 감정을 선사한다. 살아있는 붓 터치며 진짜의 색감, 미술관에서 작품을 만났을 때 온전하게 전해진다.

린다 갤러리에서 안내해준 분은 영어가 가능하면 작품 설명을 참고하라면서 안내문을 건네주기도 하고, 인근의 괜찮은 카페에 관해서 묻자 새로 오픈하여 한적하면서도 조용한 MoCA 카페를 일러 주는 등 친절하게 대답해 주었다. 이런 작은 갤러리는 작품 판매를 위한 전시 비중이 커서 다양성이나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아도, 가벼운 마음으로 보기 적당하며 상대적으로 관람객들이 적어 큐레이터 등과 이야기하기도 좋은 점이 있다.
- 상호 : Dempsey gallery – Linda Gallery
- 주소 : 15 Dempsey Rd, Singapore 249675
- 전화 : +65 6476 7000
- 영업시간 : 11:00-19:00
- 홈페이지 : http://www.lindagallery.com/,
https://www.facebook.com/LindaGallerySG/
- 입장료 가격 : 무료
현대 미술관 Museum of Contemporary Arts (MoCA)

뎀시힐 안쪽에 들어가면 작은 한 채의 흰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붉은 지붕의 건물 입구에는 붉은 글씨로 MoCA – Museum of Contemporary Arts라고 쓰여 있다. 아시아 현대 미술품을 전시하는 곳으로 전시가 자주 교체되며 교체 시 문을 닫으니 일정 확인이 필요하다. 일전의 싱가포르 여행 때는 문을 닫았으나 이번엔 문을 열고 있어 반가웠다. 눈길을 사로잡는 중국풍의 전시품들이 환영해 주었다.

현대미술관, MoCA는 낮은 건물은 툭 트인 하나의 공간이다. 한국 성수동이나 문래동, 중국 전자방 미국 뉴욕 덤보 지역 등 과거 창고 등이 커다란 아틀리에, 예술공간으로 변모한 분위기와 무척 닮았다. 넓은 공간에 미술품들이 자리하고 있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고 아담하여 잠시 머물면서 둘러보는 정도다. 소파에 앉아 색색의 물감으로 형과 색을 조합한 작품들 넘어 작가의 생각을 가늠해보았다.
- 상호 : Dempsey gallery – Museum of Contemporary Arts(MoCA)
- 주소 : 27A Loewen Road, Singapore 248839
- 전화 : +65 6479 6622
- 영업시간 : 11:00-19:00
- 홈페이지 : http://www.mocaloewen.sg/ (현재 접속 불가)
- 입장료 가격 : 무료
작은 뎀시힐, 작은 카페들
뎀시힐 터줏대감, 존스 더 그로서 Jones the Grocer


뎀시힐 카페 중에 열대의 밀림에서 차 마시는 기분을 낼 수 있는 PS 카페가 손꼽히나 늘 붐비는 편이다. 고급 식료품상이자 레스토랑으로 잘 알려진 존스 더 그로서 jones the grocer, 호주 카페인 돔 카페 Dome cafe 등도 보인다. 구관이 명관이니 존스 더 그로서 Jones the Grocer에 들렀다. 유기농 식재료, 와인, 치즈, 케이크류를 다양하게 판매하고 있어 자잘한 먹거리를 살피는 즐거움이 있는 곳이다.



존스 더 그로서의 커피 맛은 알아준다. 호주의 영향을 받는 현대적 메뉴를 축으로, 간단하면서도 신선한 음식을 만든다. 야쿤카야나 토스트박스 등 싱가포르나 동남아에서 즐겨 마시는 기본 커피는 로부스타 종을 중심으로 강하게 배전하기 때문에 설탕을 미리 넣어 주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는 평소 마시던 대로 아라비카 싱글 오리진으로 배전하여 설탕이나 크림, 우유 하나 없이 마셨다. 깔끔하고도 쌉싸래한 맛, 뜨거운 한잔의 커피가 목을 넘어가자 산미 좋은 커피 맛과 향이 퍼졌다.

또한 갓 구운 빵도 매력적이다. 로스팅 잘한 원두로 갓 내린 커피와 즐겨 곁들여 먹는 버터 내음 물씬 풍기는 크루아상 하나. 크루아상 등 빵을 주문하면 버터와 잼도 함께 준다. 뎀시힐 미술관 산책 중 가벼운 간식으로 쉬어가면서 먹기 좋았다. 잠깐 요기하고 일어서려니 서버가 벌써 가느냐면서 더 쉬다 가라고 활짝 웃어준다. 말이라도 참 고마웠다.
- 상호 : Dempsey cafe – Jones the Grocer
- 주소 : Block 9 #01-12 Dempsey Road, Dempsey Hill, Singapore 247697
- 전화 : +65 6476 1518
- 영업시간 : 9:00-23:00
- 홈페이지 : http://www.jonesthegrocer.com/
- 메뉴 (+10% service charge, +7% GST) : Croissant S$ 4.5, Toast S$ 9.5, Fruit Salad S$ 13, Chandon Breakfast S$ 32, Bread and Dips S$ 11, Chicken Linguine S$ 22, Asparagus Risotto S$ 24, Streak Sandwich S$ 24 etc. long black / Cappuccino / Flact white / cafe latte / mocha S$ 5.5, Chai latte S$ 7 etc
뎀시힐 뉴페이스, 모카 카페 엣 로웬 MoCA Cafe At Loewen





다시 들른 뎀시힐은 어제 들렀던 듯 그 모습 그대로 있었다. 작은 갤러리며 식료품점, 카페들은 여전한 모습으로 반겨 주었다. 사람을 경계하지 않는 순한 고양이는 골동품상 앞에서 나른하게 졸고 있다. 평화롭다. 새로운 모습을 찾아 떠나는 여정도 좋지만 좋은 추억이 어린 지난 장소들을 다시 찾아 정겨운 여전함을 느끼는 여정도 달다. 여기에 감정과 기분을 환기해주는 예술품들을 만나고 차 마시는 시간은 언제나 환영이다. 이곳, 찾길 잘했다며 노을 물드는 오솔길을 밟아 내려왔다.
- 상호 : Dempsey cafe – MoCA Cafe At Loewen
- 주소 : 27A Loewen Road, Singapore 248839
- 전화 : +65 6509 4730
- 영업시간 : 10:00-22:00
- 홈페이지 : http://www.mocacafe.com.sg/
- 메뉴 (+10% service charge, +7% GST) : Americano S$ 5, Cafe latte / mocha S$ 6, iced coffee S$ 6, White ginger lily tea S$ 7, Carrot Juice S$ 7, ice lime tea S$ 7, Rocket Salad S$ 12, Prosciutto ham S$ 20, Soup of the Day S$ 12 et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