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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도 감탄한 '천둥소리' 나는 요리 누룽지탕

산야초 2017. 2. 28. 23:20

황제도 감탄한 '천둥소리' 나는 요리 누룽지탕

  • 월간외식경영  

    입력 : 2016.12.26 08:30

    ‘치이이’ 하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섞이는 누룽지탕은 뜨거운 철판 냄비 위에서 보글보글 끓어오른다. 고소한 누룽지향이 공기 중으로 퍼지면서 식욕을 자극한다. 입으로 맛보기 전에 눈과 귀와 코로 먼저 맛보는 메뉴인 셈이다. 청나라 강희제(康熙帝)는 누룽지탕이 끓어오르는 소리를 천둥소리에 비유하며 그 맛을 ‘천하제일’이라 했다.


    누룽지탕
    ‘지글지글’ 소리까지 맛있다, 누룽지탕

    누룽지탕은 해산물과 채소를 볶아 만든 걸쭉한 소스에 바삭하게 튀긴 누룽지를 곁들이는 중국 요리다. 중국에는 누룽지탕에 얽힌 유명한 일화가 전해 내려온다. 청나라 4대 황제인 강희제가 신분을 숨긴 채 강소성을 시찰하던 때의 일이다. 쑤저우(蘇州)의 등위산에 올라 경치를 감상하다 밥때를 놓쳐버린 황제 일행은 인근 농가에 음식을 청하게 된다. 마땅히 대접할 음식이 없었던 집주인은 가마솥에 눌어붙은 누룽지를 튀기고, 먹다 남은 채소로 탕을 끓여서 누룽지 위에 끼얹어 냈다. 이 음식을 맛본 강희제는 “천지에 한바탕 천둥소리 울리니, 천하에 제일가는 요리가 나왔네(天地一聲雷 天下第一菜)”라며 감탄했다고 한다.

    강희제가 ‘천둥소리’라고 묘사한 소리가 바로 누룽지와 뜨거운 탕이 만나서 내는 소리다. 누룽지탕은 시각적·청각적 요소가 아주 중요한 메뉴다. 누룽지탕에 처음부터 누룽지를 넣고 끓여내지 않고 굳이 누룽지 따로 소스 따로 조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갓 튀겨낸 뜨거운 누룽지일수록 큰 소리가 나는데, 청각적 자극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뜨겁게 달군 철판 냄비나 뚝배기를 사용하기도 한다. 불광동 <중화원>은 손님 테이블에서 뜨거운 철판 냄비에 누룽지탕을 섞어주는 것으로 유명세를 탔다. 이 집을 찾은 손님들은 “마치 쇼를 보는 것 같았다”, “소리와 냄새, 보글거리는 모양새 덕분에 먹기도 전에 만족스러웠다”고 평했다. 철판 냄비까지 따로 달궈서 제공해야 하니 업주 입장에서는 번거로울 수 있으나, 결과적으로는 서빙 시간 20초 투자로 고객 만족도를 크게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주문 즉시 튀기고 볶아 재빨리 서빙하는 것이 관건

    누룽지탕의 관건은 뜨거운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해물소스는 해산물과 채소를 강한 불에서 빠르게 볶아서 만든다. 너무 오래 익힐 경우 오징어 등 해산물의 식감이 질겨지므로 단시간에 조리하는 것이 좋다. 누룽지 역시 갓 튀겨서 뜨거울 때 바삭한 식감이 극대화된다. 즉, 누룽지탕은 미리 대량으로 만들어 제공할 수 없고 주문이 들어오면 그때그때 즉석에서 튀기고 볶아내야 하는 메뉴라는 뜻이다. 하지만 실제 조리시간은 메뉴당 5~10분 정도로 재료 손질만 잘 돼 있다면 단시간에 완성할 수 있는 메뉴이기도 하다.

    음식이 식지 않도록 테이블까지 서빙하는 시간도 단축해야 한다. 누룽지와 해물소스의 온도가 낮을 경우 ‘지글지글’하는 경쾌한 소리도 나지 않고 누룽지가 충분히 풀어지지 않아 제맛을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조리가 끝나면 곧바로 서빙할 수 있도록 철판 냄비를 미리 달궈놓고, 누룽지와 해물소스가 동시에 완성될 수 있도록 시간을 조절하는 것이 좋다.


    누룽지탕
    * 누룽지탕 메뉴의 SWOT 분석
    강점(Strength) 쌀 문화권에서는 보편적으로 선호도가 높은 구수한 맛을 지녔으며 식사부터 술안주까지 변주가 가능하다. 특히 50대 이상 장년층에게 선호도가 높다.
    약점(Weakness) 다양한 해산물과 채소가 조금씩 들어가는 메뉴로 재료의 다양성과 풍성함에 신경 써야 한다. 뜨거운 철판을 사용해야 하므로 안전에 유의가 필요하다.
    기회(Opportunity) 푸근한 이미지와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동시에 지니고 있어 타깃 고객에 따라 메뉴 응용이 자유롭다. 해물 누룽지탕은 보양식으로도 어필 가능하다.
    위협(Threat) 기존 중식당의 中, 大 규격으로 판매하는 것보다 1인용 메뉴를 개발해 점심 식사 손님, 1인 고객의 구매 접근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누룽지탕
    맛과 가격, 퍼포먼스까지 훌륭한 해물누룽지탕
    서울 은평구 <중화원>

    불광동의 오래된 중식당 <중화원>은 맛과 양, 가격까지 만족스러운 해물누룽지탕으로 유명한 집이다. 10여 년 전부터 인근 주민들과 북한산을 찾는 등산객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난 곳인데, 최근에는 멀리서 찾아온 손님들까지 가세해 식사 시간이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다.
    해물누룽지탕(2만3000원)을 주문하면 바삭하게 튀긴 찹쌀 누룽지, 두 그릇에 나누어 담은 해물소스를 테이블로 가져와 뜨겁게 달군 철판 냄비에 부어낸다. 순간적으로 피어오르는 뜨거운 김, 누룽지탕이 끓어오르는 요란한 소리로 시각과 청각이 요리에 집중된다. 철판에 누룽지탕을 서빙하는 시간은 약 20초 남짓이지만 손님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것과 더불어 먹음직스러운 소리와 냄새로 식욕을 자극해 메뉴 만족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해물누룽지탕은 철판 냄비에 해물소스를 붓고, 누룽지를 올리고, 다시 해물소스를 순서대로 끼얹어 누룽지와 해물소스가 잘 섞이도록 제공한다. 3~4명이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양으로 제공되며, 인원수가 많을 때는 누룽지의 양을 푸짐하게 늘려 주기도 한다. 누룽지는 구수하고 해물소스는 감칠맛이 풍부해 식사로도, 술안주로도 알맞다. 오징어, 새우, 관자, 영콘, 표고버섯 등 여러 가지 재료가 들어가며 팽이버섯과 낙지를 듬뿍 넣은 것이 특징이다.
    영업시간은 저녁 9시까지이지만 재료가 다 떨어지면 더 일찍 닫기도 한다. 유명세에 힘입어 2014년에는 연신내에 분점을 내기도 했다.
    주소 서울시 은평구 통일로66길 10-16 전화 (02)353-3379

    누룽지탕
    1인용 뚝배기에 보글보글, ‘한식 누룽지탕’
    경기도 고양시 <전민규의 황제누룽지탕>

    일산 풍동 애니골 음식문화거리에 위치한 <전민규의 황제누룽지탕>은 ‘한식 누룽지탕’ 전문점을 표방하는 집이다. 몸이 허할 때 삼계탕을 찾듯이, 이 집 누룽지탕을 ‘보양식’으로 찾는 손님이 많다. 고객 연령층은 다양하지만 특히 40대 이상 중년층 손님이 많다. 대표 메뉴는 해물누룽지탕(1만2000원)이며 여기에 완도산 전복을 넣은 전복누룽지탕(2만2000원)도 판매하고 있다.
    이 집 누룽지탕은 3~4인용으로 제공되는 중국식 누룽지탕과 달리 1인분씩 뚝배기에 담아 판매하는 것이 특징이다. 뜨겁게 달군 뚝배기를 테이블까지 가져와 누룽지와 해물소스를 섞어 제공하는데, 누룽지가 보글보글 끓는 소리와 냄새가 식욕을 자극한다. 해물소스에는 갑오징어, 주꾸미, 소라, 새우 등 해산물과 피망, 물밤, 청경채 등 다양한 재료가 들어간다.
    <전민규의 황제누룽지탕>은 국내산 찹쌀을 매장에서 직접 찌고 말려서 누룽지를 제조한다. 처음에는 바삭하고 쫄깃한 식감을, 해물소스에 풀어진 뒤에는 부드럽고 쫀득한 식감을 낸다. 해물소스의 간이 약하기 때문에 누룽지의 구수한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뚝배기 바닥에 눌어붙은 누룽지를 긁어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식사시간에는 줄을 서는 것이 기본이고 날씨가 춥거나 비가 오는 날이면 손님이 더 몰린다. 주말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온 손님, 나들이객으로 만석을 이룬다. 지난해 서울 노원역 인근에 분점을 오픈해 운영하고 있다.
    주소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애니골길 6 전화 (031)909-0019

    누룽지탕
    푸짐하고 화려해 온 가족 외식메뉴로 제격
    경기도 고양시 <다리원>

    일산역 인근에 위치한 중식당 <다리원>은 대단지 아파트가 밀집한 상권 특성상 가족단위 고객이 많이 찾는다. 가족 손님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해물누룽지탕이 포함된 ‘가족·단체 코스(3~4인용, 8만원)’로, 남녀노소 선호도가 높은 탕수육, 칠리새우 등 요리와 식사로 구성된다. 특히 해물누룽지탕은 철판에 누룽지와 해물소스를 부어주는 퍼포먼스로 가족 외식 분위기를 한층 돋워주는 역할을 한다.
    해물누룽지탕에는 새우, 갑오징어, 관자, 소라 등 해산물과 은행, 초고버섯, 느타리버섯 등 다양한 식재료가 들어있어 풍성한 느낌을 준다. 특히 어린이가 좋아하는 메추리알, 조랭이떡까지 들어 있어 어른부터 아이까지 모두가 만족하는 메뉴다.
    <다리원>의 주방을 총괄하고 있는 묘해룡 셰프는 “누룽지탕은 만드는 사람마다 스타일이 조금씩 다르다”며, “간을 어떻게 하느냐, 어떤 순서로 볶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라고 설명했다. 이 집의 해물누룽지탕은 강한 화력에서 재료를 빠르게 볶아내 해산물과 채소의 식감을 생생하게 살린 것이 특징이다. 부드러운 해물소스는 파기름과 고추기름을 활용해서 뒷맛이 향긋하다.
    해물누룽지탕의 시각적·청각적 효과를 살리기 위해서는 조리 즉시 서빙해 뜨거운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리원>은 2층부터 5층까지 테이블을 두고 1층 전체를 주방으로 사용하고 있어 음식을 서빙할 때는 덤웨이터를 이용한다. 누룽지탕의 해물소스가 완성되면 뜨겁게 달군 철판 냄비를 동시에 올려 보내기 위해 덤웨이터 바로 옆에 인덕션 레인지를 설치했다.
    주소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일중로 50 전화 (031)976-8141

    누룽지탕
    <다리원> 묘해룡 총괄 셰프가 알려주는 중식 누룽지탕 TIP
    ▲ 누룽지 빵빵하게 튀기기
    뜨거운 기름에 건조된 누룽지를 넣고 튀긴다. 기름 온도가 낮을 경우 제대로 부풀지 않으므로 주의한다. 누룽지가 하얗고 빵빵하게 부풀어야 제대로 튀긴 것. 누룽지가 잘 튀겨져야 해물소스를 부을 때 소리가 크게 난다.
    ▲ 손질한 채소·해물 익히기
    기름을 두른 팬에서 불을 일으켜 해산물 재료를 빠르게 볶아낸다. 채소와 떡은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준비한다. 채소의 숨이 죽지 않도록 주의하며, 해산물은 오래 익히면 식감이 나빠지므로 단시간 조리해야 한다.
    ▲ 불맛 입히며 빠르게 볶기
    파와 다진 마늘을 먼저 볶아서 향을 내고 채소와 해물 재료를 넣는다. 불을 일으켜서 불향을 입히며 재료를 볶다가 굴소스와 간장으로 간을 한다. 전분물로 농도를 맞춘 뒤 마지막으로 고추기름을 넣어 마무리한다.

    누룽지탕 핵심 포인트
    - ‘지글지글’ 청각 요소 극대화하려면 각 재료의 뜨거운 온도 유지해야
    - 누룽지, 소스, 철판 따로 제공해 눈앞에서 부어주는 퍼포먼스가 중요
    - 회식·모임자리의 화려한 메뉴로도, 기력을 채우는 보양식으로도 제격

    글·사진 제공 : 월간외식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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