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한 맛집은 아니지만 기본에 충실한 '밥집

대단한 맛집은 아니지만 기본에 충실한 '밥집

입력 : 2015.03.11 09:00

[방방곡곡 서민식당 발굴기]
경북 영주시<현대한정식> & 대구 동문동<식구>

경북 영주의 개념 있는 백반정식 집 <현대한정식>

경북 영주는 한우와 묵밥 외에는 외부에 특별히 알려진 음식이 드물다. 특이하게도 영주와 풍기에는 평안도 출신 후손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어 평양냉면 식당이 몇 곳 있기는 하다. 식당 업주를 대상으로 한 강연이 있어 경북 영주를 2주 연속 방문했는데, 강연을 들으러 왔던 식당 업주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다. 강연이 끝나고 일부러 그 식당에 가서 메밀냉면을 먹고 평가도 해주었다. 면이 막국수처럼 거칠기도 했지만 손반죽으로 면을 뽑아서 까실까실한 면발이 괜찮았다. 한우 뼈로 낸 육수는 상당히 매력이 있었다.

지방 출장을 가서 택시에 타면 항상 기사에게 그 지역 식당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2주 연속 택시를 타서 단골이 된 기사가 알려준 식당이 있다. 그에 따르면 영주에서는 가장 장사가 잘 되는 식당인데 한정식집이라고 했다. 사실 냉면과 수육을 먹고 나서 배가 불렀지만 지방 소도시에서 영업이 잘 되는 식당이 어떤 곳인지 궁금했다. 맛도 중요하지만 장사가 잘 되는 요소를 알고 싶었다.

청국장

우리가 찾아간 식당은 <현대한정식>이라는 곳으로 영주시에서 30년 업력의 식당이다. 얼마 전까지 ‘현대기사식당’이라는 상호로 운영했지만 이전을 하면서 상호를 바꾸었다고 한다. 한정식이라고 해서 거창한 곳인 줄 알았는데 메뉴판을 보니 청국장과 두부전골 등 찌개정식 메뉴와 비빔밥을 파는 곳이었다. 단품 메뉴도 있었지만 1~2만원으로 가격 부담이 별로 없는 메뉴 구성이었다. 저렴한 가격으로 많은 손님은 끌고 있는 식당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우리 일행 두 명은 배가 불러서 청국장 1인분과 안주로 오징어볶음을 주문했다. 두 명이 1인분만 주문한 격이지만 식당 업주의 자녀로 보이는 30대 남자는 군말 없이 음식을 주문 받았다. 운영의 묘가 있었다. 식당 안은 매우 청결하다. 고급 한정식 인테리어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청국장이 나오기 전에 반찬이 깔리는데 모두 10가지를 제공한다. 반찬 그릇이 모두 자기다. 식당이 입석이라 종업원이 일일이 자기 그릇을 상위에다 올리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닐 것이다. 반찬은 명태조림, 배추전, 민들레장아찌 등으로 한결같이 정갈하다. 촌평을 하자면 세미 한정식풍 차림이다.

현대한정식 반찬들

특이한 것은 경상도인데도 음식이 짜지 않아서 좋다. 깔끔하고 손맛이 있다. 야무진 주인장 성격이 엿보인다. 서울사람 입맛에도 맞는 음식이다. 청국장도 냄새가 많이 나지 않는다. 토속적이라기보다는 도시적인 맛에 가깝다. 청국장은 직접 띄우는데 담당하는 전담 직원이 있다고 한다.

소주 안주로 주문한 오징어볶음도 나무랄 데가 없다. 이 정도 음식을 7000원에 먹을 수 있다. 아무리 냉정한 고객이라도 방문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다만 밥맛은 좀 아쉬웠는데 야무진 인상의 여자 주인에게 밥에 대해 지적을 했다. 아마 그 성격이면 차후 밥에 대한 개선이 있을 것이다.

음료수로 주문한 캔 콜라도 식당에서는 보기 드물게 큰 사이즈로 제공한다. 예전 어떤 우동 집에 대해 비판적으로 기사를 쓴 적이 있다. 그 집은 가성비와 상품력에도 문제가 있었지만 캔 콜라가 일반적으로 볼 수 없는 작은 사이즈였다. 음식 만족도도 떨어졌는데 더욱이 야박하기까지 해, 식당운영의 기본이 안 된 곳이었다.

밥을 다 먹고 나서 숙소를 향해 수백 미터를 걸어갔는데 다른 식당들에는 손님이 거의 없었다. 저녁 8시밖에 안 되었는데 문을 닫은 곳도 있었다. 인구가 적은 지역이다 보니 절대 외식수요 또한 적기 때문일 것이다. 그에 비해 <현대한정식>은 손님 모객 걱정이 없을 정도도 장사가 잘되는 것 같다. 아무리 경기가 어렵고 오지여도 잘하는 집에는 손님이 있는 법이다.

대구의 단아한 백반 집 <식구(食口)>

다음날 영주에서 버스를 타고 대구로 이동했다. 대구에서 13시에 미팅이 있어 버스 안에서 점심 먹을 곳을 검색했다. 찾아낸 곳은 대구 동문동에 있는 <식구(食口)>라는 백반 집이었다. 백반은 매우 흔한 메뉴지만 전국적으로 백반을 저렴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곳은 그다지 많지 않다. 대부분 식당 업주들은 손님의 진짜 속마음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식구>는 젊은 부부가 운영하는 곳이다. 여기도 식당이 깔끔하다. 가게 외관을 보면 카페 같기도 하다. 우리 일행은 고추장불고기와 코다리찜을 주문했다. 나무로 만든 1인 쟁반에 음식을 제공한다. 밥과 국 그리고 메인과 반찬 세 가지다.

제공하는 방법이 일본 백반인 화정식(和定食) 같은 모양새다. 어찌 보면 반찬이 매우 단출하다. 이런 식의 제공은 잔반이 거의 안 남을 것이다. 젊은 사람이 하는 식당이라 디자인 감각도 예사롭지 않다. 그러나 손님은 별로 불만이 없다. 카페 풍 가게 분위기와 어울리게 상차림이 단정하기 때문이다.

고추장 불고기

국으로 제공한 닭개장 맛이 담백하고 깔끔하다. 염도도 높지 않다. 반찬이 깔끔하지만 영주 <현대한정식>처럼 간이 적당하다. 손님 대부분이 여성 고객이다. 나중에 주인에게 물어보니 30년 경력의 모친이 주방을 책임진다고 한다. 원래 대구 음식이 맵고 강하지만 <식구>의 음식은 서울 사람 기준으로도 간이 강하지 않아서 좋다.

별도로 계란 프라이를 판매해서 우리는 두 개를 주문했다. 완숙과 반숙 중 손님이 원하는 대로 부쳐준다. 음식을 주문하면서 이런 절차가 있는 것도 나쁘지 않다. 약간 대접을 받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우리가 젊었을 때 자주 갔던 경양식집에서는 이런 절차가 있었다. ‘빵이냐 밥이냐’ 등등.

얼마 전 본 음식 관련 일본 드라마에서 생선조림에 전채로 스튜를 제공하는 장면이 나왔다. 전채도 어묵, 삶은 음식. 스튜 중 선택할 수 있었다. 주문에 절차가 있으면 정중해 보인다. 음식은 단출하지만 밥이나 국 반찬 모두 손님이 더 달라고 하면 친절하게 리필을 해준다. 쪽파김치와 닭개장이 맛있어서 리필을 했다. 동행한 직원이 입맛이 까다롭지만 이 식당 음식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코다리찜과 계란후라이 등

이 식당 역시 정오가 안 되었는데도 손님으로 만석이다. 영주 <현대한정식>이나 <식구> 모두 대단한 맛집은 아니다. 다만 기본에 충실한 음식점이다. 그런데도 손님에게 상당한 호응을 얻고 있다. <현대한정식>의 경우 30년 된 곳이다. <식구>는 오픈한 지 4개월 정도밖에 안 되었지만 벌써 어느 정도 알려져 있다.

식당의 성패에 대해 늘 분석을 하는 필자는 알고 있다. 이런 기본에 충실한 식당들이 한국에는 생각보다 그렇게 많지 않다. 우리 손님들은 진수성찬이 아닌 기본에 충실한 음식을 상시적으로 먹고 싶은 것이다. 그런 마음을 많은 식당 업주들은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장사가 안 되는 것을 자리나 혹은 불경기 탓만 하고 있는 식당이 부지기수다. 잘 되는 식당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총지출 비용(각 2인 기준)
<현대한정식> 청국장 7000원 + 오징어볶음 1만원 + 소주 3000원 + 콜라 = 2만원(콜라는 모르고 계산을 안 한 것 같음) 
<식구> 고추장불고기 6000원 + 코다리찜 6000원 + 계란프라이 2개 1000원 = 1만3000원

<현대한정식>  경북 영주시 원당로 20    054-632-7390
<식구>  대구 중구 국채보상로125길 18    053-201-0401

글·사진 김현수 외식콘셉트 기획자(NAVER 블로그 '식당밥일기')
외식 관련 문화 사업과 콘텐츠 개발에 다년간 몸담고 있는 외식 기획자다. ‘방방곡곡 서민식당 발굴기’는 저렴하면서 인심 넉넉한 서민 음식점을 사전 취재 없이 일상적인 ‘식당밥일기’형식으로 소개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