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추억의 맛이 된 ‘부대 스테이크 & 부대찌개’
입력 : 2017.07.19 08:00
[서민식당 발굴기]
서울 목동 <임꺽정부대찌개>
다양한 소스에 찍어먹는 부대 스테이크, 추억 냄새 ‘솔솔’
지난 주 서울 목동 쪽에서 상담을 마치고 직원들과 함께 사무실로 돌아오는데 바로 길 옆에 부대 스테이크를 파는 식당이 보였다. 요즘 사람들은 그 존재조차 잘 모르는 부대 스테이크 파는 곳을 발견하니 무척 반가웠다.
1980년대 초 필자의 모친이 부대 스테이크 식당을 잠시 운영했었다. 부잣집 딸로 귀하게 자랐고 결혼 후에도 중산층으로 생활했던 터라 장사가 서툴렀다. 그때 우리 모친 식당의 부대 스테이크는 손님보다 식구들이 먹어치운 양이 더 많았다. 필자 또한 당시 무척 많이 먹었다. 그래서 그랬는지 식당은 6개월 만에 문을 닫았다.
서울 출신인 필자는 가공육 음식에 대한 중독성이 분명 존재한다. 어렸을 적 먹은 미각에 대한 추억과 끌림은 누구에게나 있는 법이다. 그 뒤로도 한동안 용산이나 의정부 소재 식당들에서 부대 스테이크 맛을 봤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부대 스테이크를 통 구경하기가 힘들었다. 오랫동안 먹고 싶어도 먹을 수 없었다. 그런 터에 이 집을 만나니 반가울 수밖에.

젊은 직원들에게 부대 스테이크에 얽힌 필자의 옛 얘기를 들려주고 있는데 주문한 부대 스테이크가 나왔다. 감자, 양파, 파프리카 등의 채소와 함께 햄, 베이컨 그리고 주인공인 두툼한 부대 스테이크가 아주 큼직했다. 이것들을 굽기 전에 먼저 달궈진 돌판에 버터 조각을 녹였다. 달콤한 버터 향이 은은해 입맛을 살살 자극했다.
버터를 녹인 뒤 부대 스테이크와 내용물들을 대리석 계통 석질로 만든 돌판 위에 올렸다. 이번엔 각종 맛있는 냄새가 고기 익는 냄새와 함께 올라왔다. 다른 내용물들과 함께 스테이크가 어느 정도 익자 가위로 먹기 좋게 잘랐다. 그 위에 갈릭파우더와 통후추를 뿌렸다. 스테이크가 황금빛으로 노릇노릇 익었다. 두툼한 스테이크 조각을 하나 집어 먹었다. 부드럽고 육즙이 풍부했다.
이 집에서는 A1 소스를 비롯해 머스터드소스, 와사비 소스, 케첩, 우크라이나 소스 등 다양한 소스를 제공한다. 그중에서 A1 소스가 가장 입맛에 맞았다. 역시 스테이크는 A1 소스와 궁합이 잘 맞는다.
상추 샐러드, 달걀찜, 어묵무침, 무생채가 반찬으로 나왔다. 모두 깔끔했다. 특히 차갑게 냉각시킨 무생채는 약간 단맛이 나면서 개운하다. 느끼한 부대스테이크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비록 외국산 소고기라고 하지만 양이 무척 많다. 차라리 소고기를 조금 줄이고 베이컨의 양을 늘렸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 가격에 비해 전체적으로 양이 엄청 푸짐한 편이다. 부대 스테이크는 소시지 햄과 함께 먹으면 더욱 잘 넘어간다. 들깨 소스 샐러드와 구운 양파를 곁들이니 훨씬 더 맛이 좋다. 미국과 유럽산 소시지와 저염 베이컨 맛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맥주 안주로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가볍게 맥주를 한 잔 하고 식사 메뉴로 특부대찌개(9000원) 2인분을 주문했다.

잠시 후 식당 직원이 가져온 부대찌개 양을 보고 깜짝 놀랐다. 조금 전에 먹은 부대 스테이크도 과도할 정도로 양이 많았는데 부대찌개는 많아도 너무 많았다. 부대찌개의 고향이라고 할 의정부 소재 부대찌개 집들에서 먹을 때마다 야박할 정도로 양이 적었다.
사실 들어올 때 식당 입구에 ‘사리 추가 필요 없는 진짜 부대찌개’라고 써 붙인 문구를 보고 코웃음을 쳤다. 행위의 주체가 그런 식으로 써 붙여 놓은 건 대개 믿을 게 못 된다. 예전 관공서마다 써 붙였던 ‘친절과 봉사로 신뢰받는 **’이나 80년대 거리에 나붙었던 ‘정의사회 구현’ 등과 동급으로 치부해버렸던 것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지금까지 가장 많은 양의 부대찌개는 평택의 부대찌개 집이었다. 그런데 이 집 부대찌개가 훨씬 푸짐하다.
이 집이 양을 푸짐하게 제공할 수 있는 것은 자가 건물이어서 따로 비싼 임차료를 물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미나리를 비롯해 소시지, 베이컨, 다진 고기(민찌)를 어마어마하게 넣어 줬다.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았다. 다진 고기는 수입산 소고기를 직접 다져서 만든 것이어서 한결 맛이 순하고 좋다.
부대찌개가 끓기 시작하자 우리 직원이 라면 사리를 넣으려고 했다. 필자가 재빨리 제지했다. 처음부터 라면을 넣어서 먹으면 전분이 풀어져 국물 맛이 떨어진다. 라면을 먹고 싶다면 충분히 찌개 맛을 본 뒤 마지막에 육수를 더 붓고 끓여먹을 것을 권한다.
발우처럼 생긴 넉넉한 그릇에 쌀밥을 내왔다. 반찬으로는 오징어채 무침, 고추절임이 나왔는데 모두 맛있다. 부대찌개에는 굳이 반찬을 더 내오지 않아도 괜찮다. 양만 푸짐한 게 아니다. 재료들을 넉넉히 넣어서 우러난 국물 맛도 만족스럽다. 진하고 감칠맛이 제대로다. 송탄 의정부 평택의 부대찌개보다 오히려 더 훌륭한 맛이었다. 국물에 쌀밥을 말아 남김없이 먹었다.

목동 사람들이 부러워졌다. 의정부나 평택 같은 부대찌개의 성지(?)까지 가지 않아도 훨씬 더 맛있고 푸짐한 부대찌개를 맛볼 수 있으니 말이다. 한 곳에서만 20년 넘게 식당을 해서인지 인근 단골손님들이 테이크아웃으로도 많이 사간다.
지출(3인 기준) 부대 스테이크(1만5000원X2인분) 3만원+특부대찌개(9000원X2인분) 1만8000원+맥주 4000원 = 5만2000원
서울특별시 양천구 목동동로12길 27, 02-2645-8252
글·사진 김현수 외식콘셉트 기획자·외식콘텐츠마케팅 연구소 (NAVER 블로그 '식당밥일기')
외식 관련 문화 사업과 콘텐츠 개발에 다년간 몸담고 있는 월간외식경영 발행인, ‘방방곡곡 서민식당 발굴기’는 저렴하고 인심 넉넉한 서민 음식점을 일상적인 ‘식당밥일기’ 형식으로 소개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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