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극강의 9900원 갈비정식
입력 : 2017.09.13 08:00
[서민식당 발굴기]
부산 광안리 <강천갈비>
직접 담근 막장찌개와 웰빙 찬류들
요즘 외식업계의 가장 뜨거운 이슈는 역시 가성비다. 지난 주 부산에 다녀왔다. 몇 명의 외식업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도 역시 화제의 중심에 가성비가 놓였다. 장기 불황기에 식당이 살아남으려면 기본적으로 가성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손님 입장에서야 높은 가성비가 즐겁지만 그것을 현실로 구현해내야 하는 식당들은 이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모임이 끝나고 직원들과 늦은 점심을 먹었다. 우리가 들어간 식당 역시 가성비로는 부산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만한 곳이었다. 자가제면한 막국수와 떡갈비를 주력 메뉴로 하는 집인데 점심에 수제갈비정식(9900원)을 특선 메뉴로 구성했다.
메뉴 이름처럼 점심 식사를 하면서 수제갈비를 먹을 수 있는 메뉴다. ‘수제갈비’라는 이름은 고급스럽다는 이미지와 비싸다는 이미지가 중첩돼있다. 그러니 맘먹고 고기 좀 먹으러 고깃집에 갈 때나 주문하는 메뉴로 인식하고 있다. 그런데 1만원도 안 되는 정식 메뉴로 구성했다는 점이 놀라웠다.
요즘 외식업계의 가장 뜨거운 이슈는 역시 가성비다. 지난 주 부산에 다녀왔다. 몇 명의 외식업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도 역시 화제의 중심에 가성비가 놓였다. 장기 불황기에 식당이 살아남으려면 기본적으로 가성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손님 입장에서야 높은 가성비가 즐겁지만 그것을 현실로 구현해내야 하는 식당들은 이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모임이 끝나고 직원들과 늦은 점심을 먹었다. 우리가 들어간 식당 역시 가성비로는 부산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만한 곳이었다. 자가제면한 막국수와 떡갈비를 주력 메뉴로 하는 집인데 점심에 수제갈비정식(9900원)을 특선 메뉴로 구성했다.
메뉴 이름처럼 점심 식사를 하면서 수제갈비를 먹을 수 있는 메뉴다. ‘수제갈비’라는 이름은 고급스럽다는 이미지와 비싸다는 이미지가 중첩돼있다. 그러니 맘먹고 고기 좀 먹으러 고깃집에 갈 때나 주문하는 메뉴로 인식하고 있다. 그런데 1만원도 안 되는 정식 메뉴로 구성했다는 점이 놀라웠다.
우리는 고민할 필요도 없이 수제갈비정식으로 3인분을 주문했다. 주문하자 바로 찬류를 세팅해줬다. 자색고구마 샐러드, 해초 꼬시래기, 데친 다시마와 양배추 등 웰빙 찬류와 함께 밥도둑인 명란젓까지 나왔다. 우리 같은 중년들은 몸에 좋다는 음식을 가려 먹게 된다.
미처 상차림이 끝나기도 전에 피를 맑게 해준다는 다시마를 다 먹었다. 이런 반찬은 젊은 직원에게 양보하지 않고 남김없이 먹는다. 콩나물해물찜은 적당히 매콤하고 아삭하게 씹히는 저작감이 뛰어났다. 두부김치를 비롯해 모든 반찬들이 알찼다. 9900원이라는 가격을 감안하면 아주 훌륭한 상차림이다. 고깃집 반찬으로는 최상급이다. 주부 등 여성들이 좋아할 반찬들로 짜여졌다.
반찬의 정점은 막장찌개가 찍었다. 일반 고깃집에서 흔히 먹을 수 있는 된장찌개가 아닌 막장찌개를 내왔다. 일전에 필자는 강원도 일대에 출장 갔다가 양질의 막장을 발굴한 적이 있다. 막장은 새로 담근 장에서 간장을 빼지 않은 된장이다. 맛이나 영양가에서 된장보다 훨씬 앞선다.
이 집에서는 메줏가루를 갈아 직접 담근다. 특히 경상도 막장은 콩과 멥쌀을 넣고 소금을 아주 적은 양만 넣는다. 일종의 저염 된장이다. 달달하고 진한 맛이 우러나와 젊은 고객들까지 좋아한다.
밥 소믈리에의 솥밥과 명란젓, 그리고 수제갈비
솥에 바로 지은 솥밥도 함께 내왔다. 주인장이 밥 소믈리에라더니 정말 고실고실 밥맛이 좋았다. 밥에 넣은 흑미와 잣, 호박도 드문드문 보였다. 밥 소믈리에인 주인장에 따르면 맛있는 밥은 도정과 쌀 씻기, 그리고 불리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한다.
요즘 식당에서 맛있는 밥을 내놓는 곳은 단 1%도 안 된다. 물론 바쁘고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일일이 이런 식의 밥을 제공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밥상의 주인공이 밥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맛있는 밥’에 대한 기대를 버릴 수 없다.
이 맛있는 밥에 명란젓을 얹어 먹으니 집밥보다 더 집밥 같은 느낌이 났다. 사실 명란젓 역시 웬만한 식당에서는 구경하기 힘든 반찬이다. 명란이 짜지 않고 참기름 향이 아주 고소하다. 여기 들어간 참기름은 직접 방앗간에서 짜온다고 한다.
미처 상차림이 끝나기도 전에 피를 맑게 해준다는 다시마를 다 먹었다. 이런 반찬은 젊은 직원에게 양보하지 않고 남김없이 먹는다. 콩나물해물찜은 적당히 매콤하고 아삭하게 씹히는 저작감이 뛰어났다. 두부김치를 비롯해 모든 반찬들이 알찼다. 9900원이라는 가격을 감안하면 아주 훌륭한 상차림이다. 고깃집 반찬으로는 최상급이다. 주부 등 여성들이 좋아할 반찬들로 짜여졌다.
반찬의 정점은 막장찌개가 찍었다. 일반 고깃집에서 흔히 먹을 수 있는 된장찌개가 아닌 막장찌개를 내왔다. 일전에 필자는 강원도 일대에 출장 갔다가 양질의 막장을 발굴한 적이 있다. 막장은 새로 담근 장에서 간장을 빼지 않은 된장이다. 맛이나 영양가에서 된장보다 훨씬 앞선다.
이 집에서는 메줏가루를 갈아 직접 담근다. 특히 경상도 막장은 콩과 멥쌀을 넣고 소금을 아주 적은 양만 넣는다. 일종의 저염 된장이다. 달달하고 진한 맛이 우러나와 젊은 고객들까지 좋아한다.
밥 소믈리에의 솥밥과 명란젓, 그리고 수제갈비
솥에 바로 지은 솥밥도 함께 내왔다. 주인장이 밥 소믈리에라더니 정말 고실고실 밥맛이 좋았다. 밥에 넣은 흑미와 잣, 호박도 드문드문 보였다. 밥 소믈리에인 주인장에 따르면 맛있는 밥은 도정과 쌀 씻기, 그리고 불리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한다.
요즘 식당에서 맛있는 밥을 내놓는 곳은 단 1%도 안 된다. 물론 바쁘고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일일이 이런 식의 밥을 제공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밥상의 주인공이 밥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맛있는 밥’에 대한 기대를 버릴 수 없다.
이 맛있는 밥에 명란젓을 얹어 먹으니 집밥보다 더 집밥 같은 느낌이 났다. 사실 명란젓 역시 웬만한 식당에서는 구경하기 힘든 반찬이다. 명란이 짜지 않고 참기름 향이 아주 고소하다. 여기 들어간 참기름은 직접 방앗간에서 짜온다고 한다.
상차림이 끝나자 갈비가 나왔다. 솔직히 우리는 갈비의 질에 대해 기대하지 않았다. 갈비의 원가를 훤히 다들 알고 있는 터였기 때문이었다. 반찬에 이어 우리는 갈비의 상태를 보고 환호했다. 손으로 칼집을 낸 빗살 자국이 수제갈비임을 증명해보였다. 칼집마다 양념이 골고루 배었을 것이다. 요즘 대체로 연한 갈비들이 많다. 이 집 갈비 역시 이런 추세에 맞춰 연한 스타일의 갈비였다.
어느새 극세사 석쇠 위에 올린 갈비가 노릇노릇 익었다. 역시 고기 육질이 부드러웠다. 익으면서 갈비 양념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불에 익은 고기 분자들이 사정없이 콧속으로 날아 들어왔다. 코는 뇌에 이 사실을 보고했고 뇌는 사정없이 침샘을 자극했다.
드디어 잘 익은 갈비를 입에 넣었다. 일부 퍽퍽한 부위도 있지만 양념 맛이 은은하고 육질이 만족스러웠다. 밥과 반찬, 그리고 주인공인 돼지갈비 맛까지 어느 것 하나 뒤지는 게 없었다.
사실 양념 돼지갈비는 아주 좋은 밥반찬이기도 하다. 밥을 한 술 뜰 때마다 명란젓을 집을지, 돼지갈비를 집을지 자꾸만 갈등이 생겼다. 솥밥을 다 먹고 나면 마무리는 누룽지다. 물에 불려 구수한 숭늉을 마시고 나니 제대로 밥 한 끼 먹은 느낌이 들었다.
수제갈비와 솥밥, 명란젓, 막장찌개, 웰빙 찬류를 9900원에 먹을 수 있다는 점은 손님 입장에서는 행복한 일이다. 그러나 주인장은 어떨는지 모르겠다. 아마 서울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메뉴 구성일 것이다.
지출(3인 기준) 9900원 X 3인분 = 2만9700원
<강천갈비> 부산 수영구 광남로 44 051-612-5592
글·사진 김현수 외식콘셉트 기획자·외식콘텐츠마케팅 연구소 (NAVER 블로그 '식당밥일기')
외식 관련 문화 사업과 콘텐츠 개발에 다년간 몸담고 있는 월간외식경영 발행인, ‘방방곡곡 서민식당 발굴기’는 저렴하고 인심 넉넉한 서민 음식점을 일상적인 ‘식당밥일기’ 형식으로 소개한다.
어느새 극세사 석쇠 위에 올린 갈비가 노릇노릇 익었다. 역시 고기 육질이 부드러웠다. 익으면서 갈비 양념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불에 익은 고기 분자들이 사정없이 콧속으로 날아 들어왔다. 코는 뇌에 이 사실을 보고했고 뇌는 사정없이 침샘을 자극했다.
드디어 잘 익은 갈비를 입에 넣었다. 일부 퍽퍽한 부위도 있지만 양념 맛이 은은하고 육질이 만족스러웠다. 밥과 반찬, 그리고 주인공인 돼지갈비 맛까지 어느 것 하나 뒤지는 게 없었다.
사실 양념 돼지갈비는 아주 좋은 밥반찬이기도 하다. 밥을 한 술 뜰 때마다 명란젓을 집을지, 돼지갈비를 집을지 자꾸만 갈등이 생겼다. 솥밥을 다 먹고 나면 마무리는 누룽지다. 물에 불려 구수한 숭늉을 마시고 나니 제대로 밥 한 끼 먹은 느낌이 들었다.
수제갈비와 솥밥, 명란젓, 막장찌개, 웰빙 찬류를 9900원에 먹을 수 있다는 점은 손님 입장에서는 행복한 일이다. 그러나 주인장은 어떨는지 모르겠다. 아마 서울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메뉴 구성일 것이다.
지출(3인 기준) 9900원 X 3인분 = 2만9700원
<강천갈비> 부산 수영구 광남로 44 051-612-5592
글·사진 김현수 외식콘셉트 기획자·외식콘텐츠마케팅 연구소 (NAVER 블로그 '식당밥일기')
외식 관련 문화 사업과 콘텐츠 개발에 다년간 몸담고 있는 월간외식경영 발행인, ‘방방곡곡 서민식당 발굴기’는 저렴하고 인심 넉넉한 서민 음식점을 일상적인 ‘식당밥일기’ 형식으로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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