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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서 맛보는 야생의 풍미, 바비큐

산야초 2018. 2. 8. 21:41

도심서 맛보는 야생의 풍미, 바비큐

  • 월간외식경영  

    입력 : 2018.01.26 08:00

    [맛난 집 맛난 얘기] 와라그릴

    인류가 조리해낸 음식들은 모두 몇 가지나 될까? 탄생 순으로 세워놓으면 바비큐는 단연 앞쪽을 차지할 것이다. 그만큼 인간이 오랜 세월 먹어왔던 음식이다. 사람들은 바비큐에서 유전자에 각인된 태고적 기억을 되살린다. 현대인으로 진화했지만 캠핑을 하고 바비큐를 구워먹으며 사람들은 내면에 남아있는 원시적 욕구를 충족시킨다. 경기 수지 <와라그릴>은 바비큐 전문점이다. 한국인이 선호하는 고기 부위를 미국식 바비큐 조리법으로 구워낸다.

    히커리나무 훈연 바비큐 플래터

    ‘바비큐는 나의 운명’ 멈출 수 없었던 바비큐 사랑

    <와라그릴> 정성한 대표는 9살 때 처음 바비큐를 맛보고 반했다. 해외에서 돌아온 고모부가 뚜껑을 씌워 연기에 그을리는 정통 서양식 바비큐 맛을 보여준 것. 그 뒤 성인이 될 때까지 고모부에게 배운 방식대로 바비큐 구이를 수시로 해먹었다. 군에 입대해서는 좀 더 고급스런 바비큐를 접했다. 미군들과 생활했는데 상급자가 자주 집으로 초대해 바비큐와 멕시칸 음식들을 내놓고는 했다. 그 황홀한 맛을 잊지 못해 전역 후 집에서 바비큐 조리방식의 연구와 실험을 꾸준히 지속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바비큐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트럭을 구입해 그릴을 장착, 이동식 바비큐 집으로 직접 개조했다. 퇴근 후 매주 두 번씩 트럭을 몰고 집 근처에서 3시간씩 바비큐를 부업 삼아 팔았다. 매주 일정한 시간에 정해진 장소에서 영업(?)을 했기에 나중에는 먼저 와서 기다리는 손님들도 생겼다.

    트럭장사를 1년 정도 했을 무렵 ‘에코브릿지 페스티벌’ 행사장인 서울 잠수교에서 아내와 바비큐를 팔았다. 하필 그날 폭우가 쏟아졌다. 하루 종일 부부는 비바람에 온몸이 젖었다. 움직일 때마다 젖은 신발에서 빗물이 꿀쩍거리는 아내의 모습을 보고 울컥했다. 두 사람 모두 번듯한 직장이 있는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던 것. 트럭장사를 그만하기로 맘먹고 2016년 트럭을 세웠다. 대신 작은 점포를 얻어 정착했다. 단골손님들이 늘어나자 몇 달 전에 좀 더 넓은 곳으로 이전한 것이 지금의 <와라그릴>이다.  

    퀘사디아
    삼겹살 목살을 정통 미국식 바비큐로 구워내

    고기는 굽기 전에 허브를 비롯한 10여종의 양념으로 잰다. 원시 인류의 바비큐와 다른 점이다. 36시간 정도 숙성시켜 양념이 고기에 충분히 배도록 한다. 숙성이 끝난 고기는 그릴에서 2시간 구워낸다. 불길이 직접 닿지 않는 간접 방식으로 굽는다. 이때 사용하는 장작이 북미산 히커리 나무다. 목질이 단단해 예전에는 골프채 재료로 썼다고 한다. 미국에서 훈연재로 애용하는데 참나무보다 훈향이 좋아 이 집에서도 쓴다.

    장작뿐 아니라 맛을 내는 소스나 허브 등도 주로 원산지 것을 사용한다. 8가지 허브는 미국에서 공수해온다. 하지만 고기는 한국인이 선호하는 부위만 굽는다. 돼지고기 삼겹살과 목살, 그리고 닭고기 날개다. 삼겹살은 히커리나무 훈연 통삼겹(500g 2만8000원), 목살은 히커리나무 훈연 목살 스테이크(500g 2만8000원), 닭고기 날개는 히커리나무 훈연 치킨윙(21조각 1만9000원)로 메뉴화 했다. 골고루 맛보길 원하는 손님들이 많아 세 가지를 모둠으로 내놓은 메뉴가 히커리나무 훈연 바비큐 플래터(500g 3만원)다.

    “바비큐는 요리보다 캠핑문화의 일부로 봐야 합니다. 미국에서도 터프한 남성들이 팔 걷어붙이고 고기 굽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구운 고기라야 진정한 바비큐의 참 맛을 느낄 수 있지요.”

    주인장 정씨의 말대로 갓 구워낸 바비큐에서 자연의 맛과 야생의 풍미가 확 끼쳤다. 그릴에서 익힌 바비큐 고기는 생각보다 아주 연하고 육즙이 풍부하다. 특히 목살은 그 어떤 조리법으로 익힌 것보다 육즙이 줄줄 넘쳤다. 고기에 곁들여 먹을 수 있도록 씨겨자, 치미추리소스, 바비큐소스가 나란히 나왔다. 새콤하고 매콤한 씨겨자는 모든 고기와 두루 잘 어울린다. 삼겹살은 치미추리소스에 찍어먹어야 제 맛이 난다. 바비큐 소스는 싱겁다고 느낄 때만 적당량을 찍어 먹는다. 고기는 200g 단위로 추가 주문할 수 있다.

    칠리 꼰 까르네와 가든샐러드
    퀘사디아 등 사이드 메뉴에 생맥주 한 잔!

    바비큐는 그 자체로 맛있는 음식이면서 최고의 안주다. <와라그릴>은 바비큐를 먹고 사이드 메뉴를 안주 삼아 맥주를 마시기에 좋다. 사이드 메뉴들 모두 술안주로 무겁지 않다. 주인장이 발굴해낸 국내산 토종 생맥주가 한 잔에 5000원이다.

    A코스(5만4000원)를 주문하면 세 가지 바비큐와 함께 포크 퀘사디아, 칠리 꼰 까르네, 가든 샐러드 등 이 집 대표 메뉴를 모두 맛볼 수 있다. 4명 정도가 먹을 수 있는 양인데 단품으로 따로 주문하는 것보다 10% 정도 저렴하다.

    ‘포크 퀘사디아’는 또띠아 사이에 훈연 고기와 치즈, 양파 등을 넣고 구운 멕시코 음식이다. 치즈를 뜻하는 스페인어 케소(queso)에서 음식 이름이 나왔다. 살사소스나 새콤한 사워크림에 찍어먹는다. 기호에 따라 고수를 곁들이기도 한다. 멕시코 음식이되 한국인 입맛에 맞게 준비했다.

    ‘칠리 꼰 까르네’는 다진 소고기, 강낭콩 등을 토마토 베이스에 끓인 스튜다. 양파, 치즈, 사워크림을 올렸다. 먹기 전에 골고루 잘 저어서 칩에 찍어 먹는다. 멕시코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이라고 한다. 또띠아칩은 기름기가 적어 느끼하지 않은 것을 사용한다. 칩 추가는 1000원.

    ‘가든샐러드’는 각종 채소 위에 아몬드와 레몬그라스소스를 뿌렸다. 단품메뉴는 6000원이다. 바비큐 메뉴에 숙주볶음밥(3000원)을 추가하면 거뜬히 한 끼 식사로도 무난하다. 단조롭고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바비큐는 내면에 잠재했던 야성의 미각을 불러낼 것이다.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성복2로 51 데이파크 A동   031-266-3848

    글 이정훈(월간외식경영 외식콘텐츠마케팅연구소 실장)  사진 조경환(월간외식경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