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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세월의 맛이 밴 갈비

산야초 2018. 3. 21. 21:54

긴 세월의 맛이 밴 갈비

  • 월간외식경영  

    입력 : 2018.03.16 08:00

    [맛난 집 맛난 얘기] 영양숯불갈비

    얇게 저며 즉석양념한 뒤 뭉쳐 구운 양념구이

    <영양숯불갈비>는 1971년 경주에서 처음 문을 열었다. 영천점은 말하자면 2호점인 셈. 수십 년 역사도 예사롭지 않지만 ‘좋은 음식’에 대한 업주의 집념과 정성이 남다르다. 한정식집도 아닌데 장을 직접 담가 사용하는 고깃집은 아주 드물다. 천연재료를 구해 간장 양념을 숙성시켜 갈비를 잰다. 옥상 장독대에서는 된장이 익어가고 지하 숙성고에서는 양념간장이 익어간다. 기본 반찬의 재료는 가급적 지역 내 산야에서 채취하거나 구매한다. 하나 같이 쉬운 일들은 아니다.

    이 집은 고깃집으로서는 무척 한적한 곳에 위치했다. 낙동강 지류인 경북 영천 금호강가의 들판에 영천한우숯불단지가 자리했다. 단지 내에 한우 고깃집이 밀집했는데 <영양숯불갈비>는 초입에 있다. 이 집은 도축장에서 1+ 등급 한우를 구매해 기름 부위를 제거하고 갈빗살을 얇게 저며 낸다. 늑간살과 갈빗살을 분리시키지 않고 함께 사용한다. 갈비 메뉴는 여느 갈빗집처럼 갈비살양념구이(120g 2만원)와 갈비살소금구이(120g 2만원) 두 가지다.
    갈비살양념구이는 갈비를 양념간장에 재서 내온다. 다른 고깃집들과 달리 구울 때 갈비를 넓게 펼치지 않고 그 반대로 모은 상태로 굽는다. 익는 시간은 더디지만 육즙 보존이 잘 되게 하려는 조치다. 마치 남극의 펭귄이 무리지어 서로 몸을 의지해 체온을 유지하는 원리와 같다. 고기 점이 얇은 편이어서 금세 익는다. 

    즉석에서 양념을 해 살짝 감기는 맛이 난다. 달거나 짜지 않고 당기는 감칠맛이다. 씹으면 찹쌀떡과 유사한 식감이 느껴진다. 간장, 마늘, 대파 등 여러 양념이 들어갔는데 역시 마늘 맛이 양념 맛의 중심을 잡는다. 주인장에 따르면 마늘을 기계로 갈지 않고 손으로 직접 빻아야 양념갈비의 제 맛이 난다고 한다.
    소금구이, 구워 양념간장에 찍거나 양념간장에 찍어 굽거나

    생갈비를 원하는 손님에겐 갈비살소금구이(120g 2만원)가 있다. 굽는 방법은 양념갈비처럼 ‘뭉쳐굽기’로 굽는다. 밑간을 한 생 갈빗살을 구워 무려 19가지 양념으로 맛을 냈다는 양념간장에 찍어 먹는다. 대파와 참깨가 동동 뜬 양념간장은 얼핏 보기에도 맛나 보인다. 어린 시절 몸이 아파 밥을 못 먹을 때 엄마가 밥 비벼줬던 간장을 닮았다.

    반대로 먼저 양념간장에 갈빗살을 담갔다가 석쇠에 올려 구워도 아주 맛이 좋다. 좀 더 담백하게 먹고 싶다면 양념간장 도움 없이 생갈비인 채로 구워 먹으면 된다. 원하는 손님에겐 당일 도축분 천엽과 싱싱한 소간을 제공한다. 정육부위보다 이걸 더 맛있게 먹는 손님에겐 반가운 서비스다.
    갈비와 함께 먹는 반찬들도 자세히 보면 정성이 그득하다. 영천의 들판에서 캔 냉이에 참기름과 참깨를 넣고 무친 냉이는 달고 고소하다. 갈비 작업 시 나온 잡육을 넣고 끓인 된장찌개는 무척 구수하다. 직접 담가 몇 년 묵힌 집된장으로 끓인 것이다. 2년 전 담근 묵은지는 생각보다 생생하다. 갈비를 싸먹어도 좋고 밥반찬으로도 맛있다. 이 집 찬류들 맛의 핵심은 고춧가루다. 여름에 처음 딴 첫물 고추를 확보한 뒤 방앗간에서 직접 빻아 고춧가루를 마련해뒀다 음식 조리에 사용한다.

    오래된 노포들 특징 가운데 하나가 더불어 나이 들어가는 단골손님이 많다는 점이다. 이 집도 그렇다. 서울 대구 부산 등 대도시에서 찾아와 널찍한 주차장에 차를 대고 들어가는 단골손님들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하다.
    경북 영천시 봉도길 6-7, 054-331-1588

    글 사진 이정훈(월간외식경영 외식콘텐츠마케팅연구소 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