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재의 밀담]육군, 정찰용 오토바이 도입 검토…다양한 군용 오토바이의 세계
앞으로 오토바이를 잘 타는 사람은 육군에서 ‘특수 보직’에 발탁될지도 모른다. 오토바이 동호인은 물론이며, 폭주족이나 음식배달 경력도 우대받을 수도 있다. 육군이 정찰용 오토바이 도입을 검토하면서다.
지금까지 육군은 오토바이를 헌병의 순찰용 오토바이(속칭 사이카)로만 사용했다. 육군 현병은 할리 데이비슨, BMW 오토바이를 군 주요인사 경호, 출동 병력 지원, 의전 행사 등에 투입한다. 또 수도방위사령부 소속 헌병 오토바이는 유사시 긴급 출동하는 특공대원을 수송하는 임무도 맡고 있다.
육군은 또 전방 지역과 후방 탄약창에서 수색정찰, 기동순찰, 기동타격용으로 4륜 산악용 오토바이(ATV)를 활용하고 있다. 올해 70여 대를 시작으로 모두 360여 대를 들여올 예정이다. 그러나 본격적인 산악용 오토바이나 비포장 도로용 오토바이는 보유하고 있지 않다. 군사 잡지인 ‘플래툰’의 홍희범 편집장은 “육군은 1970년대 야전용 오토바이를 운용했으나 당시 소음이 너무 커 정찰용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어 폐지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최근 육군은 산악 지형이 많은 한국에서 산악용 오토바이나 비포장 도로용 오토바이가 정찰용으로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군사 전문 자유 기고가인 최현호씨는 “정찰용 오토바이는 북한과 같이 포장도로가 드문 환경에선 재빨리 적진 깊숙이 들어가 상황을 파악한 뒤 재빨리 나올 수 있는 수단으로 가치가 클 것”이라고 평가했다.
육군의 정찰용 오토바이 도입 사업은 아직 초기 단계다. 그러나 육군은 미군이 현재 추진하고 있는 ‘스텔스 오토바이’를 눈여겨보고 있다. 미국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비포장 도로용 하이브리드(연로+전기) 오토바이를 선정하는 사업에 착수했다. 이 오토바이는 네이비실이나 델타포스와 같은 특수전 요원들이 적 후방에 은밀히 침투할 수 있는 데 쓰일 계획이다. DARPA가 내건 조건은 ▶소리가 거의 나지 않고 ▶다양한 연료 사용이 가능하며 ▶배터리만으로도 시속 40㎞ 이상의 속도를 낼 수 있으며 ▶구릉과 같은 험로를 주파할 수 있는 것 등이다.
소음이 적은 스텔스 오토바이 등장
미국 국방부의 후보군에 오른 스텔스 오토바이는 로고스 테크놀로지의 사일런트호크’(Silent Hawk)와 LSA 오토노미의 나이트메어(Nightmare) 등 두 종류다. 둘 다 모두 하이브리드 제품으로 배터리나 휘발류는 물론 LPG, 올리브유로도 움직일 수 있다. 휘발유를 사용할 때 소음은 음식물 찌거기 분쇄기 정도라고 한다. 배터리로 가동될 때는 실내에서 대화하는 수준의 소음이 난다.
오토바이는 일찍부터 전쟁에서 활약했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 때 나치독일 육군(Wehrmacht)은 대규모 오토바이 부대를 보유했다. 나치독일 육군의 오토바이는 정찰과 통신이 주요 용도였다. 또 기갑 부대의 선봉을 섰고, 이를 위해 사이드카(오토바이 옆 마련된 동승자를 위한 공간)에 기관총까지 달았다. 오토바이가 한 대에 운전자, 사이드카 탑승자, 후방 좌석 탑승자 등 세 명을 태우는 기동수단도 됐다. 자재수송, 부상자 이송 등 나치독일 육군의 오토바이는 못하는 게 없었다.
현재 정찰용 오토바이를 잘 활용하고 있는 군대가 일본 육상자위대다. 일본 육상자위대는 자국산 가와사키 KLX250이나 혼다 XLR250R를 도입했다. ‘정찰용’이란 이름을 달았지만 일본 육상자위대 오토바이 부대의 임무는 적군이 해안에 상륙하거나 게릴라가 주요 시설물에 침투했을 때 긴급출동하는 것이다. 그래서 일본 육상자위대 오토바이 부대는 오토바이를 타면서 사격을 하거나, 오토바이에서 내린 뒤 오토바이를 엄폐물로 삼아 사격하는 훈련을 집중적으로 받는다.
군용 오토바이의 다양한 쓰임새
군용 오토바이는 전쟁터에서만 쓰임새가 있는 게 아니다. 인도군은 주요 기념식 때마다 오토바이를 이용한 묘기로 유명하다. 행진하면서 오토바이 한 대에 십 수명이 타거나, 여러 대의 오토바이를 붙여 인간탑을 쌓는 기술을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