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퍄오다제(박근혜 누님)"…中관중, 스크린 속 박 대통령 보고

산야초 2015. 9. 4. 10:50

"퍄오다제(박근혜 누님)"…中관중, 스크린 속 박 대통령 보고

자리 4번 바뀐 박 대통령 … 중국 관중 “퍄오다제” 환호

[중앙일보] 입력 2015.09.04 02:09 / 수정 2015.09.04 09:27

한국 대접하며 푸틴과 관계 고려
시진핑 “박 대통령 특별히 모셔라”
시진핑·푸틴이 단상 기립박수 때 박 대통령은 ‘선글라스’ 끼고 앉아
“미국·일본 고려 표정외교 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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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일 전쟁 및 세계 반 파시스트 전쟁 승전 70주년(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의 의상은 노란색 재킷이었다. 중국인들은 노란색을 황제의 색이며, 복(福)을 상징한다고 여긴다. 박 대통령은 3일 오전 10시(현지시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나란히 천안문(天安門) 성루에 올랐다. 한국 대통령이 천안문 성루에 올라 중국 인민해방군의 군사 퍼레이드(열병식)를 지켜본 건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천안문 광장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시 주석의 오른편 둘째 자리에 앉았다. 최용해 북한 노동당 비서는 정상급 외빈들 중에는 오른편 맨 끝에 앉았다. 격세지감이었다. 61년 전인 1954년 10월 중국 건국 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북한 김일성 주석의 자리는 마오쩌둥(毛澤東) 국가 주석의 바로 오른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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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안문 자리 배치의 방정식=박 대통령은 오전 9시25분쯤 천안문 광장 뒤쪽 단문(端門)에 도착해 시 주석과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의 영접을 받았다. 이곳에선 시 주석 바로 오른편에 서서 사진을 찍었다. 열병식 직전 정상·외빈들과의 단체 기념사진 촬영 때는 펑 여사를 사이에 두고 시 주석의 왼쪽 둘째 자리에 섰다. 시 주석 오른편에는 푸틴 대통령이 섰다. 단체사진을 찍은 뒤 성루로 이동할 때는 다시 시 주석 왼쪽에 서서 계단을 올랐다. 시 주석 오른쪽에는 푸틴 대통령이 있었다. 천안문 성루에 오르기 위해선 17개짜리 계단을 네 번 올라야 한다.

 성루에서 박 대통령의 위치는 다시 바뀌었다. 시 주석, 푸틴 대통령, 박 대통령의 순이었다. 정부 관계자는 “전승절 행사는 대내 행사이기도 한 만큼 중국이 외빈을 시 주석 양 옆에 앉히는 것에 대해 조심스러워한 걸로 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자리가 네 차례나 바뀐 건 중국이 박 대통령을 예우하면서도 러시아와의 관계도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박 대통령은 이날 선글라스를 끼고 열병식을 관람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리 중국 측에서 햇빛이 강해 선글라스를 끼는 게 좋겠다고 권유했다”고 말했다. TV 화면에는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이 일어서서 박수를 치는 동안 박 대통령은 의자에 차분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한국외대 남궁영 정치행정언론대학원장은 “미국이나 일본을 고려한 표정 외교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천안문의 대형 스크린을 통해 박 대통령이 시 주석과 악수하는 장면이 소개되자 많은 중국인이 박 대통령의 애칭인 ‘퍄오다제(朴大姐·박근혜 누님)’를 외치며 박수를 보냈다.

 ◆시진핑 “가장 중요한 손님”=시 주석은 “박 대통령은 가장 중요한 손님 가운데 한 분이다. 특별히 잘 모셔라”는 지시를 중국 의전 실무진에 내렸다고 한다. 이에 중국 측은 박 대통령을 전담하는 별도의 영접팀을 구성했다. 열병식 행사 후 오찬 리셉션 때도 박 대통령 전용 대기실이 마련됐다.

  관심을 모았던 박 대통령과 최용해 비서와의 조우는 이뤄지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열병식에서 장쩌민(江澤民)·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 등과 반갑게 인사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와도 인사를 나눴다. 슈뢰더 전 총리를 만났을 땐 “현재 (저희가) 노동개혁을 추진하고 있는데 슈뢰더 총리가 지난 2003년 추진한 ‘어젠다 2010’ 개혁안 가운데 특히 하르츠 개혁이 귀감이 됐다”고 말했다. 하르츠 개혁은 독일의 노동·복지 체계를 바꾼 개혁이다. 박 대통령은 3일 오후 전승절 기념 오찬 리셉션에 참석한 뒤 베이징을 출발해 상하이에 도착했다.

베이징=신용호 기자, 서울=안효성 기자 nova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