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바람 솔솔 부는 10월은 가장 걷기 좋은 시기 중 하나다. 쾌적하고 선선한 날씨 때문에 장거리 트레킹도 한결 부담이 줄어들며, 산을 끼고 도는 둘레길에선 알록달록 물든 단풍도 구경할 수 있다.
이처럼 10월에는 모든 걷기길이 다 갈 만하다고 할 수 있지만, 아무래도 계절감에 맞춰 가을의 정취를 제대로 누릴 수 있는 곳에 발걸음이 끌린다. 가을은 역시 억새와 단풍이다. 억새를 즐길 수 있는 걷기길로는 영남알프스의 하늘억새길이 있다. 많은 걷기길이 단풍으로 물들지만 그중에서 탁월한 곳으로 서산 아라메길과 강화나들길 5코스 고비고개길을 꼽을 수 있다. 낙동강 강바람길은 시원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유장하게 흐르는 낙동강을 바라볼 수 있는 비교적 새 걷기길이다. 이 길들에 대한 상세한 정보는 월간<산> 홈페이지 san.chosun.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1. 영남알프스 하늘억새길
환상의 억새 초원 따라 걷는 30km 코스
영남알프스는 유럽 알프스 초원처럼 아름다운 산줄기다. 가지산, 간월산, 고헌산, 신불산, 영축산, 재약산, 천황산 등 해발 1,000m 이상의 산들이 빚어낸 풍경이 유럽의 알프스 못지않다고 해서 ‘알프스’란 이름이 붙여졌다. 특히 해발 1,000m 내외에서 드넓게 펼쳐진 신불평원과 사자평원, 간월재, 고헌산 정상 등의 억새는 전국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이곳의 억새는 9월이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해 10월 중순께 절정을 맞은 뒤, 늦가을인 11월 말까지도 핀다.
하늘억새길은 영남알프스의 능선으로 이뤄진 걷기 길이다. 총 5개 구간으로 구성돼 있으며 전체 거리는 30km다. 영날알프스 봉우리들의 주능선을 잇는 길이지만, 능선의 경사가 대체로 완만해 걷기에 편안하다. 발이 빠르다면 하루에 완주하기도 하지만, 신불산자연휴양림이나 지역 펜션에서 숙박하며 이틀에 걸쳐 걷는 것이 보통이다.
전체를 완주하기 어렵다면 1구간인 간월재~신불산~신불재~영축산 4.5km 구간만 걸어도 충분하다. 간월재의 고도가 해발 약 900m로 높아 신불산(1,159.3m)까지 이어지는 오르막이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다. 밀양얼음골 케이블카를 이용하면 한 번에 천황산 8부 능선까지 오를 수 있다.
2. 서산 아라메길 1구간
단풍 따라 걸으면 저절로 지어지는 ‘백제의 미소’
서산 아라메길은 산과 바다가 함께 어우러진 풍경을 둘러보며 서산의 역사도 함께 더듬어 볼 수 있는 걷기길이다. 아라메길은 내륙 지역을 도는 3개 구간과 해안을 따라 걷는 3개 구간, 총 6개 구간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 중 가을에 걷기 좋은 곳은 제1구간이다. 운산면의 유기방가옥에서 시작해 개심사와 해미읍성을 잇는 18km의 길이다.
특히 1구간에서는 아름다운 단풍이 물든 길을 걸으면서 더불어 서산의 다양한 문화유적도 함께 볼 수 있다. 용현계곡에서 해미읍성까지 이어진 13km를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보원사를 수호하는 비보장승인 강댕이미륵불, ‘백제의 미소’로 널리 알려진 국보 84호 마애여래삼존불상, 한때 100개의 암자를 거느렸다는 보원사지를 만날 수 있다. 가장 하이라이트는 서산을 대표하는 고찰인 개심사다. 백제 의자왕 때 혜감국사가 창건한 천년고찰로 경내에 영산회괘불도, 목조아미타여래좌상 등 보물급 문화재들이 많다. 또한 개심사 위로 곱게 내려앉은 단풍도 일품이다.
3. 강화 나들길 5코스 고비고개길
낙조 명소 적석사 낙조대에서 단풍 구경
강화도는 수도권에서 쉽게 갈 수 있어 여행이나 휴양을 목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섬이다. 강화도와 주변 섬인 석모도, 교동도 등에는 총 310km에 이르는 강화나들길이 조성돼 있다. 강화도에 있는 14개 코스(226.4km) 중 가장 가을에 걷기 좋은 길은 제5코스 고비고개길이다.
고비고개길은 강화도의 중심을 동쪽에서 서쪽으로 가로지르는 20.2km의 길이다. 강화읍에서 출발해 고려산(436m)과 혈구산(466m) 사이의 낮은 고갯길인 고비고개를 넘어 서쪽 끝의 외포리선착장까지 이어진다. 옛날에는 강화도 서쪽의 내가면에 사는 나무꾼과 보부상들이 이 고비고개를 넘어 강화읍으로 와서 물건을 팔았다고 한다.
이 구간에서 아름다운 강화도의 단풍을 한눈에 둘러볼 수 있는 명소는 적석사 낙조대다. 우리나라의 3대 낙조 명소로도 꼽히는 이곳은 고비고개를 넘은 후 연촌마을을 지나 오른쪽 적석사 방면으로 1.5km 남짓 가면 오를 수 있다. 넓은 나무 전망대에선 단풍으로 물든 여덟 개 산(마니, 진강, 혈구, 고려, 봉천, 별입, 화개, 해명산)의 능선과 멀리 일렁이는 서해바다까지 볼 수 있다.
4. 낙동강 강바람길
낙동강 제1경 ‘경천대’ 지나는 새 걷기길
낙동강 강바람길은 지난 2017년 봄에 경천대관광지 일원에 개통된 비교적 새 걷기길이다. 낙동강을 끼고 옥주봉, 경천대, 드라마 <상도> 촬영세트장, 카약체험장, 조각공원 등을 연결해 아름다운 낙동강과 다양한 볼거리들을 만나볼 수 있다. 보통 탐방객들은 경천대 관리사무소에서 출발해 경천대 뒤편 옥주봉 전망대에 올라 낙동강의 가을 풍광을 즐긴 뒤, 경천대 후문길과 낙동강 투어로드를 지나 강바람길을 이용해 원점회귀하는 4km 코스를 걷는다.
강바람길에서 만날 수 있는 경천대擎天臺는 ‘경치가 아름다워 하늘처럼 받든다’는 의미를 지닌 낙동강 제1경이다. 낙동강 1,300리 중 가장 경관이 아름다운 곳으로 꼽힌다. 임진왜란 때 명장 정기룡 장군이 젊은 시절 경천대에서 수련했으며, 경천대 밑에 지어진 정자 무우정은 우담 채득기 선생이 학문을 닦던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