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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뿌리에서 찰박찰박 차오르는 뿌듯함

산야초 2020. 4. 25. 21:26

[캠페인ㅣ소백산 클린하이킹] 마음 뿌리에서 찰박찰박 차오르는 뿌듯함

  • 글 김강은 벽화가 사진 박길종 사진작가  
  • 입력 2020.04.23 09:42

    10명 모집에 130명 지원한 소백산 클린하이킹…보람과 기쁨으로 가득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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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드러운 소백산의 능선에서 쓰레기 줍기 캠페인을 벌인 클린하이킹 참가자들.
    단순하고 패기로웠던 시작과 달리, 클린하이킹 캠페인을 2년째 매달 하다 보니 새로운 고민이 더해졌다.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이 운동이 이벤트가 아니라 ‘당연한 문화’로  확산시키는 것이다. 동호회 활동이 아니라, 누구든 실천할 수 있는 ‘확산성’. 그리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지치지 않고 꾸준히 할 수 있는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이다. 그래서 얻은 결론은 클린하이킹은 ‘봉사활동’이 아니라 ‘즐거운 활동’이어야 한다는 것. 쓰레기를 줍기 위해 산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산을 즐기면서 쓰레기도 줍는 활동이어야 한다는 데 이르렀다. 그래야 더 많은 사람들이 실천하고 싶고, 자신의 산행 속에서 쉽게 오래도록 지속할 수 있을 테니까.
    새로운 산을 즐기고, 클린하이킹 캠페인도 하기 위해 오랜만에 클린하이커스의 원정 산행을 계획했다. 목적지는 사계절 모두 예쁜, 소백산.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모집인원은 10명인데 총 130명의 사람들이 지원했다.
    LNTleave no trace에 반하는 것 중 하나는 대규모 인원의 산행이다. 나도 많은 인원이 줄지어 오르는 대규모 단체 산행은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클린하이킹에서는 조금 특별하다. 단 한 명이 줍는 것보다 5명이, 아니 10명이 줍는 것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쓰레기를 더 많이 주울 수도 있지만, 여럿이 똘똘 뭉쳐 쓰레기를 줍는 것만큼 가시적인 캠페인 광고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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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린하이커스' 스카프를 들고 소백산 비로봉 정상에 올랐다.
    클린하이커스들은 그 자체로 걸어 다니는 광고판이 된다. 혼자 주울 때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는데, 함께 쓰레기를 줍자 우리를 보는 산객들이 한참을 바라보며 한마디씩 던졌다. 우리를 보고 배우겠다는 말이 주류를 이루었다. 뿐만 아니다. 산에서 불법 행위를 하는 산객에게 일침을 가할 힘도 생긴다. 든든한 빽이 생긴 듯하다.
    칼바람으로 유명한 소백산이지만 날씨는 꽤 포근했다. 신규 참가자 10명과 7명의 기존 클린하이커들은 집게와 봉투를 들고 포근한 소백산으로 스며들었다. 등로에 쌓인 눈 덕분인지 쓰레기가 잘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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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샘추위가 소백산 주능선을 화려한 상고대로 치장해 놓았다.
    “생각보다 쓰레기가 없네요.”
    산행을 시작할 때 꼭 나오는 단골 멘트다. 하지만 우리가 누구인가. 클린하이커스. 쓰레기를 찾아내는 예리한 눈만큼은 프로다. 하얀 눈밭에서도 숨어 있는 인간의 흔적들을 야무지게 찾아냈다. 이제 어디에 쓰레기가 많을지 예상하는 것쯤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눈 속에 더 많이 묻혀 있을 쓰레기들을 생각하니, 조금 씁쓸해졌다. 봄이 오면 더욱 부지런해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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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흰 상고대와 부드러운 능선을 즐기며 비로봉을 향해 오르는 클린하이킹 참가자들.
    소백산이 준 선물, 상고대
    정상에 다다르자 기대하지도 않은 새하얀 상고대가 있었다. 칼바람은 온데간데없고, 햇살은 포근했다. 클린하이킹을 처음 실천해 본 사람, 소백산이 처음인 사람, 상고대를 처음 본 사람. 모든 것이 새로운 것 투성이였다. 예기치 못한 풍경은 몇 배의 감동을 가져왔다. 클린하이커들은 쓰레기 줍기를 잠시 멈추고, 눈앞의 풍경과 자연을 만끽했다.
    행복에 겨워 허파에 바람 든 것 마냥 웃으며 행복해했다. 오직 등산을 위해 소백산에 왔다면 이만큼 행복을 느끼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즐거운데 의미까지 있어서 더 가슴이 벅차 오른 것 같다. 마음의 뿌리에서부터 찰박찰박 가득 차오르는 뿌듯함과 기쁨. 그것은 클린하이커스를 위해 산이 준 최고의 선물이었다.
    우리는 소백산 하산을 마치기도 전에, 다음 클린하이킹을 논했다. 즐겁고 긍정적인 에너지로 가득 차서 앞으로의 일을 꿈꿨다. ‘클린하이킹’이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인지, 그런 에너지를 가진 사람들을 모아주는 게 ‘클린하이킹’의 힘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찌되었건, 처음 생각했던 ‘즐거운 활동’으로의 클린하이킹에 한걸음 가까워진 것 같아 의미 있었다. 앞으로 더욱 흥미진진할 2020년이 몹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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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린하이킹은 매달 2년째 진행 중이다. 이번 소백산 산행에는 17명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