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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색깔이 달라졌다… 오세훈 ‘포스트 윤석열’ 선두 부상

산야초 2022. 6. 5. 12:45

서울의 색깔이 달라졌다… 오세훈 ‘포스트 윤석열’ 선두 부상

[주간조선]

이동훈 기자
입력 2022.06.05 05:45
 
 
 
 
지난 6월 2일 새벽, 서울시장 당선 확실 발표 직후 소감을 말하는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photo 뉴시스

 

 

6·1 지방선거 결과 서울의 권력지도에도 대변화가 일어났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오세훈 현 서울시장이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후보(전 민주당 대표)를 19.82%포인트 차로 누르고 압승한 데 이어, 서울 25개 구청장 가운데 3분의2가 넘는 17개를 여당인 국민의힘이 가져가면서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때 민주당이 서울 25개 자치구 중 서초구 한 곳을 제외한 24개를 휩쓸어갔던 것과 비교해 일대 변화가 일어난 셈이다.

 

3개월 전 치러진 3·9대선 때 서울 25개 자치구 중 14곳에서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현 대통령)가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앞섰는데, 국민의힘으로서는 당시보다 더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국민의힘은 서울시의회 선거에서도 전체 112석(비례대표 포함) 가운데 3분의2에 가까운 76석을 차지했다.

 

 

 

 

4선 성공 오세훈 임기 2026년까지

서울 25개 전 자치구에서 골고루 50%이상을 득표해 송영길 후보를 누르고 4선 서울시장에 오르는 데 성공한 오세훈 서울시장의 행보는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오세훈 시장은 여권 내에서 대구광역시장에 당선된 홍준표 후보,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안철수 후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등과 함께 ‘포스트 윤석열’ 후보 중 하나로 꼽히는데, 소위 ‘6·1 서울 수복’을 주도하면서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장 4선에 성공한 오세훈 시장의 임기는 오는 2026년까지로, 시장직 중도사퇴 없이 오는 2027년에 치러지는 차기 대선을 대비할 수 있게 됐다.

 

자치구별로 보면 국민의힘은 지난 3·9대선 때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25개 자치구 중 득표율 1, 2, 3위를 기록한 강남구(67.01%), 서초구(65.13%), 송파구(56.76%) 등 ‘강남3구’를 모두 회복한 데 이어, 한강을 낀 ‘한강벨트’ 중 성동구 한 곳을 제외한 모든 자치구를 탈환했다. 특히 국민의힘에 ‘험지(險地)’로 분류됐던 도봉구, 구로구, 강서구까지 민주당으로부터 빼앗아 온 것이 선거 승리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도봉구, 구로구, 강서구 등 3개구는 지난 3·9 대선 때까지만 해도 윤 대통령이 아닌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게 표를 던졌던 곳들이다.

 

민주당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 어렵사리 마련한 강남구와 송파구 등 ‘강남 3구’ 교두보를 지켜내는 데 실패했다. 민주당은 강남구와 송파구에서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현직 구청장인 정순균 구청장과 박성수 구청장을 각각 후보로 내세웠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심판’ 바람을 막아내지 못했다.

 

강남구와 송파구가 문재인 정부 5년간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인한 공시가 폭등으로 ‘세금폭탄’을 맞은 대표 지역이라는 점에서, 부동산 문제가 지난 3·9대선은 물론 6·1지방선거에 이르기까지 민주당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공교롭게도 지방선거일이 재산세와 종부세 부과기준일(6월 1일)과 겹친 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67만명 인구를 가진 서울 최대 자치구인 송파구를 지켜내기 위해 안간힘을 쏟았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로 급거 전입한 송영길 민주당 후보가 송파구 거여동에 주소지를 둔 데다 민주당 구청장 후보로 나선 박성수 현 송파구청장이 ‘재산세 경감 및 종부세 완화 추진’과 같은 현수막을 곳곳에 내걸었으나 별무효과였다. 이에 맞선 국민의힘 서강석 송파구청장 후보는 서울시 주택기획과장과 재무국장 출신으로, 오세훈 시장과 원팀임을 선거 기간 내내 강조했는데, 이 같은 선거전략이 적중한 셈이다.

 

‘부동산 심판론’으로 강남구와 서초구에서는 국민의힘 구청장 후보가 각각 70% 이상의 몰표를 받았다. 지난 3·9대선 때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 득표율이 가장 높았던 강남구(67.01%)에서는 자수성가 기업인 출신(대농그린마트)인 국민의힘 조성명 후보가 민주당 후보로 재선에 도전한 정순균 현 구청장을 물리치고 당선됐다. 서초구에서는 인천시 행정부시장을 지낸 전성수 국민의힘 후보가 구청장에 당선되면서 조은희 전 구청장(현 국민의힘 의원)에 이어 수성에 성공했다. 득표율은 전성수 서초구청장 당선자가 70.87%로 조성명 강남구청장 당선자(70.39%)를 근소하게 앞섰다.

 

대통령실 이전으로 ‘신흥 정치 1번지’로 부상한 용산구도 국민의힘이 민주당으로부터 구청장을 탈환하는 데 성공했다. 용산구는 권영세 통일부 장관(국민의힘 의원)의 정책특보를 지낸 박희영 국민의힘 후보가 구청장에 당선됐다. 용산구청장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얻은 득표율은 60.67%로 서초구(70.87%), 강남구(70.39%)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용산구 역시 지난 2010년부터 12년 동안 민주당이 구청장을 차지했던 곳이다. 하지만 구청장 3선 연임 초과 제한에 가로막힌 민주당 소속 성장현 구청장의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민심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무너진 민주당 절대 강세 지역들

전통의 ‘정치 1번지’ 종로구 역시 국민의힘이 12년 만에 탈환하는 데 성공했다. 재선(17·19대) 국회의원 출신인 정문헌 국민의힘 후보는 유찬종 민주당 후보를 물리치고 종로구청장에 당선됐다. 종로구 역시 지난 2010년 지방선거 이후 줄곧 민주당이 12년간 구정을 맡아온 지역이다. 민주당 소속으로 3선 구청장을 지낸 김영종 전 구청장은 구청장 출마가 더 이상 불가능해지자, 지난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함께 치러진 종로구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무소속으로 뛰어들었다가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전 감사원장)에게 패해 낙선한 바 있다.

 

당시 종로구 국회의원 보궐선거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뛰어들기 위해 종로구 국회의원직을 중도사퇴하면서 치러진 까닭에 민주당은 후보를 무공천한 바 있다. 종로구의 경우, 그간 청와대로 인해 재산권 행사 등에 상당한 제약을 받아왔는데 윤석열 정부 들어 청와대를 전면 개방하면서 이 같은 문제가 해소될 것이란 기대가 높았다. 이 같은 ‘청와대 개방효과’가 국민의힘이 종로구를 탈환하는 데 도움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이 도봉구구로구, 강서구에서까지 구청장을 배출한 것은 지방선거의 최대 이변 중 하나로 꼽힌다. 이들 3개구는 지난 대선 때도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찍었던 곳들로, 지난 12년 동안 민주당이 구정을 맡아온 민주당 절대 강세지역이다. 현역 국회의원들도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한데 대선 3개월 만에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으로 민심이 돌아선 셈이다.

 

특히 김포공항이 속한 강서구는 지난 대선 때 ‘한강벨트’ 중 유일하게 이재명 후보를 찍은 곳으로 선거 전까지만 해도 국민의힘 열세 지역으로 분류됐다.국민의힘 후보로 나선 김태우 전 청와대 행정관이 구청장에 당선된 것은 민주당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과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가 던진 ‘김포공항 폐쇄’ 공약이 표심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후보와 송영길 후보가 지역구 국회의원직을 맞교대한 인천 계양구에는 김포공항으로 인한 소음피해와 고도제한 등으로 인한 재산권 피해를 호소하는 주민들이 압도적이지만, 서울 강서구에는 항공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상당수가 거주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때 서초구 한 곳을 제외한 서울 24개 자치구를 휩쓸었던 민주당은 성동구와 노원구, 관악구, 은평구 등 8개구에서 구청장을 지켜내는 데 만족해야 했다. 지난 3·9대선 때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서울 25개 자치구 중 11곳에서 승리한 것보다도 저조한 성적표다.

 

 

오세훈과 원팀 강조해온 여당 구청장들

불리한 여건을 극복하기 위해 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현직 구청장 14명을 후보로 내세웠만 서울 지역 부동산 공시가 폭등으로 초래된 ‘민주당 심판’ 바람을 지난 3·9대선은 물론 이번에도 막아낼 수 없었다. 민주당 소속 현직 구청장으로 재선에 도전한 14명 중 생존에 성공한 사람은 7명으로 생존률은 50%다.

 

특히 민주당의 전통적 텃밭으로 불린 서울 서남부 ‘금관구(금천, 관악, 구로)’와 동북부 ‘노도강(노원, 도봉, 강북)’에서 각각 한 곳씩(구로구, 도봉구) 구멍이 난 것은 치명적이다. 그나마 지난 대선 때 ‘한강벨트’ 가운데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현 대통령)에게 표를 던졌던 성동구를 지켜낸 것은 성과로 꼽힌다. 민주당 후보로 나선 정원오 현 성동구청장은 국민의힘 후보로 나선 강맹훈 전 서울시 도시재생실장을 물리치고 성동구청장 3선에 성공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의 지역구인 중랑구 역시 박원순 전 서울시장 아래서 행정1부시장을 지낸 류경기 현 중랑구청장을 앞세워 수성하는 데 성공했다.

 

국회의원 출신으로 한 단계 체급을 낮춰 구청장 선거에 도전했던 인사들은 희비가 엇갈렸다. 특히 국민의힘은 2018년 지방선거 이후 괴멸된 서울지역 인재풀을 만회하기 위해 종로구, 서대문구, 성북구 등 강북 지역 3개구에서 비교적 잘 알려진 전직 국회의원들을 구청장 후보로 공천한 바 있다. 이 중 종로구와 서대문구에 각각 국민의힘 후보로 공천한 정문헌 전 의원(재선)과 이성헌 전 의원(재선)은 구청장에 당선되며 ‘야인(野人)’ 생활을 청산했다. 성북구청장에 도전한 정태근 전 의원은 민주당 소속 이승로 현 성북구청장의 벽을 넘어서지 못하며 ‘야인’ 생활을 이어가게 됐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경기지사 선거에서 민주당 김동연 후보가 승리하면서 ‘포스트 윤석열’을 노린 여권 내 무게추가 오세훈 서울시장으로 쏠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