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 대통령은 집권 2년 동안 중국을 4번, 일본을 4번 방문했다. 같은 기간 박 대통령은 중국을 2번 방문했고, 일본은 방문한 적이 없다. 이 전 대통령 집권 초반에는 매년 3국이 돌아가며 여는 한중일 정상회의가 있었다. 이 회의는 2012년 5월을 끝으로 열리지 않고 있다. 한일 관계가 경색돼 일본 방문 기회가 한 번도 없었던 것도 박 대통령의 순방 횟수가 이 전 대통령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이유인 셈이다.
한중일 정상 중엔 아베 총리가 압도적
박 대통령이 2013, 2014년 12회, 24개국을 방문하며 해외에 머문 체류기간은 79일이다. 두 달 보름가량을 해외에서 보낸 셈이다. 반면 시 주석은 같은 기간 12회로, 박 대통령과 해외 순방 횟수가 같다. 하지만 방문국은 34개국으로 10개국이 더 많다. 한 번 순방을 나가면 보통 4, 5개국을 방문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순방 때 미국만을 단독 방문한 것과 달리 시 주석은 첫 순방 때 러시아와 탄자니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콩고 등 4개국을 방문했다. 중국이 아프리카에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시 주석은 취임 후 두 번째 순방 때 미국을 방문하지만 그때도 미국 단독 방문이 아니라 중남미 3개국(트리니다드토바고, 코스타리카, 멕시코)을 함께 방문했다. 시 주석이 단독 방문한 국가는 한국과 러시아, 몽골 등 3개국뿐이다. 여러 나라를 함께 방문하는 시 주석의 순방 스타일에 따라 박 대통령과 순방 횟수는 같지만 해외 체류일은 83일로 나흘이 더 길다.
하지만 중국은 시 주석뿐 아니라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사실상 정상 예우를 받으며 별도로 해외 순방에 나서 실제 정상의 해외 순방은 한국보다 훨씬 많다는 게 외교 당국의 설명이다. 한중일 정상회의에도 중국은 주석 대신 총리가 참석한다. 리 총리는 2013, 2014년 시 주석과 별도로 8회, 22개국을 순방하며 해외에 54일을 체류했다. 시 주석과 리 총리의 순방을 합하면 20회, 방문국은 56개국이 된다. 방문 국가 수에서 박 대통령의 2배가 넘는 수치다. 시 주석과 리 총리의 순방 횟수를 합해도 따를 수 없는 해외 정상이 아베 총리다. 아베 총리는 같은 기간 27회에 걸쳐 59개국을 방문했다. 해외 체류 기간도 129일로, 시 주석보다 46일 많고, 박 대통령보다 50일 많다. 박 대통령보다 두 달 가까이 더 국내를 비웠다는 얘기다.
아베 총리도 한 번에 여러 국가를 동시에 방문하는 스타일이다. 지난해 4월에는 독일과 영국, 포르투갈, 스페인, 프랑스, 벨기에 등 6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올해 3월 중동과 4월 중남미 순방 때 각각 4개국을 방문한 게 최다 기록이다. 중국과 일본 정상과 비교해 박 대통령의 순방 횟수는 많지 않다. 다만 중국과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국제적 영향력이 큰 만큼 단순 수치 비교는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