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주석이 지난 10월 인도네시아에서 양자회담 시작 전 악수를 하고 있다. 2013.10.7 [ 청와대사진기자단 ]
<제2화> ☞시진핑은 왜 박 대통령에게 생일 축하 편지를 보냈을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29일 박근혜 대통령 앞으로 생일 축하 편지를 보냈다. 2일로 62회 생일을 맞는 박 대통령에게 일찌감치 축하 서한을 띄운 것이다. 우리나라의 연휴가 시작되기 전에 보낸 것으로 보아 행여 배달이 지연될까 우려한 점도 보인다. 보통 국가 수반끼리의 서한은 양국의 국경절을 축하할 때 많이 이용된다. 또는 어떤 한 나라에 심각한 재해가 발생했을 때 위로하기 위해 편지를 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필자가 과문한 탓인지 생일을 축하하는 편지를 보냈다는 건 과거에 과연 그런 일이 있었나 싶을 정로도 아주 이례적이다. 그것도 박 대통령의 올해 생일이 무슨 60세나 70세 등 특히 기념을 해야 하는 해도 아닌데 말이다. 시진핑 주석은 왜 생일 축하 서한을 보낸 것일까.
가장 쉽게 내릴 수 있는 해석은 ‘박 대통령의 마음’ 나아가 ‘한국의 마음’을 사기 위한 것이리라. 외교적으로 해석하면 한국의 마음을 중국으로 끌어 당겨 중국을 타깃으로 하는 한·미·일 삼각 체제가 형성되지 않게 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또 날로 골칫거리로 변해가는 일본의 우경화 움직임에 대항해 한국과 중국이 힘을 모으자는 메시지가 담겨 있기도 하다.
좀 더 보태면 박근혜-시진핑의 우의를 강조함으로써 아직 중국 방문 허락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김정은의 북한에 보여주는 측면도 있다. 중국 나름대로 북한에 가하는 핵 포기 압력이기도 하다.
시진핑 주석의 서한에는 이러한 다양한 포석이 깔려 있다고 생각된다. 서한을 보내는 중국의 입장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또 한·중 정상이 앞장 서서 양국 관계 발전의 모범이 되고 있는 점 등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으로 보인다.
한데 우리 입장에서는 그저 올해 시진핑 주석의 61회 생일(6월 15일)에 답장을 보내야지 하는 정도로 대처해선 안될 것 같다. 박 대통령을 향한 시진핑, 아니 중국의 공세(?)가 매우 강력하고 집요하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마음을 얻기 위해 중국이 펼친 노력은 지난해 6월 박 대통령의 방중 때 잘 드러났다.
특히 시진핑 주석이 첫날 만찬을 베풀고도 이튿날 오찬에 또 다시 박 대통령을 초청한 것은 일반 외교 관례를 벗어나는 파격이었다. 오찬에서 눈에 띄는 점은 부인 펑리위안 여사를 대동했다는 점이다. 또 오찬 인사도 매우 제한됐다. 공식 오찬이라기보다는 가족 모임 같은 분위기 연출이 중국의 의도였을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주석이 점심을 먹으며 박 대통령에게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아마 ‘우린 한 집안 사람(一家人)’이라는 점이었을 것이다.
이번 생일 축하 편지도 그렇다. 중국 입장에서는 개인적인 친밀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시진핑 주석이 박 대통령에게 보낸 생일 축하 편지에서 한국 방문의 희망을 피력했다.
유상철 중국 전문기자
유상철 중국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