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수 부족분 8조 중
6조는 부가세 환급 미루고
세수 당겨쓴 前정부 꼼수 탓
8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올해 세수 부족분 가운데 80% 가량은 이명박(MB) 정부가 책임져야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말 대규모 세수 부족 사태에 직면한 MB정부가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2013년 세수를 당겨 썼으며, 박근혜 정부가 그에 따른 재정부담을 더 짊어지게 된 것이다.
3일 기획재정부와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세수 감소분(8조2,000억원) 가운데 6조원은 MB정부의 '교묘한 장부 운용'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치 상으로는 7월까지의 세수(122조7,000억원)가 지난해(130조9,000억원)보다 크게 부족해 보이지만, MB정부가 지난해 1월과 12월 '꼼수'로 늘린 세수를 감안하면 실제 부족액은 알려진 규모의 3분의1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세수 부족이 MB정부 책임인 이유는 뭘까. 예산정책처는 부가가치세 조기환급(2조6,000억원)이 올해 1월로 미뤄진 걸 가장 큰 이유로 들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MB정부의 2012년 예산이 낙관적 세수 예측을 토대로 작성되는 바람에 지난해 말 3조원 안팎의 세수 부족사태에 직면했었다"며 "떠나는 정부는 원래 2012년 말 이뤄져야 할 부가세 환급을 2013년 1월로 미뤄 문제를 모면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지난해 1월 MB정부가 이례적으로 3조4,000억원의 세수를 이월 받은 것도 올해 세수 감소 규모를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2011년 12월31일이 공교롭게도 공휴일인 토요일이었던 관계로 그 해 마지막 세수(3조4,000억원)가 2012년 1월 국고에 입금됐으며, 올해 세수와 비교되는 지난해 전체 액수가 그만큼 부풀려진 것이다. 이 두 요인 덕택에 MB정부는 "2012년 세수(203조)는 당초 예산(205조8,000억원)보다 2조8,000억원 가량만 부족했다"고 예산 장부를 마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두 차례의 세수 보강조치가 없었다면 실제 부족액은 9조원에 달한다는 게 예산정책처의 추계다.
이와 관련 기재부 관계자는 "전임 정부 때 발생한 특이요인과 올 들어 급격히 악화한 법인세수를 모두 반영하면, 개인 납세자의 소득세와 부가가치세 납부실적은 오히려 전년 대비 각각 3,000억원과 1조6,000억원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한편 올해 대규모 세수 부족이 MB정부의 '회계 장부 운용'에 있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것은 관료 집단의 이기적 행태 때문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이야 지난 정부의 잘못이 자기 책임이 되는 것이 억울할 수 있으나 지난 정부에 이어 이번 정부에서도 예산을 짜고 집행하는 관료 집단은 쉽게 지난 잘못을 자백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