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7.30 재보선에서도 결국 '박근혜 그림자'가 움직였다

산야초 2015. 10. 10. 20:30

7.30 재보선에서도 결국 '박근혜 그림자'가 움직였다

  • 김봉기
    프리미엄뉴스부 기자
    E-mail : knight@chosun.com
    정치부에서 주로 여권(與圈) 취재를 담당했습니다...
    입력 : 2014.08.01 11:16
    7·30 재보선에서 새누리당이 11대4라는 압승을 거둔 데 대해 “여당이 ‘박근혜 마케팅’을 하지 않고 얻은 첫번째 승리”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이번 선거 캠페인에선 6·4 지방선거 때처럼 ‘박근혜 대통령을 지켜달라’고 외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해서 박 대통령이 여당의 대승(大勝)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던 것일까?

    표현만 ‘경제 살리기’로 대체… 결국은 ‘朴정부 도와달라’는 호소

    모양새는 달라졌지만, 이번 재보선 역시 박 대통령의 그림자 속에서 치러졌다는 분석이 많다. 여당은 선거운동 기간 내내 ‘박근혜’라는 이름을 직접 거명하지 않으면서도 실제로 “박 대통령을 도와달라”라는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계속 던졌다. 이를 경제활성화라는 표현으로 대체했을 뿐이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당 최고위원들이 30일 밤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7ㆍ30 재보선 당선자들의 사진에 당선 스티커를 붙이며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당 최고위원들이 30일 밤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7ㆍ30 재보선 당선자들의 사진에 당선 스티커를 붙이며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7·30 재보선 당일 “이번 선거는 집권 2년차 박근혜 정부가 국정 운영에 힘을 받느냐, 받지 못하느냐를 좌우하는 분수령”이라며 “현재 최우선 순위는 민생경제다. 국민들께서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치안정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안정적인 원내 과반(過半) 의석 확보가 절실하다”고 했다.

    선거 기간 내내 마찬가지였다. 당 지도부는 선거 유세 현장에서 “경제를 살리려는 정부의 대책들이 제대로 실현되기 위해선 여당인 새누리당에게 안정적인 원내 과반 의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박근혜 정부가 제대로 경제를 살릴 수 있도록 여당에게 힘을 보태달라는 의미였던 것이다.

    새누리당이 “경제를 살리겠다”며 지지를 호소할 때 사례로 든 것도 최근 박근혜 정부에서 내수 활성화를 위해 41조원을 투입한다는 점이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여당이 내걸었던 ‘혁신’도 결국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이후 추진을 약속한 국가대개조의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여권 내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직접 선거운동을 한 것은 아니지만, 결국 박 대통령 때문에 당이 승리할 수 있었던 것 아니냐”라는 말도 들린다.

    야당 역시 ‘세월호 심판’을 통해 결국 ‘朴대통령 심판’ 내세워

    야당 역시 박 대통령을 벗어날 수 있는 선거 프레임을 만들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물론 새정치민주연합이 7·30 재보선에서 대패한 주요 원인으로 당내 공천 갈등도 있었지만, 지난 6·4지방선거 때 써먹었던 ‘세월호 심판론’을 다시 꺼내 든 것도 패배에 한몫했다. 세월호 심판론도 표현만 다를 뿐, 결국 박근혜 정부를 심판해달라는 내용인 셈이었다.

    결국 여야 모두 겉으론 ‘경제 살리기 대(對) 세월호 심판’이란 구도로 싸운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과거 선거와 마찬가지로 ‘박 대통령을 도와달라’와 ‘박 대통령을 심판하자’는 싸움을 벌였다고 할 수 있다.

    정치학자인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7·30 재보선에 대해 이렇게 분석했다.

    “이번 선거의 화두는 변화였는데, 새누리당은 스마트하게도 노골적인 ‘박근혜 마케팅’을 하지 않고 ‘박근혜 정부가 정치적으로 안정돼야 경제가 산다’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같은 말이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른 게 아니냐. 반면 야당은 이미 힘이 다 소진된 세월호 참사를 또 들고나왔다. 결국 박근혜 지지냐, 심판이냐를 놓고 싸운 것인데, 유권자들이 보기에는 새누리당이 야당보다 좀더 혁신을 한 모습으로 보였을 것이다. 이 점이 선거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또 김 교수는 “결국 박근혜의 그림자는 이번 7·30 재보선에서도 있었다고 봐야 한다”며 “박 대통령의 지지층인 50·60대와 보수층이 대거 투표장으로 집결한 것도 이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7월14일 새누리당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장에 참석해 당시 후보들과 악수하는 모습. /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7월14일 새누리당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장에 참석해 당시 후보들과 악수하는 모습. /뉴시스
     
    김무성 대표도 재보선 결과에 대해 “박근혜 정부에서 민생 경제 살리기 정책을 적절히 내놓은 것이 승리 요인”이라며 “이번 선거 결과를 볼 때 국민의 뜻은 정쟁을 중단하고, 민생 경제를 활성화해 서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 달라는 뜻으로 받아들인다”고 했다.

    與승리로 朴대통령의 국정운영 탄력…與장악력은 떨어질 수도

    박 대통령은 내각 2기가 새로 출범한 상황에서 여당이 미니 총선으로 불린 7·30 재보선을 승리함으로써 국정운영에 큰 탄력을 받게 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덕분에 박 대통령이 최경환 경제부총리 등 2기 내각의 ‘경제 활성화 정책’을 자신감 있게 추진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국정 운영의 최소 기반인 ‘여당의 과반 의석’도 계속 유지되면서 입법적 지원도 충분히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이 여당의 7·30 재보선 승리로 국정운영은 탄력을 받게 된 반면, 여당 장악력은 예전만 못하리라는 예측도 나온다. 정치학자인 신율 명지대 교수는 “물론 박 대통령의 그림자가 있었던 것은 맞지만, 박 대통령을 직접 내세우지 않고도 대승을 거뒀다는 점 때문에 현 여당 지도부가 예전 친박(親朴) 지도부 때처럼 청와대 거수기 역할을 하진 않을 것”이라며 “박 대통령의 당에 대한 영향력은 시간이 갈수록 급격히 줄 것으로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