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한·중서 ‘깜짝 예우’ 선보였던 박근혜-시진핑, 이번에도?

산야초 2015. 10. 10.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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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서 ‘깜짝 예우’ 선보였던 박근혜-시진핑, 이번에도?

  • 김봉기
    프리미엄뉴스부 기자
    E-mail : knight@chosun.com
    정치부에서 주로 여권(與圈) 취재를 담당했습니다...
    입력 : 2014.07.03 08:52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3일 방한(訪韓) 일정을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이 그동안 두 정상 간 선보였던 ‘깜짝 예우’를 이어갈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무슨 얘기냐구요?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이 처음 만났던 지난 2005년 7월로 거슬러 갑니다.

    朴, 9년 전 習 방한 때 오찬 초대…배경음악으로 펑리위안 노래 틀어

    당시 저장(浙江)성 당서기였던 시 주석은 우리나라를 처음 방문한 상태였습니다. 이 당시만 해도 국내 정치권에선 시 주석의 정치적 비중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노무현 당시 대통령과의 만남을 요청했지만,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대신 이해찬 당시 총리가 짧게 시 주석을 접견한 정도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시 주석의 ‘체면’을 세워준 국내 정치인이 바로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 대통령입니다. 시 주석은 당초 박 대통령에게 10~20분 정도 면담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박 대통령이 시 주석 일행을 63빌딩에 있는 중식당으로 초대해 점심식사를 함께 한 겁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005년 7월 19일 서울 63빌딩 중식당에서 처음 만나 서로 선물을 주고 받고 있는 모습. 당시 시 주석은 저장(浙江)성 당서기였고, 박 대통령은 한나라당 대표였다. /浙江在?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005년 7월 19일 서울 63빌딩 중식당에서 처음 만나 서로 선물을 주고 받고 있는 모습. 당시 시 주석은 저장(浙江)성 당서기였고, 박 대통령은 한나라당 대표였다. /浙江在?
     
     
    원래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의 당시 만남은 불발될 뻔 했습니다. 시 주석에 대해 잘 모르던 한나라당 대표실에서 “다른 일정이 많다”는 이유로 박 대통령과의 면담을 거절한 겁니다. 하지만 당시 당내 중국통이었던 구상찬 부대변인(현재 상하이 총영사)이 박 대통령을 직접 찾아가 시 주석에 대해 설명한 뒤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박 대통령은 당초 시 주석의 10~20분 면담 요청을 점심식사 초대로 격상시켰을 뿐 아니라, 메뉴 선정과 선물 등 실무적인 준비 문제까지 상당히 신경을 썼다고 합니다.

    박 대통령은 식당 룸으로 들어온 시 주석을 한번 더 놀라게 했습니다. 시 주석이 들어왔을 때 바로 시 주석의 부인인 펑리위안(彭麗媛)의 노래가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펑리위안은 중국의 국민가수로 불리는 유명한 가수입니다. 당시 그 현장에서 오찬 준비과정에 참여했던 여권(與圈)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정확하게 노래 제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중국 쪽 관계자들을 통해 펑리위안의 과거 노래CD를 구했던 거다. 아직도 시 주석이 식당 룸에 들어설 때 흘러나오는 노래를 듣고 흠칫 놀라는 표정이 기억이 난다. 시 주석은 곧바로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박 대통령에게 했던 첫 인사말이 바로 ‘정말 세세한 배려에 감사합니다’였다. 아마 국내 정치인 중에선 박 대통령만큼 시 주석의 기억에 남았던 사람이 없을 것같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당초 시 주석이 요청했던 10~20분 면담은 두 사람이 점심식사를 겸해 2시간 넘게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자리로 발전했습니다.

    習, 작년 朴 방중 때 부인과 함께 숙소까지 찾아가 파격적 오찬회동

    그로부터 8년 뒤인 2013년 7월. 대통령에 취임한 박 대통령은 시 주석으로부터 국빈(國賓) 초청을 받아 중국을 방문했습니다. 이미 방문 전부터 시 주석은 박 대통령에 대해 ‘중국 인민의 오랜 친구(老朋友)’라는 호칭을 사용하며 친근감을 표시하고 있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작년 6월 중국을 방문했을 때 베이징 조어대(영빈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오찬을 마친 뒤 서로 준비한 선물을 소개하고 있다. 시 주석 왼쪽은 시 주석의 부인인 펑리위안 여사다. /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이 작년 6월 중국을 방문했을 때 베이징 조어대(영빈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오찬을 마친 뒤 서로 준비한 선물을 소개하고 있다. 시 주석 왼쪽은 시 주석의 부인인 펑리위안 여사다. /청와대 제공
     
     
    시 주석은 박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다 마쳤는데도, 그 다음날 자신의 부인 펑리위안과 함께 박 대통령의 숙소로 따로 찾아가 점심식사를 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당초 예정된 일정이 아니었습니다. 이는 과거 중국을 방문했던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정상의 방중(訪中) 때도 찾아보기 힘든 파격적인 예우라는 게 외교 소식통들의 설명입니다.

    당시 점심 회동은 박 대통령이 묵고 있는 조어대(釣魚臺·영빈관) 양원재(養源齋)에서 열렸습니다. 청(凊)나라 황제 행궁(行宮)의 정전(正殿)이었던양원재는 중국 총리가 외국 국빈을 접대하는 곳입니다. 국가 주석이 외빈을 만날 때는 중난하이(中南海)를 길 하나 사이에 두고 있는 인민대회당을 이용합니다. 그럼에도 시 주석은 박 대통령의 숙소까지 직접 찾아간 겁니다. 결국 시 주석은 작년 박 대통령의 방중 때 무려 7시간 30분을 박 대통령과 함께 보냈다고 합니다.

    朴, 방한하는 習 위해 특별오찬 회동 마련

    이렇듯 박 대통령과 시진핑은 각자 상대방이 자국을 방문했을 때 ‘깜짝’ ‘파격’ 예우를 서로 주고 받았습니다. 박 대통령은 이번에 한국을 방문하는 시 주석을 위해 정상회담과 국빈 만찬 외에도 방한 둘째날(4일) 특별오찬 시간을 따로 마련해놓았다고 합니다. 그동안 두 정상이 주고받았던 것처럼 ‘깜짝’ 예우가 계속 선보이게 되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