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칭화대 연설 4분은 중국어 … 중국 주요 포털 톱뉴스로

산야초 2015. 10. 11. 13:19

칭화대 연설 4분은 중국어 … 중국 주요 포털 톱뉴스로

[중앙일보] 입력 2013.07.01 01:46 / 수정 2013.07.01 09:56

시안서 3박4일 일정 마무리
제갈량이 쓴 '계자서' 글귀 인용
중국 언론 '인문외교' 높게 평가

박근혜 대통령은 3박4일간의 중국 국빈방문 동안 무지갯빛 패션을 선보였다. 왼쪽부터 붉은색 정장을 입은 한·중 비즈니스 포럼, 시진핑 국가주석 내외와의 특별 오찬장에서의 분홍색 정장, 노란색 한복에 초록색 고름을 맨 국빈만찬, 시안 진시황릉 병마용갱에서의 하늘색, 남색을 떠올리게 하는 짙은 파란색 한복 차림의 시안 한국인 오찬 간담회, 칭화대에서 보라색 정장을 입은 박 대통령. [베이징·시안=최승식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30일 중국인들이 “웅장하고 아름다운 예술, 천고에 빛나라”(중국의 소설가 야오쉐인)고 자부심을 느끼는 병마용갱(兵馬俑坑)을 찾았다. 198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병마용은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1984년 4월), 자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1978년 9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2010년 7월),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1976년 5월) 등 수많은 외국의 정상들도 관람했었다.

 이날 오전 10시40분(현지시간) 중국 시안(西安)에서 동북쪽으로 30㎞ 떨어진 진시황릉의 병마용박물관 3호갱에 박 대통령이 들어서자 1000여 명의 중국인 관광객이 몰려들었다. 이들은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면서 환호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손을 흔들어 답했다. 박 대통령은 중국인들의 환대에 “고마울 따름”이라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40여 분간 병마용을 둘러본 박 대통령은 박물관 방명록에 ‘병마용에서 장구한 중국 문화의 진수를 느끼고 갑니다’고 적었다.

 박 대통령은 귀국길에 오르기에 앞서 오후 1시15분 숙소인 샹그릴라호텔에서 시안 지역의 우리 국민 대표 150여 명과 오찬 간담회를 갖고 방중 일정을 마무리했다.
 
 하루 전인 지난달 29일 박 대통령의 칭화대(淸華大) 연설은 현지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박 대통령은 20여 분의 연설 중 연설 도입부와 말미를 합쳐 4분 정도를 중국어로 연설했다. EBS 강의를 보며 중국어를 독학으로 배웠다고 알려진 박 대통령은 연설문을 봐가며 또박또박 중국어를 구사했다.

 박 대통령은 중국 고전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글귀로 제갈량(諸葛亮)이 아들을 위해 지은 『계자서(誡子書)』에 나오는 ‘담박영정(淡泊寧靜)’이란 표현을 꼽았다. ‘마음이 담박하지 않으면 뜻을 밝힐 수 없고, 마음이 안정되어 있지 않으면 원대한 이상을 이룰 수 없다’고 뜻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시련을 겪더라도 고난을 벗 삼고 진실을 등대 삼아 나아간다면 결국 절망도 나를 단련시킨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설이 끝나자 참석자들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첫 질문자로 나섰던 양모(楊默) 칭화대 박사과정 대학원생은 “박 대통령은 칭화대 연설을 통해 그가 일관성이 있고 온화하고 친절하며 강한 의지의 지도자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시켰다”고 평가했다. 중국 인민일보(人民日報)의 인터넷 매체인 런민왕은 “박 대통령의 우수한 인문외교는 앞으로 한국이 추구하는 동북아 평화안정과 신뢰프로세스를 위해 중국과 협력을 강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대통령의 중국어 연설 뉴스는 이날 하루 동안 텅쉰(騰訊), 신랑(新浪), 바이두(百度) 등 주요 포털에서 톱 뉴스에 올랐다.

 박 대통령은 이날 중국 CCTV 인터뷰에선 “진정성 있는 대화를 통해 한반도의 비핵화, 그 다음에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고 그것을 실현해 나가는 목표를 갖고 있다”며 “우선 (북한과의) 대화가 진정성 있는 대화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시안=신용호 기자,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사진=최승식 기자

 

 

박 대통령, 중국 인터넷서 인민대 여신 눌렀다
 
웨이보 등 인터넷 반응 뜨거워 30일에도 검색어 상위권
"중국어 연설 발음도 훌륭하지만 한중관계 중시한단 뜻"
 
등록 : 2013-06-30 11:33
 
  
정은지 기자(ejjung@dailian.co.kr)
▲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중국 칭와대서 특강 이후 30일 현재 중국 SNS 사이트 웨이보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칭화대 강연을 호평하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 웨이보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9일 중국 베이징 명문 칭화대를 찾아 '새로운 20년을 여는 한중 신뢰의 여정‘을 주제로 연설한 것에 대해 현지 반응이 매우 뜨겁다.

박 대통령의 칭화대 강연을 앞두고 강연을 들으려는 학생들로 강연장 밖은 인산인해를 이루기도 했다. 그 만큼 박 대통령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특히 박 대통령이 약 22분간 진행된 연설 가운데 인사말을 비롯한 모두와 마지막 부분을 직접 중국어로 말한 것은 직접 강연을 들었던 학생들 뿐 아니라 중국 온라인상에서 하루 종일 화제가 되기도 했다.

▲ 웨이보 박근혜 검색어 순위 ⓒ 웨이보

실제 박 대통령의 연설이 하루 지난 30일에도 중국 최대 SNS 사이트 ‘웨이보’에는 ‘박근혜’를 검색하는 누리꾼들이 이어지면서 실시간 검색어 3위를 기록중이기도 하다.

현재 4위를 기록하고 있는 검색어가 대학교 졸업사진 만으로 학교 홈페이지를 마비시킨 '인민대 여신'인 점에 비춰봤을 때, 박 대통령은 이를 넘어서는 수준의 화제성을 띠고 있는 것.

웨이보 사용자 '메이신위'는 "박근혜가 칭화대 연설에서 시작과 말미에는 중국어로 강연해 호감이 생겼다"며 "중국 문화에 대한 이해에 감동했고 어려움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는 의지에 감동했다"고 전했다.

이어 "'천행건, 군자이자강불식'이라는 말은 박근혜 여사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사용자 'wogeshy'는 박 대통령이 중국어로 강연한 부분만 따로 링크를 걸어 “박근혜의 발언은 매우 훌륭했다”며 “국가 지도자가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강연한 것은 한중관계를 중요시 여기고 있다는 뜻”이라고 호평했다.

‘워부과이니’는 “박근혜가 중국어로 강연을 한 것은 매우 대단하다”고 평가했고, 사용자 ‘리홍’은 “중국어 강연이 매우 훌륭하다”고 칭찬했다.

사용자 '충칭차이뤼'는 "국가간의 교류에서 문화와가치관에 대한 의기투합은 양국의 거리를 가깝게 할 수 있다"며 박 대통령의 강연 중 '관자'를 인용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린샨단'은 "박근혜의 칭화대 연설은 친근하고, 소박하고, 뛰어난 식견"이라며 "분명한 관점을 갖고 현실적인 조언을 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그는 "북한을 버리는 것은 수동적 외교에서 벗어나는 중요한 첫걸음이라는 것을 현실적으로 알려주었다"고 강조했다.[데일리안 = 정은지 기자]
 
 
 

[韓·中정상회담]

"朴대통령 수준 높은 중국어·故事 인용에 청중들 감동"

베이징=최유식 특파원

입력 : 2013.07.01 03:00

中언론, 訪中 일제히 호평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 인터넷판은 30일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 중국 방문에서 중국 최고지도자들과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수준 높은 공감대를 형성하는 등 상호 신뢰를 크게 증진시켰다"며 "소통을 통해 상호 신뢰를 쌓고, 문화적으로 양국 간 거리를 좁힌 방중이었다"고 보도했다.

인민일보는 지난 29일자 1면에 박 대통령이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시진핑(習近平) 주석 부부와 회견하는 사진을 싣는 등 방중 기간 내내 지면을 통해서도 박 대통령의 동정을 비중 있게 다뤘다.

반(半)관영 통신사인 중국신문사는 이날 박 대통령의 방중을 정리하면서 "한·중 양국 협력의 새로운 창을 열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중국은 박 대통령 방중 내내 높은 격의 예우를 다했고, 시 주석도 여러 차례 박 대통령을 만나 밀접하게 상호 소통했다"면서 "일반적인 외국 정상의 중국 방문에서 쉽게 보기 어려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관영 신화통신과 환구시보(環球時報) 등은 이번 양국 정상회담을 바라보는 일본 내의 우려 섞인 시각을 주요 기사로 다뤘다. 신화통신은 이날 국제 분야 머리기사에서 일본 언론을 인용, "일본이 동아시아의 외톨이가 될 위험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경화시보(京華時報)는 30일자에서 1면에 걸쳐 박 대통령의 칭화대 강연 소식을 자세히 다루면서 박 대통령이 강연에서 '중국의 꿈(中國夢)과 한국의 꿈(韓國夢)은 서로 연결돼 있다'고 말한 점을 부각시켰다. 중국 CCTV는 "박 대통령의 수준 높은 중국어 실력에 청중들이 놀랐다", 홍콩 봉황TV는 "중국 고사 인용에 청중들이 감동했다"고 전했다.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는 "박 대통령은 여자 호걸(豪傑)", "다른 지도자와 달랐다" 등의 글이 쏟아졌다.

칭화대 연설 때 중국어 비중 20%로 맞춘 이유는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2013.06.30 00:08 / 수정 2013.06.30 09:27

박 대통령의 언어외교와 치열했던 한·미·일 외교전

박근혜 대통령이 28일 중국 베이징 칭화대 대강당에서 ‘새로운 20년을 여는 한·중 신뢰의 여정’이란 주제로 연설을 했다. 박 대통령이 연설을 마친 뒤 받은 선물을 펼쳐 보이고 있다. [베이징=최승식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연설을 한국어로 할지, 중국어로 할지 결정된 건 아무것도 없다.”(박 대통령 방중 1주일 전 청와대 관계자의 발언)

“한국어로 연설하되 중국어를 20%가량 쓸 것이다.”(방중 직전 청와대 관계자의 발언)

이 관계자의 말 그대로 박 대통령은 29일 칭화대(淸華大)에서 20분간 연설하면서 4분을 중국어에 할애했다. 연설 초입과 말미 인사말을 중국어로 한 것이다. 반면에 ‘새로운 한반도’ 등 박 대통령의 동북아 구상을 밝히는 본론에선 한국어로 연설했다. 그래도 중국 대륙의 반응은 뜨거웠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그동안 연설에 쓸 언어를 놓고 고민을 많이 했다. 중국 전문가 10여 명에게 문의도 했다. ‘중국어로 해야 한다’는 의견과 ‘한국어로 해야 한다’는 의견, 그리고 ‘한국어로 하되 중국어를 일부 섞자’는 절충안이 엇갈렸다. 청와대 외교수석실은 고민 끝에 세 가지 옵션을 모두 박 대통령에게 올렸다.

그러나 외교부는 입장이 분명했다. “중국어는 보편어가 아니다”라며 줄곧 한국어 연설을 주장했다. 다른 외교안보 라인에선 지난달 8일 박 대통령이 미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100% 영어 연설을 한 전례가 있다는 반박이 나왔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영어는 미국어가 아니라 국제사회 보편어(Lingua Franka)이고 연설 장소도 의회였다. 중국어는 보편어도 아니고 연설 장소도 대학”이라며 재반박했다.

결국 박 대통령은 자국어로 연설하고 통역을 쓰되 인사말 부분을 중국어로 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중국어 연설 비율도 ‘20%’ 수준으로 맞추기로 했다고 한다. 복잡한 절충안이 나온 배경엔 영어·중국어·프랑스어·스페인어 등 4개 외국어를 구사하는 박 대통령 특유의 ‘언어 외교’와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역학이 함께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이 중국어로만 연설할 경우 국내 일각에선 “대통령이 중국에 굽실댔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국제정치적으로는 미 상·하원 영어 연설로 차별화된 ‘한·미 동맹의 특수성’이 빛바랠 우려가 있어 절충안을 채택했다는 것이다. .

김흥규(중국정치) 성신여대 교수는 “박 대통령이 절충안을 택한 건 우리의 전통적 포지션(한·미 동맹)을 의식한 측면이 있었을 것”이라며 “미 상·하원 연설도 일부만 영어를 썼으면 이런 논란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안보 라인에선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의 ‘중국 편향 아니냐’는 우려를 불식하는 데도 신경쓴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공식적으론 한·중 정상회담과 관련해 한국이 중국을 설득해 북핵 문제를 진전시킬 계기란 점에서 환영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일본보다 중국을 먼저 방문했다. 또 박 대통령 취임 이후 한·중 관계는 전례 없이 밀착되는 분위기다. 그래서 워싱턴의 조야에선 “한국이 전통적인 한·미 공조에서 다소 이탈하거나, 미국이 중시하는 한·미·일 협력구도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고 외교 소식통은 전했다.

이런 외교적 시그널이 워싱턴에서 서울로 전달되면서 우리 정부는 다양한 대책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박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등 중국 지도부와의 대화 자료(토킹 포인트)에 한·중 관계 진전과 한·미 동맹이 충돌하는 인상을 주는 표현이 들어가지 않도록 여러 차례 내용을 다듬었다는 것이다.

외교 소식통은 “박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북핵 문제에 관해 대단히 강력한 목소리를 냈고, 그동안 공전해 온 한·중·일 정상회담을 열기로 합의한 건 우리 국익을 1차적으로 챙긴 것이지만 미국 쪽 우려를 불식시킨 효과도 노린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5월 서울에서 열기로 돼 있던 제6차 한·중·일 정상회의는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분쟁으로 중·일 대립이 심해지면서 무기한 연기됐다. 그런데 박 대통령이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이를 하반기에 열기로 합의해 결과적으로 중·일 사이에서 조정자 역할을 한 셈이 됐다.

박 대통령은 일본의 과거사 왜곡 문제도 우리 국익과 미국의 견제를 고려해 등거리 외교 전략을 구사했다. 박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공동성명에서 “역사 등의 문제로 역내 국가 간 대립과 불신이 심화되고 있다”고 일본을 겨냥했다. 또 28일 시 주석과의 오찬에서 안중근 의사의 기념 표지석 설치를 요청했다. 그러나 일본을 직접 거명하며 비판하는 건 피했다. 정부 관계자는 “(두 정상이) 점잖지 못하게 일본을 직접 거론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외교가에선 “박 대통령이 일본의 역사 왜곡에 중국과 공동전선을 펴면서도 동북아 갈등을 확산하는 모습을 피하는 절충안을 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의 대(對)중국 접근은 앞으로도 일본의 반발과 일본을 배려하는 미국의 견제를 촉발할 전망이다. 지난 27일 열릴 예정이던 한·미·중 1.5트랙 (반관반민) 전략대화가 다음달 말로 돌연 연기된 것도 그런 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사상 처음으로 한·중·일 정부 관리들이 만나는 이 전략대화엔 우리 쪽에서 외교통상부 북핵정책국장, 미국 쪽에서 시드니 사일러 미 국가안보회의(NSC) 한국담당관, 중국 쪽에서 류제이(劉結一) 당 대외연락부 부부장이 나올 예정이었다. 하지만 미 정부가 갑자기 불참을 통보해 7월 말로 연기됐다고 김흥규 교수는 전했다.

이 대화를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우리 정부에선 큰 소동이 일었다. 워싱턴을 방문한 외교부 고위 관리들은 “미국이 한·미·중 전략대화를 하지 않겠다면 우리도 한·미·일 전략대화를 하지 않겠다”고 압박했다. 결국 미 정부는 한·미·일 전략대화를 지난 19일(한국시간) 워싱턴에서 먼저 여는 조건으로 다음달 말 서울에서 한·미·중 전략대화를 열기로 합의했다.

한편 미국의 불참 통보 배후엔 일본의 강력한 로비가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미국은 당초 한·미·중 전략대화에 긍정적이었는데 일본이 ‘한국이 한·미·일 구도에서 벗어나 한·미·중 구도를 만들려고 한다. 미국이 응하면 안 된다’고 압박하자 미국 측이 ‘대화 날짜가 한·중 정상회담과 겹친다’는 이유로 우리 측에 불참을 통보했다”고 전했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일본의 대미 로비는 신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인 대니얼 러셀에게 집중됐다”고 전했다. 러셀 차관보의 부인은 일본인이라고 한다. 그 바람에 27, 28일 제주도에서 열린 한·미·중 대화 땐 3개국의 정부 인사는 한 명도 참석하지 않은 채 학자들만 모여 진행됐다.

이 회의에서도 미국의 일본 감싸기는 계속됐다. 한국 학자들이 한·미·중 전략대화의 유용성을 강조하면서 “북한까지 참여한 4자회담에서 북핵 문제를 해결하자”는 제안을 내놓자 미국 학자들은 “북핵 문제는 6자회담에서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 중요한 파트너인 일본을 참여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지켰다.

대일 외교에 종사했던 전직 고위 외교관은 “미국의 동북아 외교 근간은 미·일 동맹이다. 일본이 작심하고 반대하면 한·미·중 전략대화가 다음달에도 이뤄지기 힘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본은 한·일 관계와 중·일 관계가 모두 좋지 않은 상황에서 한·미·중 전략대화가 이뤄지면 더욱 고립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직 고위 외교관은 “박 대통령은 한·중 정상회담에서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으나, 한·중 관계의 진전은 동북아 구도의 현상을 변경하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 이에 대한 미국의 우려와 일본의 반발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교한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강찬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