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고서화

신사임당의 명작

산야초 2015. 11. 11. 07:30



[ 조충도 – 가지와 방아깨비 (16세기초) ]


한가운데에 위치한, 보기 좋게 익은 듯한 가지의 빛깔이 참으로 독특합니다.
강한 가지 색을 중심으로 초록색 잎사귀와 붉은 나비,
그리고 아직 익지 않은 하얀 가지의 배치과 그림을 활기차 보이게 하죠.
가지 줄기 아래에 있는 방아깨비까지, 모두 함께 어울어진 모습이 정말 보기 좋습니다


[ 조충도 – 수박과 들쥐 (16세기초) ]

이 그림도 수박, 들쥐, 패랭이꽃, 나비, 나방 등 여러 식물과 곤충들이 등장하고 있네요.
특히 들쥐 두 마리가 수박을 파먹어 그 아래 부분이 드러난 모습이 재미있습니다.
쥐와 수박의 크기 비례는 잘 맞지 않는 듯 하지만,
그 때문에 작은 들쥐의 행동이 더 부각되는 것 같아요.
한가운데서 여유롭게 날고 있는 나비의 화려한 날개가 참 아름답죠


[ 조충도 – 원추리와 개구리 (16세기초) ]

원추리는 산과 들에 군락을 이루어 피고 있는 야생화입니다.
또한 시름을 잊게 해준다는 중국의 고사에도 등장한답니다.
사임당은 화폭 한 가운데에 섬세하게 꽃과 줄기를 그려내고,
그 아래에 개구리를 그려내었고,
꽃의 줄기에 매미가 배를 들어낸 채 달라 붙어 있습니다.
참 재미있는 구성이죠?



산차조기와 사마귀


[ 조충도 – 맨드라미와 쇠똥벌레 (16세기 초) ]

화면의 중앙에 강렬한 붉은 색의 맨드라미가 그림의 주인공인 양
위풍당당한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주변으로 오른쪽 공중에 나비 세 마리와 오른쪽 아래의 바닥에
세 마리의 쇠똥벌레가 자리를 잡고 있네요.
또한 왼 쪽의 들꽃 네 송이도 그림의 균형을 잘 맞추어 주고 있습니다.


[ 조충도 – 어숭이와 개구리 (16세기초) ]

대부분 섬세하고 선명한 필선으로 묘사하여 여성 특유의 청초하고 산뜻한 분위기가
돋보이는 작품들이죠. 어숭이꽃을 비롯하여 도라지, 나비, 벌, 잠자리, 개구리, 메뚜기 등
다양한 곤충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나비와 잠자리는 어숭이꽃과 도라지꽃 주위를 맴돌고 있고,
개구리는 땅에 기는 메뚜기보다 허공을 나는 나비에 관심을 보이고 있네요


[ 조충도 – 양귀비와 도마뱀 (16세기초) ]

양귀비, 패랭이꽃, 달개비, 도마뱀, 갑충 등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꽃들에 비해 매우 작은 도마뱀이 고개를 돌려 갑충의 거동을 살피는 모습이 재미있네요.
오히려 이 그림에서는 한 가운데 양귀비가 왕인 듯 군림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 양쪽에 있는 나비들은 그 양귀비를 보필하고 있구요


[ 조충도 – 오이와 개구리 (16세기 초) ]

개구리, 땅강아지, 벌, 오이, 강아지풀 등이 그려져 있네요.
한 가운데 있는 오이의 투명한 빛깔과 표면에 대한 섬세한 표현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개구리는 땅강아지쪽으로 천천히 살금살금 다가가는 것이
아무래도 잡아먹으려는 듯 하네요.
그림 속에서 또 하나의 재미있는 곤충 이야기가 그려지고 있습니다
[ 포도도 (16세기초) ]

사임당의 대표작 입니다.
포도 열매들의 농담 변화로 인하여 더욱 세련되고 생기있는 그림이 되었습니다.
또한 줄기들이 꼬여있는 모습은 정적일 수 있었던 이 작품에 생동감을 불어넣고 있죠.
이 작품을 보면,
잔칫집에서 치마를 더럽힌 아낙을 위해 그녀의 치마에 그려주었다는
사임당의 포도 그림을 연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매창의 매화도 (16세기 후반) ]

매창은 신사임당의 첫째 딸로서 어머니를 닮아 시,서,화에 능하였습니다.
어릴 때부터 그림에 소질을 보였던 매창에게 사임당은 직접 그림 뿐만 아니라
그림을 그릴 때의 마음가짐도 함께 일러주었습니다.
덕분에 매창 또한 조선 시대 유명한 화가이자 시인으로 이름을 떨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이우의 국화도 (16세기 후반) ]
 

율곡 이이의 동생이었던 이우 또한 그림에 능하였습니다.
그는 어머니의 화풍을 따라서 식물과 곤충 그림을 잘 그렸습니다.
또한 학문에도 깊은 소양을 지녀 군수의 자리까지 올랐습니다.
그는 그의 어머니인 신사임당, 누이인 매창과 더불어
16세기 후반, 조선의 대표적 문인이자 화가로 이름을 남기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어머니상이자 여성상인 신사임당.
위인전 시리즈마다 등장하는 지극한 효심과 인성의 소유자로 그리고 조선시대의 대학자인
율곡 이이의 덕망있는 어머니로 잘 알려져 있지요.
우리는 그 분에 대해 초등학교, 중학교 국어 시간, 도덕 시간에 배울 수 있었습니다.
특히 여학생들 사이에서는 존경하는 인물로도 한번씩은 회자되었던 분입니다.

또한 신사임당은 깊은 인성 만큼이나 감각적인 예술성을 지니고 있는 화가로도 유명합니다.
그 분의 그림들과 써낸 서체, 시 등은 유연하면서도 섬세한 표현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여자들에게 교육의 기회는커녕 이름조차 변변치 않았던 조선 유교 사회를 감안해 보면,
신사임당과 같은 여성의 등장은 보통의 일이 아닌 것이죠.
아마 그 분에게 남자들만큼의 기회가 주어졌다면
조선의 어지러운 역사가 바뀌어졌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신사임당은 1504년,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강릉의 오죽헌에서 태어났습니다.
대나무 숲으로 둘러 쌓여 있는 오죽헌은 율곡 이이 선생이 태어난 곳으로도 유명하죠.
신사임당은 7살 때부터, 지난 회에 소개해 드렸던 안견의 화풍을 이어받아
산수화를 그리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당시 소녀들과 다르게 유교 경전과 같은 책들도 많이 읽으며 학문을 닦았구요.

19세에 결혼한 후에도 홀어머니를 모시고, 친정인 강릉과 서울의 시댁을 오가며
양가를 봉양했다고 합니다.
신사임당의 남편 이공은 우유부단한 성격으로 그리 출중한 실력을 가진 편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신혼시절 신사임당은 남편의 출세를 위해 10년 별거를 제안하기도 했다고 해요.
하지만 몇 달 못 가서 남편은 다시 돌아왔고, 결국 사임당은 그에게
“머리를 깎고 절에 들어가 중이 되겠다” 으름장을 놓았답니다.
부인의 마음을 이해한 남편은 다시 열심히 공부를 하였다고 하네요. 보통 강한 분이 아니죠.

신사임당의 그림과 글씨, 시는 매우 섬세하고 여유로와 보입니다.
그림들의 주된 소재들은 과일, 난초, 물고기나 새, 풀벌레 등이랍니다.
생활 속에서 섬세한 여성의 눈으로만 관찰될 수 있는 친근한 소재들이죠.
특히, 섬세하고도 생동감 넘치는 풀벌레 그림을 보고,
닭이 살아있는 줄 알고 쪼아댔다는 일화는 유명하답니다.

신사임당의 그림은 정적이면서도 따뜻한 느낌이 묻어납니다.
여성 특유의 관찰력으로 잎사귀와 줄기의 느낌 하나하나, 벌레의 다리 끝 까지도 꼼꼼하게
그려내었습니다. 그리고 그림 속 물체의 색과 재질까지 특성에 맞게 잘 표현하였죠.
사임당은 종종 자녀들에게 그림에 대한 가르침을 이렇게 전하였다고 합니다.
“ 그림은 단순히 손재주 만으로 그릴 수 없는 것이다.
우선 마음을 가다듬은 다음 그리고자 하는 대상을 자세히 관찰해야 한다.
곤충이든 식물이든 그 대상이 갖고 있는 실체를 확실히 파악하지 않으면,
그림을 그려도 생명력이 없다는 것을 명심하고 그려야 한다. ”

사임당은 7남매나 되는 자녀들에 대해 딸, 아들을 차별하지 않고 동일하게 그림을 가르치며,
인성과 감성을 함께 길러내었습니다. 남편을 잘 보필하고, 가정을 잘 꾸려나가기 위해서는
아녀자가 현명해야 한다는 것이 사임당의 지론이었죠. 자녀들에 대한 양육에 있어서도 그 분은
아직까지 많은 여성의 본이 되고 있답니다.

이는 신사임당 또한 강하고 현명하신 그 분의 어머니에게 받은 영향으로 생각됩니다.
홀어머니에 대한 사임당의 지극한 효심도 유명한데요. 사임당의 자녀들이 훌륭하게 자란 것도
그 어머니의 삶을 보고 배웠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천마디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 진정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겠죠.


아래의 시는 어머니를 향한 사임당의 시조 한 가락이랍니다.

산 첩첩 싸인 내 고향 천리이지만 / 꿈과 생시 오직 돌아가고픈 마음
한송정가에 외로이 뜬 달 / 경포대 앞 스치는 한 가닥 바람
갈매기 떼는 모래밭에 모이고 흩어지고 / 바닷가에 고깃배 동서로 오락가락
어느 때나 고향길 다시 돌아가 / 색동옷 갈아입고 바느질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