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농부, 대통령 식탁에 상추 올리다
회사 이름은 '제어된 환경의 농업(Controlled Environment Agriculture)'이란 뜻에서 나왔다.
만나는 성경에 나오는 '하늘이 내린 빵'이란 뜻.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을 높여서 '식량안보'에 기여"하는 것이 목표다.
입력 : 2016.02.22 13:13
청와대는 올 초 페이스북 계정에 국내 농업 벤처가 보내온 루콜라·레몬바질·페퍼민트 등 각종 허브(herb·향기 나는 채소) 사진과 함께 "대통령이 정말 맛있게 드셨다"는 글을 올렸다.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운영하는 카카오는 작년 10월 이 회사에 100억원을 투자해 지분 33%를 획득했다. 전체 기업 가치가 약 300억원으로 평가된다는 뜻이다. 도대체 무슨 회사이기에 청와대와 카카오까지 이렇게 뜨거운 관심을 보이는 것일까.
청와대와 카카오가 주목한 농업 벤처
지난 16일 서울에서 차로 한 시간 남짓한 거리의 충북 진천군 이월면. 눈 덮인 들판 사이에 농업 벤처 만나CEA의 유리온실 두 동(棟)이 삐죽 솟아 있었다.
바깥은 눈발 날리는 영하의 날씨였지만, 각 온실 내부는 영상 20도로 따뜻했다. 온실 하나의 규모는 2310㎡(약 700평). 이곳에서 상추, 허브류 등 40여 종의 작물이 자라고 있었다.
이곳은 하루 24시간, 1년 365일 내내 보일러나 에어컨을 쓰지 않고도 20~28도의 온도를 유지하면서 스스로 돌아가는 첨단 시설이다. 온실의 습도, 광량(光量), 이산화탄소 농도 등은 자동으로 조절된다. 인공 비료도 일절 쓰지 않는다. 일꾼이 할 일이라곤, 그저 사무실에 앉아 실시간으로 각종 수치가 나타나는 컴퓨터 화면과 CCTV를 체크하는 것뿐이다.
특이하게도 온실 중앙에는 5개의 거대한 수조(水槽)가 놓여 있다. 각각 20t짜리인 대형 수조에는 어른 팔뚝만 한 향어와 역돔이 1000여 마리씩 활개 치고 있었다. 이 회사의 박아론(30), 전태병(27) 공동대표는 "물고기가 뿜어내는 배설물을 미생물이 분해해서 채소를 기르는 배양액(培養液)으로 활용한다"고 했다.
이와 더불어 개별 식물 생장에 필요한 인·철·마그네슘 등 영양분 현황을 센서로 감지하고 자동으로 추가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배양액은 온실에 빼곡히 자리 잡은 5만여 개의 화분 밑바닥에 촉촉하게 깔린다. 물은 버리지 않고 계속 온실을 순환하도록 한다.
특이하게도 온실 중앙에는 5개의 거대한 수조(水槽)가 놓여 있다. 각각 20t짜리인 대형 수조에는 어른 팔뚝만 한 향어와 역돔이 1000여 마리씩 활개 치고 있었다. 이 회사의 박아론(30), 전태병(27) 공동대표는 "물고기가 뿜어내는 배설물을 미생물이 분해해서 채소를 기르는 배양액(培養液)으로 활용한다"고 했다.
이와 더불어 개별 식물 생장에 필요한 인·철·마그네슘 등 영양분 현황을 센서로 감지하고 자동으로 추가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배양액은 온실에 빼곡히 자리 잡은 5만여 개의 화분 밑바닥에 촉촉하게 깔린다. 물은 버리지 않고 계속 온실을 순환하도록 한다.
IT 농업에 인생 건 청년들
박·전 공동대표는 KAIST(한국과학기술원) 08학번 동기생이다. 미국에서 태어난 박 대표는 고교 졸업 후 한국으로 건너와 KAIST 산업디자인학과에 입학했다. 대전 출신인 전태병 대표는 KAIST 기계공학과에 입학했다.
둘은 1학년 때 기숙사 룸메이트로 처음 만나 친해졌다. 학창시절 공동 창업을 준비하던 두 사람은 "농업에 IT를 접목해보자"고 뜻을 모았다. 박 대표는 "잘만 하면 의미도 있고 수익성도 높아서 농업에 평생을 걸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KAIST 10평짜리 연구실에서 '자동 유리온실' 모형을 만들었다. 졸업 후엔 벤처캐피털과 개인 투자자 등으로부터 30억원의 투자금을 받아 창업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4년 10월 세종창조마을 시범사업 출범식에서 이들의 사업모델을 듣고는 "이런 농법이 실제로 많이 쓰일 수 있도록 열심히 해달라"고 격려했다. 만나CEA는 한 달 뒤 충북 진천에 유리온실을 완공하고 가동에 들어갔다.
이 유리온실은 작년에 처음으로 '봄·여름·가을·겨울'의 4계절을 거쳤다. 전 대표는 "온실 700평에서 채소 250t을 수확했다"며 "상추의 경우 같은 면적의 밭농사와 비교하면 수확량이 40배 많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올 1월 전국 가정에 신선한 채소를 정기 배송해주는 '만나박스'라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한 달 만에 고객이 1000명을 넘어설 정도로 인기다. 채소 물량이 달려서 현재 가입 대기자가 400여 명이다. 박 대표는 "현재 1400평인 농장을 연내에 5000평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했다. 올해 매출 목표는 작년(30억원)의 5배인 150억원이다.
전 대표는 "전국에 '만나 유리온실'을 보급하고, 생산 작물은 공동 판매해 농업인 한 명이 연 1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1차 목표"라면서 "궁극적으로는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을 높여서 '식량안보'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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