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우리나라 대표 국수, 칼국수

산야초 2016. 3. 7. 00:08

우리나라 대표 국수, 칼국수

입력 : 2015.06.10 09:00

[방방곡곡 서민식당 발굴기]
대구 달서구 호산동 <미생면칼국수>

'육·해·공' 다양한 육수의 칼국수는 여름철 별미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수를 꼽으라면 칼국수가 단연 으뜸이다. 물론 칼국수보다는 짜장면이 식당에서 판매하는 비중이나 실제 소비자의 소비량이 압도적이지만 중국 산동성에서 건너온 짜장면의 원적은 어쨌든 중국이다. 그에 반해 족보가 있는 국수인 칼국수는 한국을 대표하는 면식(麵食)이라고 해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오래된 문헌에는 칼국수보다 밀가루 국수라고 해서 ‘밀국수’로 칭하고 있다.

우리가 어렸을 때는 멸치육수로 끓인 칼국수를 가장 많이 먹었던 것 같다. 홍두깨로 손반죽을 해서 만든 면발은 투박했지만 한 끼 식사로 부족함이 없었다. 멸치육수 특유의 감칠맛과 간장 양념의 진한 맛이 어우러져 가끔 먹는 음식으로 별미였다. 국물 맛이 특히 시원하고 개운했던 기억이 있다. 조선간장의 매력이다. 이 육수에 밀가루를 손으로 뜯어서 넣으면 수제비로 변신하기도 했다.

밀은 원래 우리나라에서 귀한 식재료였지만 한국전쟁을 기점으로 미국의 잉여농산물인 밀가루가 들어오면서 칼국수와 국수, 짜장면이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조선시대에는 밀이 아닌 메밀로 주로 국수를 만들었다고 한다. 세월이 지나면서 식당에서 판매하는 칼국수는 해물이 절대 대세를 이루었다.

	얼큰칼국수
얼큰칼국수
해물칼국수는 주로 바지락을 사용하고 국물 맛보다는 바지락을 골라서 먹는 맛이 쏠쏠하다. 서울 명동의 유명 칼국수 집은 닭을 기본 육수로 사용해 수 십 년 동안 대박을 내오고 있는 곳이다. 요즘은 어떨지 모르지만 예전에는 평일 오후 3~4시에 가도 줄을 서서 먹을 정도로 엄청나게 손님이 몰리던 가게다. 그 손님 중 많은 사람이 외국인이다. 이 칼국수는 마늘김치와 더불어 묘한 중독성이 있어 고유의 마니아층이 형성됐다.

우리나라 칼국수를 육수 종류에 따라 분류하면 멸치육수, 해물육수, 닭육수, 그리고 흔하진 않지만 사골이나 소고기를 사용하는 칼국수로 분류할 수 있다. 가장 고급 칼국수는 한우를 사용한 칼국수로 보통 안동식이라고 칭한다. 하지만 사실 경북 안동에는 없는 국수로 소고기 베이스를 사용하기 때문에 서울식 칼국수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강원도에서는 강원도 된장인 막장을 사용한 장칼국수가 있고 남도지방에는 팥을 사용한 팥칼국수가 있다. 그래도 역시 해물칼국수, 닭칼국수, 멸치육수 칼국수가 가장 대중적이다. 뜨거운 칼국수는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오히려 여름철에 가장 많이 소비하는 음식이라는 특성이 있다.

고소하고 영양 만점인 ‘영양칼국수’

얼마 전 대구에서 기존 칼국수와 다른 새로운 타입의 칼국수를 경험했다. 대구는 전통적으로 국수의 경쟁력이 높은 지역이다. 상호는 <미생면칼국수>로 공단 지역인 성서공단 내에 입지했다. 이 국수집 대표 메뉴는 ‘영양칼국수’라고 한다.

	영양칼국수
영양칼국수
우리는 영양칼국수와 ‘얼큰칼국수’ 그리고 만두를 주문했다. 영양칼국수는 주재료로 들깨를 사용한다. 들깨는 우리 몸에 아주 좋지만 육수로 만들어서 먹으면 쉬 질리는 단점이 있다. 가끔 들깨칼국수로 영업을 잘 하고 있는 식당에서는 수육이나 다른 찬류로 메뉴 구성을 분리하는 경우가 있다. 들깨칼국수가 맛보다는 웰빙적인 요소가 강하기 때문이다. <미생면칼국수>에서는 들깨 외에 현미와 콩가루, 옥수수 가루 등이 절묘하게 들어가 질리는 맛을 잡고 고소한 맛을 극대화했다. 먹어도 질리지 않는 맛이 강점이다.

생면이라 탄력이 있고 쫄깃해 면발이 나쁘지 않다. 은근하게 끌리는 맛이 있어서 어느덧 국수를 다 비웠다. 개인적으로 들깨칼국수를 먹을 때 지금까지 완벽하게 한 그릇을 다 비운 경우가 없었다. 건강도 좋지만 입에서 넘어가는 맛이 너무 걸렸기 때문이다.
사이드로 주문한 만두도 가격에 비하면 좋은 구성이다. 딤섬 소룡포 같은 모양으로 작은 사이즈지만 만두의 육즙의 적당히 살아있다. 칼국수나 냉면 등을 먹을 때 만두나 수육 같은 사이드 메뉴 주문의 여부는 가격이 결정적이다. 4000원이라는 가격은 주문하기에 부담 없는 가격이다. 얼마 전 경기 북부의 냉면집에서 냉면을 먹었는데 사이드 메뉴인 떡갈비나 만두 가격이 저렴해서 모두 다 주문한 적이 있다.

	만두
만두
동행한 일행이 주문한 얼큰칼국수도 조금 덜어서 맛을 봤다. 짬뽕과 유사한 모양이지만 맛 자체는 전혀 다르다. 해물과 소고기를 함께 사용해 적당히 칼칼한 맛이 난다. 해장용으로 딱 맞을 것 같다. 밥을 말아먹어도 좋을 것 같다. 약간 일본 생라멘 같은 맛이 있다. 젊은 세대들이 선호할 맛이다.

그밖에 메밀국수와 콩국수 등 차가운 면식도 판매하는 면 전문점이다. 이 식당은 일반 칼국수와는 그 맛과 느낌이 다른 칼국수를 개발했다. 고소한 영양칼국수는 건강지향 고객에게, 얼큰칼국수는 해장용이나 매콤한 기호를 선호하는 고객에게 잘 맞을 듯싶다. 영양칼국수나 얼큰칼국수 모두 기존에 먹었던 칼국수와 맛이 다르다. 그러나 생소한 맛이 아닌 친숙한 맛을 지녔다.

한국을 대표하는 면식인 칼국수도 최근 들어 다양한 변신을 꾀하고 있는 것이 감지된다. 앞으로 어떤 칼국수가 태어나고 진화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출(2인 기준) 영양칼국수 5500원 + 얼큰칼국수 6000원 + 만두 4000원 = 1만5500원
대구시 달서구 달서대로95길 14, 053-588-6210

글·사진 김현수 외식콘셉트 기획자(NAVER 블로그 '식당밥일기')
외식 관련 문화 사업과 콘텐츠 개발에 다년간 몸담고 있는 외식 기획자다. ‘방방곡곡 서민식당 발굴기’는 저렴하면서 인심 넉넉한 서민 음식점을 일상적인 ‘식당밥일기’형식으로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