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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함을 품은 붉고 달콤한 술, 감홍로

산야초 2016. 3. 12. 23:08

따뜻함을 품은 붉고 달콤한 술, 감홍로

입력 : 2016.03.09 09:00

음식과 술
감홍로 & 단호박 갈비찜

따뜻한 기운을 품고 있는 감홍로는 추운 겨울밤이면 평양의 기생들이 끌어안고 마시는 술이었다. 고운 감색을 띠며 그 빛깔만큼 달콤하고 우아한 향을 낸다. 빛깔에 눈이, 향에 코가 즐거운 감홍로에 부드럽고 촉촉한 갈비찜을 함께 곁들였다.

	따뜻함을 품은 붉고 달콤한 술, 감홍로
평양에서 으뜸가는 명주, 감홍로

감홍로(甘紅露)는 그 이름대로 달콤하고 붉은 증류주다. 조선 3대 명주이자 평양 3대 명물로 꼽히며, 별주부전과 춘향전 같은 고전문학 작품에서 귀한 술로 묘사될 만큼 오래전부터 고급술로 명성을 떨친 술이다.

	따뜻함을 품은 붉고 달콤한 술, 감홍로
원래는 관서 지방의 술이었으나 한국전쟁 때 남하한 이경찬 옹에 의해 남쪽으로 전해졌다. 현재 감홍로의 전통을 잇고 있는 이기숙 명인은 이경찬 옹의 차녀로, 경기도 파주시에 터를 잡고 감홍로를 생산하기 시작해 2012년에 명인으로 정식 등록됐다. 이 명인은 다채로운 술맛을 위해 소줏고리와 같은 방식인 화덕식 증류기를 제작해 술을 내리고 있다.

	따뜻함을 품은 붉고 달콤한 술, 감홍로
뱃속부터 따뜻하게 해줘 냉증에 효과적

감홍로는 예로부터 약용주로 쓰였는데 혈액순환을 도우며 몸을 따뜻하게 하는 술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술을 마시면 체온은 높아지지만 내장 기관은 차가워지는데, 감홍로는 장 역시 따뜻하게 해줘 음용 후에 온몸에 따뜻한 기운이 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는 감홍로가 여러 가지 약재를 침출해 만든 약용술이기 때문이다. 열대과일의 일종인 ‘용안육’은 달콤한 곶감과 비슷한 맛을 내며 장을 따뜻하게 하는 성질을 지녔다. 또한 심신 안정과 진정 작용이 있어 우울증과 불면증에도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밖에 감홍로에 붉은색을 더해주는 지초, 피로를 풀어주는 진피, 정기를 북돋워주는 정향, 이 모든 약재를 어우러지게 하는 달콤한 감초 등이 들어간다.

술로 꽃피운 문화를 널리 알리다

감홍로의 술병에는 술 이름이 적혀있지 않다. 술병이 술을 비운 뒤에도 화병 등으로 의미 있는 기능을 했으면 하는 이기숙 명인의 바람 때문이다. 흰 도자기는 한복의 치마 선처럼 둥근 곡선으로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글자 대신 새겨 넣은 문양은 집과 꽃, 날개를 합친 것으로 ‘집에서 꽃핀 문화를 널리 알린다’는 뜻을 담았다. 감홍로는 세계의 전통 음식과 문화를 보전하기 위한 프로젝트 ‘맛의 방주(Ark of Taste)’ 품목에 선정됐다.

단호박 약밥을 넣어 든든한 수비드 갈비찜

	따뜻함을 품은 붉고 달콤한 술, 감홍로
임재윤 대표가 추천하는 안주는 ‘수비드 갈비찜’이다. 수비드(Sous-Vide, 저온진공조리) 조리 방식은 식감이 부드럽고 육즙 손실이 적은 장점이 있다. 소갈비를 진공포장한 뒤 60℃ 온도의 따뜻한 물에서 48시간 동안 천천히 익힌다. 이렇게 주재료를 미리 익혀 두면 주문이 들어올 경우 부재료만 추가해 테이블에서 끓여 먹게끔 제공할 수 있어 운영이 편리하다. 냄비에 버섯과 청경채를 함께 담고 은행과 채 썬 달걀지단을 고명으로 올려 완성한다. 여기에 단호박 속을 파내고 약밥을 채워 넣은 ‘단호밥 약밥’을 추가하면 든든한 식사 겸 안주가 된다.

<난지당> 임재윤 대표의 추천 멘트

감홍로는 다른 증류주와는 달리 색과 향이 진해서 더욱 특별한 술이지요. 맛이 달콤하고 위장에 부담이 적어 술이 약한 사람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증류주입니다. 옛사람들은 감홍로를 내포중탕 같은 육류 요리나 차가운 성질의 메밀국수와 먹었다고 전해집니다. 도수가 높고 단맛이 강한 포트와인에 달콤한 디저트가 어울리듯이 달콤한 감홍로에도 단 음식이 잘 어울립니다. 달달한 약밥도 괜찮고 말린 과일을 곁들여도 좋습니다.

감홍로
도수 40%
규격 400mL, 700mL
문의 (031)954-6233

글·사진 제공 : 월간외식경영
촬영협조·메뉴시연 <난지당> 임재윤 대표
(※ 외부필자의 원고는 chosun.com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