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술
감홍로 & 단호박 갈비찜
따뜻한 기운을 품고 있는 감홍로는 추운 겨울밤이면 평양의 기생들이 끌어안고 마시는 술이었다. 고운 감색을 띠며 그 빛깔만큼 달콤하고 우아한 향을 낸다. 빛깔에 눈이, 향에 코가 즐거운 감홍로에 부드럽고 촉촉한 갈비찜을 함께 곁들였다.
감홍로(甘紅露)는 그 이름대로 달콤하고 붉은 증류주다. 조선 3대 명주이자 평양 3대 명물로 꼽히며, 별주부전과 춘향전 같은 고전문학 작품에서 귀한 술로 묘사될 만큼 오래전부터 고급술로 명성을 떨친 술이다.
감홍로는 예로부터 약용주로 쓰였는데 혈액순환을 도우며 몸을 따뜻하게 하는 술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술을 마시면 체온은 높아지지만 내장 기관은 차가워지는데, 감홍로는 장 역시 따뜻하게 해줘 음용 후에 온몸에 따뜻한 기운이 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는 감홍로가 여러 가지 약재를 침출해 만든 약용술이기 때문이다. 열대과일의 일종인 ‘용안육’은 달콤한 곶감과 비슷한 맛을 내며 장을 따뜻하게 하는 성질을 지녔다. 또한 심신 안정과 진정 작용이 있어 우울증과 불면증에도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밖에 감홍로에 붉은색을 더해주는 지초, 피로를 풀어주는 진피, 정기를 북돋워주는 정향, 이 모든 약재를 어우러지게 하는 달콤한 감초 등이 들어간다.
술로 꽃피운 문화를 널리 알리다
감홍로의 술병에는 술 이름이 적혀있지 않다. 술병이 술을 비운 뒤에도 화병 등으로 의미 있는 기능을 했으면 하는 이기숙 명인의 바람 때문이다. 흰 도자기는 한복의 치마 선처럼 둥근 곡선으로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글자 대신 새겨 넣은 문양은 집과 꽃, 날개를 합친 것으로 ‘집에서 꽃핀 문화를 널리 알린다’는 뜻을 담았다. 감홍로는 세계의 전통 음식과 문화를 보전하기 위한 프로젝트 ‘맛의 방주(Ark of Taste)’ 품목에 선정됐다.
단호박 약밥을 넣어 든든한 수비드 갈비찜
<난지당> 임재윤 대표의 추천 멘트
감홍로는 다른 증류주와는 달리 색과 향이 진해서 더욱 특별한 술이지요. 맛이 달콤하고 위장에 부담이 적어 술이 약한 사람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증류주입니다. 옛사람들은 감홍로를 내포중탕 같은 육류 요리나 차가운 성질의 메밀국수와 먹었다고 전해집니다. 도수가 높고 단맛이 강한 포트와인에 달콤한 디저트가 어울리듯이 달콤한 감홍로에도 단 음식이 잘 어울립니다. 달달한 약밥도 괜찮고 말린 과일을 곁들여도 좋습니다.
감홍로
도수 40%
규격 400mL, 700mL
문의 (031)954-6233
글·사진 제공 : 월간외식경영
촬영협조·메뉴시연 <난지당> 임재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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