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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정을 품은 집

산야초 2016. 4. 4. 23:28

중정을 품은 집 

세종시 길마당마을 스틸하우스월간 전원속의 내집 

| 매거진 | 입력 2016.03.31 10:31


내 집에서, 동네 골목에서 이웃과 스스럼없이 안부를 주고받았던 유년의 기억. 이를 현대적으로 되살려가는 세종시의 한 택지지구에서 마당을 가운데 둔 ‘ㄷ’자 주택을 만났다.


‘ㄷ’자 형태의 주택은 각도에 따라 다양한 얼굴을 보여준다.

아늑하게 감싸 안긴 중정의 모습. 데크를 깔아 집에서 편하게 드나들 수 있다.


세종시 한 주택단지에 마당을 품은 집들이 하나둘 지어지고 있다. ‘ㄴ’자 혹은 ‘ㄷ’자 형태의 주택이 모여 아담한 마을을 이루는 이곳은 ‘길마당마을’이다. 어째 집들의 모습이 하나같이 똑 닮았다 했는데, 여기에 집을 지으려면 매스 방향과 형태, 지붕 물매, 외장재료 등 설계공모를 통해 제시된 설계지침을 따라야 하는 조건이 있었다. 이 스틸하우스 역시 가이드라인에 따라 지어졌다. 건축주는 무엇보다 안길, 샛길, 골목길을 따라 만나고 엮이던 우리네 전통주거의 모습을 현대적으로 담아낸 점이 마음에 들어 이곳에 집을 짓기로 했다고 전한다.


HOUSE PLAN

대지위치 : 세종특별자치시 / 대지면적 : 259㎡(78.34평) / 건물규모 : 지상 2층 / 건축면적 : 94.14㎡(28.47평)

연면적 : 145.13㎡(43.90평) / 건폐율 : 36.35% / 용적률 : 56.03% / 주차대수 : 2대

최고높이 : 9.12m / 공법 : 기초 - 철근콘크리트구조, 지상 - 스틸하우스구조(고내식성강판 POS-MAC)

구조재 : 벽 – 스틸스터드, 지붕 - 스틸스터드 트러스 / 지붕마감재 : POS-MAC

단열재 : 벽체 - 그라스울 R21 + 열반사단열재·압출법단열재 / 지붕 - 그라스울 R32 + 압출법단열재 / 외벽마감재 : 점토벽돌, 세라믹사이딩(일본산 아이큐브)

창호재 : 공간시스템창호(THK35 로이삼중유리)

건축비 : 2억6천만원(가구, 인테리어, 조경 포함 / 설계비, 인입비, 시스템에어컨 제외)

설계 : 건축사사무소 사람인 송인욱 / 감리 : SUP건축사사무소 선상희

시공 : ㈜포스홈 1544-1953  www.iposhome.co.kr


두 개의 매스를 어슷하게 배치해 그 사이를 외부공간들로 채워 넣었다.


‘ㄷ’자 형태로 중정을 아늑하게 감싸 안은 집은 단지의 가장 안쪽 대지에 자리 잡았다. 다양한 성격의 외부공간과 내부공간이 중첩되고 연결되는 것이 이 집의 가장 큰 특징이다. 주택의 대문인 필로티 공간은 중정과 길의 중간지대로서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을 잇는 완충공간이 된다. 1층 매스는 채를 나누어 손님을 위한 별채를 따로 두었는데, 집의 한가운데 있는 마당이 분리된 내·외부 공간들을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공법으로 선택한 스틸하우스는 아연도금강판으로 만든 스틸스터드를 구조재로 사용하여 내구성이 뛰어나고 내진설계 적용으로 안정성이 높다. 비슷한 시기에 착공한 집들 중에 가장 먼저 공사를 마무리할 정도로 시공성이 좋아 이웃 건축주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짚고 넘어가는 스틸하우스 시공 디테일 ①


열교 현상 방지

열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트랙과 트러스 하부, 창호와 도어 개구부 주위에 ‘우드벅(목재 틀)’을 시공했다. 이는 바닥과 트러스를 타고 전해지는 열이나 냉기를 막아주며, 개구부의 열교현상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기밀성 확보

우드벅만으로는 열교를 완전히 차단하기 어렵다. 특히 스틸하우스는 열전도가 높은 구조재 특성상 열교와 단열에 대한 우려가 있는데, 이는 ZIP SYSTEM을 도입하여 해결했다. 집 전체를 공학목재 구조용 패널로 완전히 둘러싸 기밀성을 높였다.


창을 크게 내어 중정이 한눈에 들어오는 1층 공간

손님이 편하게 머물다 갈 수 있는 별채 내부 모습 / 1층에 널찍하게 구성한 주방과 다이닝룸이 거실의 기능을 겸한다.


‘ㄷ’자 구조, 채 나눔과 필로티 등으로 주택 외피 면적이 넓어짐에 따라 단열에도 특별히 더 신경 썼다. 열전도가 높은 구조체의 물성을 보완하기 위해 중단열에 외단열을 추가 시공하였으며, 열교 현상을 줄이기 위해 발코니와 필로티 영역의 단열층이 끊어지지 않도록 보강했다. 벽체에는 일반적인 O.S.B 합판 대신 투습방수지 역할의 장벽이 내장된 ZIP SYSTEM 공학목재패널을 사용하고 전용 테이프로 기밀 작업을 꼼꼼히 했다. 계단실 입구에 포켓도어를 설치하여 열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 덕분인지 건축주는 첫겨울을 나는 동안 낮에는 보일러 가동 없이도 항상 실내온도 20도 이상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PLAN - 1F (72.36㎡)  /  PLAN - 2F (72.77㎡)


가족실에서 침실을 향해 바라본 모습 / 2층 가족실에는 간단한 요리를 하거나 차를 준비할 수 있는 간이주방을 두었다.


INTERIOR

내벽마감재 : KCC 숲으로 친환경 페인트 도장, LG Z:IN 실크벽지 / 바닥재 : 한화 센트라 강마루

욕실 및 주방 타일 : 대전경동타일 수입타일(스페인산) / 수전 등 욕실기기 : 로얄앤컴퍼니

주방 가구 : 한샘 / 조명 : 서울 을지로 반디조명 외 / 계단재 : 멀바우 집성목

현관문 : 코렐시스템 / 방문 : 자작나무합판(현장 제작) / 아트월 : 안티코스터코

붙박이장 : 한샘 / 데크재 : 핀란드산 루나우드(탄화목) / 스테인 : 독일산 씨라데코

외부바닥재 : 현무암 30T + 고흥석버너 30T / 조경 : 동우조경


크지 않게 구성한 2층 욕실 / 2층을 오픈해 높은 박공지붕 형태가 그대로 드러난다.


짚고 넘어가는 스틸하우스 시공 디테일 ②


이중지붕 시공

천장을 터서 박공지붕 형태를 그대로 살린 주택 내부 디자인을 고려하여 이중지붕을 시공해 단열과 환기에 집중했다. 지붕 위에 2×4 구조목을 설치하여 공기층을 두고 그 위에 지붕을 한 겹 더 시공하는 방식이다.


습도조절 위한 에어가드 설치

단열재 내측에 기밀방습지 듀폰 에어가드 Sd5를 시공했다. 이는 봄·가을·겨울에 실내 습기가 벽체 내부로 들어가지 않도록 막아주고, 여름에는 밖에서 들어온 습기를 천천히 실내로 내보내 벽체가 습하지 않게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모노톤으로 세련되게 꾸민 침실


1층은 거실 및 주방과 욕실, 그리고 별채의 게스트룸으로 단순하게 구성했다. 장성한 자녀들이 출가한 후, 손님을 초대하기 좋아하는 부부만 집에서 주로 생활하게 될 것을 고려한 설계다. 가족실과 침실 등 사적인 공간은 모두 2층에 두었으며, 평소 차(茶)를 즐긴다는 건축주의 요청에 따라 가족실에 간이주방을 따로 설치했다.


짚고 넘어가는 스틸하우스 시공 디테일 ③


이중급수배관, 오픈 수전함 시공

이중관(CD관+PB관)을 매립하여 분배헤더에서 각종 수전에 오픈 커버를 설치한 후 이 수전함끼리 연결하는 배관 방식. 배관재 결함, 누수 등의 하자가 발생하더라도 벽체 매립 부분의 오픈 커버를 열어 바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마감재나 바닥을 뜯어내지 않고 교체 및 보수가 가능해 유지·보수가 쉬운 방법이다.


FRP 수지 방수 + 우레탄 방수 + 액체 방수

FRP(Fiber Reinforced Plastics) 방수는 에폭시나 우레탄 방수보다 고가인 데다 시공이 까다롭지만, 제대로만 시공하면 어떤 공법보다 성능이 우수하고 오래가는 공법이다. 일본이나 유럽에서는 이미 일반화되어 있는 공법으로, 구조체의 수축·팽창이 거의 없는 스틸하우스의 경우 그 내구성이 더 오래 유지될 수 있다.


탁 트인 발코니와 연결되어 전망과 채광이 좋은 서재

주택 주변에 낸 작은 산책길  /  본채의 박공지붕 경사와 방향은 태양광 패널 설치를 고려하여 계획되었다.


2층 가족실 및 복도의 천장은 이중지붕(웜 루프) 시공으로 박공지붕 형태가 고스란히 드러나도록 오픈했는데, 덕분에 시원스러운 공간감을 느낄 수 있다. 전체적으로 모던하고 심플하게 연출한 인테리어는 주요 마감을 화이트 도장과 자작나무 소재의 조합으로 통일해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을 준다. 

어느덧 지어진 집들이 마을을 가득 채우고 나면, 길들이 모이는 동네 어귀에 느티나무와 평상이 놓일 예정이다. 오가던 이웃들이 자연스럽게 한자리에 모여 담소를 나누고 정을 나누는, 사람 냄새 나는 풍경을 곧 볼 수 있지 않을까. 두꺼운 외투를 벗어던져도 될 만큼 날씨가 포근해지면 가족, 친구들과 내 집 마당을 마음껏 누릴 생각에 부부는 오늘도 가슴이 설렌다.


에디터_조고은   |  사진_변종석

ⓒ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16년 3월호 / Vol.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