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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된 주택 개조기월간 전원속의 내집

산야초 2016. 4. 18. 12:51

Brick House 60년 된 주택 개조기월간 전원속의 내집 

매거진 | 입력 2016.04.15 10:05 | 수정 2016.04.15 10:07


한옥과 서구식 건축물이 공존하는 동네. 그 이국적인 정취에 마음을 빼앗겨 골목을 걷다, 갓 구운 빵 냄새가 진하게 나는 빨간 벽돌집을 만났다.


리모델링을 통해 다시 태어난 빨간 벽돌집

‘내 가족이 만들어주는 빵’이라는 콘셉트로 공간에서 주는 따뜻함이 필요했던 매장은, 목재 트러스와 방킬라이 목재를 더해 동네 빵집의 정겨운 분위기를 살렸다.


20세기 초 선교사들이 터를 잡고 살던 이곳, 버드나무로 덮여 있어 ‘양림(楊林)’이라 불리는 작은 동네는 근대 건축물이 아직 곳곳에 남아 그 시절 이야기를 전한다. 시간이 멈춘 듯 놓인 과거의 유산 속을 걷다 다다른 어느 골목길, 훈훈하게 퍼지는 빵 굽는 냄새와 마주했다. ‘양림빵집’이라는 작은 간판이 달린 빨간 벽돌집에는 매일 빵을 만드는 부부와 어린 아들이 오순도순 살고 있다.

우연히 마음을 뺏긴 이곳에 둥지를 틀기로 한 부부는 60년이 훌쩍 넘은 어느 한 선교사의 주택을 구입했다. 이미 낡을 대로 낡아버린 건물에 새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 증축과 대수선, 용도 변경까지. 손봐야 할 곳은 한둘이 아니었고, 이를 위해 광주에 기반을 두고 있는 ‘디자인오(DESIGN5)’에서 팔을 걷어붙였다. 


건너편에서 바라본 주택 전경. 각각 다른 용도의 공간이지만 하나의 그림 속 건물로 보일 수 있도록 설계의 주안점을 두었다.

Before


부부의 요구사항은 간단했다. 빵집이라는 상업공간이 있더라도 프라이버시가 유지되는 집, 그리고 하나뿐인 아이의 놀이공간을 마련해주고 싶다는 것이었다. 

결론적으로 가족의 바람을 포함해 풀어야 할 시공상의 숙제는 세 가지로 나눠졌다. 먼저 20세기 초 광주의 모습이 남아 있는 양림동에 어울리는 건물을 만들 것, 그리고 서로의 공간이 간섭받지 않으면서 상업공간과 주거공간이 하나가 될 수 있도록 할 것, 마지막으로 햇빛이 잘 들고 집 안으로 바람이 깃들어 따뜻한 공간으로 거듭나게 할 것.

다양한 작업이 이루어져야 하다 보니 시공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변수가 생기면 생각 속 밑그림을 지우고 다시 그려야 했고, 아예 새로운 아이디어를 꺼내야 할 때도 있었다. 밤을 새워 고민하고, 건축주와 대화를 통해 풀어나가던 긴 기다림의 시간이 끝난 지난 2월, 동네 속에 고스란히 녹아든 주택이 완성되었다.


HOUSE PLAN

대지위치 : 광주광역시 남구 양림동 / 대지면적 : 210㎡(63.52평) / 건물규모 : 지상 2층

건축면적 : 112.30㎡(33.97평) / 연면적 : 154.74㎡(46.81평) / 건폐율 : 53.48% / 용적률 : 69.40%

주차대수 : 1대 / 최고높이 : 5.9m / 공법 :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지상 - 철근콘크리트 + 기존 건축물 조적조 / 구조재 : 벽 - 철골철근콘크리트 / 지붕 - 콘크리트 + 구조목

지붕마감재 : 징크 / 단열재 : 비드법보온판 2종3호, 스터코플렉스

외벽마감재 : 레드벽돌 + 발수코팅 / 창호재 : LG하우시스 창호 + 로이유리

설계 : 필건축사무소

시공 : 디자인오 062-673-3456,  www.design5.kr


징크와 벽돌 마감재의 조화가 멋스럽다.

골목 안 별도로 마련된 주거공간 측 현관  /  가족만의 작은 정원

거실 모습. 기존 건물에 있던 목재트러스를 그대로 복원해 지난 세월을 간직할 수 있게 했다.


주택은 크게 두 영역으로 나뉜다. 박공지붕의 공간은 부부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으로, 큰 창을 통해 빵을 구우며 마주하는 동네 경치와 햇살은 언제나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높은 천장고 덕분에 작지만 시원한 공간감 또한 함께 느껴진다. 

상업공간의 동선과 겹치지 않도록 골목 안쪽에는 별도의 출입구를 배치했고, 답답할 수 있던 현관은 유리도어로 시공하여 개방감을 주었다. 집 안으로 들어서면 환한 거실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기존 건물 천장의 목조트러스를 그대로 복원해 세월을 간직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화이트 계열의 바닥과 월넛 컬러의 강한 대비로 모던한 멋을 살렸다. 

주방은 그레이 톤의 가구를 맞춤 제작해 한결 넓고 깨끗해 보인다. 옆으로 펼쳐진 포근한 마당을 바라보며 함께 하는 식사시간이 요즘 가장 즐겁다는 가족이다. 


주방은 항상 정원을 마주할 수 있는 곳에 배치하여, 외부의 자연을 내부에서도 즐긴다.

거실 옆 아이의 놀이방  /  주방에서 바라본 거실. 슬라이딩 도어를 닫으면 놀이방을 필요에 따라 숨길 수 있다.

평소에는 벽처럼 보이지만 슬라이딩 도어를 열면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실이 숨겨져 있다. 반대쪽에는 수납공간도 마련해 두었다.


PLAN - 1F (110.46㎡)  /  PLAN - 2F (44.28㎡)


2층에서 바라본 계단실  /  흰색의 타일로 마감한 욕실


INTERIOR

내벽마감재 : 무늬목 마감재 + 우레탄 도장, LG하우시스 벽지 / 바닥재 : 14㎜ 원목 수입강마루 + 수입타일 / 욕실 및 주방타일 : 윤현상재 수입타일 / 수전 등 욕실기기 : 아메리칸스탠다드 / 조명 : COB 27W, LED 8W / 계단재 : 크리마벨로

현관문 : 고급형 컬러강판 도어 / 방문 : 무늬목 + 우레탄 도장 도어 / 붙박이장 : 거창석


앞으로 더 많은 물건들로 채워질 아이방

부부침실. 침대 뒤 목재 아트월은 레일을 부착해 자유자재로 빛을 가릴 수 있는 커튼 역할을 대신한다.  /  복도를 사이에 두고 아이방과 부부침실이 위치한다. 


기존 주택에 상업공간까지 놓이다보니 주거 면적이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2층은 증축을 통해 아이방과 부부침실, 욕실 등 개인적인 공간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주었다. 특히 침실 창을 통해 밖을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으면 이곳에 오길 잘 했다는 안도감에 미소 짓게 된다고.

오래된 동네의 풍경은, 이렇게 현재와 접점을 찾아가는 중이다. 새 삶을 얻은 세 식구의 벽돌집 또한 긴 시간 이 자리를 지켜나가길 바라본다.

 

에디터_김연정   |  사진_변종석

ⓒ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16년 4월호 / Vol.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