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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 호텔… 이명박 전 대통령 과거 북촌 한옥집부터 안동 고택 리조트까지

산야초 2016. 4. 12. 00:19

[2016년 호텔 트렌드]

① 한옥 호텔… 이명박 전 대통령 과거 북촌 한옥집부터 안동 고택 리조트까지

  • 배정원 기자
  • 입력 : 2016.04.08 17:00

         

    우물마루, 창호문 등 전통 한옥에 현대적 편의 시설 접목
    1박에 30만원 대부터 159만원 대 까지… 고택의 힐링과 왕가의 서비스 결합

      서울 종로구 가회동 31-53에 위치한 취운정. 대문 위에 달린 파란색 간판이 눈에 띄인다.
    서울 종로구 가회동 31-53에 위치한 취운정. 대문 위에 달린 파란색 간판이 눈에 띄인다.
    버선코 같은 처마선이 언덕배기에 펼쳐진 서울 북촌 한옥마을. 이곳을 거닐면 담 너머 한옥을 훔쳐보는 재미에 언덕길이 힘들 줄 모른다. 관광객이 몰려 있는 ‘북촌로 11가길’의 옆 골목으로 발걸음을 돌리니, ‘취운정(翠雲亭)’ 세 글자가 눈에 들어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자 시절 머물렀던 곳으로, 2008년 한옥 호텔로 개조해 문을 열었다.

    육중한 대문을 열고 문지방을 넘어 안으로 들어서니, 햇볕이 쏟아지는 마당이 펼쳐졌다. 문 하나 넘었을 뿐인데, 다른 세계로 들어온 듯 새로운 풍경이다. 마루에 걸터앉았다. 살랑거리는 봄바람에 소나무 향이 풍겼다. 쪼르르 떨어지는 물소리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취운정은 왕이 궁궐을 나설 때 머물렀던 정자 ‘취운정’에서 착안해 붙여진 이름이다. 과거 북촌에 터를 잡은 명문 세가들은 이 취운정에서 예술의 꽃을 피웠다. 경복궁과 창덕궁을 연결하는 선상에 있는 북촌은 조선왕조 500년의 세월 동안 시대의 중심이 모이고 흐르던 최고의 명당이었다.

     취운정에서는 한식 전문점 ‘두레’의 셰프가 만든 전통 한정식을 맛볼 수 있다.
    취운정에서는 한식 전문점 ‘두레’의 셰프가 만든 전통 한정식을 맛볼 수 있다.
    이숙희 취운정 대표는 한옥을 호텔로 리모델링하면서 한국 전통의 문화를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인사동에서 30년 전부터 한정식집 ‘두레’를 운영해온 그는 음식 외에도 가야금, 판소리, 한복과 침구 디자인 등 우리 전통문화에 두루 관심이 있다고 한다.

    이 대표는 “프랑스에 가면 고성 호텔에서, 일본에 가면 료칸에서 각각의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세계 여러 나라를 가보면서 한국에도 전통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곳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취운정은 마당이 작은 도시형 한옥이지만 실내가 밝고 바깥 공간까지 트인 느낌이다. 대청마루는 낮 동안 들문을 올려 건물 앞뒤로 시선이 뚫렸고, 사랑채는 벽으로 막혔던 한 칸을 뚫어 누마루를 만들었다. 개방된 공간이기 때문에 외부의 자연을 안에서도 구경할 수 있다.

    객실은 안방과 대청방이 있는 안채, 정원을 사이에 두고 별채로 떨어진 사랑채와 별당채로 구성돼 있다. 안채의 안방에는 목가구와 공예품, 청화백자 등을 배치했고, 대청방 안에는 가로로 긴 유리문을 뒀다. 유리문 너머로 북촌 한옥마을의 기와지붕들이 파란 하늘 아래 파도 치듯 일렁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한복을 입은 직원은 예법에 따라 이부자리를 봐준다. 투숙객은 개량 한복으로 만든 잠옷을 입을 수 있다.
    한복을 입은 직원은 예법에 따라 이부자리를 봐준다. 투숙객은 개량 한복으로 만든 잠옷을 입을 수 있다.
    사랑채는 작은 다실로 사용할 수 있는 독립된 마루를 갖춘 별채다. 방의 쪽문을 열면 꽃이 핀 정원이 있어서 산속에 있는 듯하다. 모든 방에는 욕실이 있다. 편백으로 제작한 욕조와 도자 타일이 고급 호텔을 연상케 한다. 옷장에는 개량 한복식 잠옷 두 벌이 걸려 있었다. 냉장고나 에어컨 환풍기는 보이지 않게 숨겼다. 한옥의 정취를 깨뜨리지 않기 위해 세심하게 신경 쓴 흔적이다.

    숙박 가격은 ‘용침소’라고 부르는 안방이 1박에 159만5000원, 안방과 이어진 별당채는 132만 원, 독립 공간인 사랑채는 99만 원이다. 2인 기준의 석식과 조식이 포함된 가격이다. 1명이 추가되면 30만 원을 더 내야 한다.

    ◆ 국내 최초의 한옥호텔 경주 ‘라궁’…신라시대 의복입은 직원들이 손님 맞이해

     라궁은 왕이 연회를 베풀었던 ‘동궁과 월지(안압지)’와 분위기가 비슷하다. 밤이 되면 은은하게 조명을 밝힌 한옥이 라궁을 감싼 연못에 비친다.
    라궁은 왕이 연회를 베풀었던 ‘동궁과 월지(안압지)’와 분위기가 비슷하다. 밤이 되면 은은하게 조명을 밝힌 한옥이 라궁을 감싼 연못에 비친다.
    경상북도 경주시 신평동에 위치한 라궁(羅宮)은 신라시대 궁(宮)의 건축양식을 고스란히 살린 한옥호텔이다. 국내 최초의 한옥호텔로 설계된 이곳은 KBS 인기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 극중 대통령 손자 역을 맡은 윤지후의 집으로 소개되면서 경주의 관광 명소로 떠올랐다.

     비를 맞지 않고도 100m가 넘는 회랑을 따라 걸으면서 운치 있는 산책을 즐길 수 있다.
    비를 맞지 않고도 100m가 넘는 회랑을 따라 걸으면서 운치 있는 산책을 즐길 수 있다.
    라궁은 한옥 특유의 멋을 고스란히 살리면서도 현대적 편의시설과 특급 호텔의 서비스를 접목시켰다. 전통 한옥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 기와, 기둥 및 서까래의 목재, 한지 문창호 등은 모두 자연친화적인 소재를 사용했다. 모든 직원이 신라시대 옷을 입고 근무해 방문객에게 타임머신을 타고 신라시대에 온 듯한 느낌을 주는 것도 독특하다.

    한옥은 총 16채가 있고, 각 채에는 3개 이상의 방이 있다. 특이한 것은 집마다 노천 온천탕이 있다는 것. 지하 600m에서 끌어올린 알칼리성 온천수는 피부 미용에 좋고 혈액순환, 신경통, 관절염 등에도 효능이 있다고 한다. ‘ㅁ’자형 한옥으로 둘러싸인 노천탕에서 하늘을 보며 즐기는 여유로운 온천체험은 라궁에서 누릴 수 있는 호사 중 하나다.

    투숙객은 역사체험 테마파크인 ‘신라밀레니엄파크’를 이용할 수 있다. 신라시대 가옥을 고증을 거쳐 추정 복원한 귀족마을, 신라를 주제로 한 각종 공연, 방문객이 직접 만드는 공예체험 등이 가득해 가족 여행지로도 알맞다. 1박 33만원부터.

    ◆ 인천 송도 ‘경원재 앰배서더’…빌딩숲 사이 우둑하니 자리 잡은 기와집

     '경원재'라는 이름은 고려시대 인천의 옛 명칭에서 기인해 '경사를 불러오는 고을'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경원재'라는 이름은 고려시대 인천의 옛 명칭에서 기인해 '경사를 불러오는 고을'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인천 송도에 있는 경원재 앰배서더는 수도권 지역에서는 처음 문을 연 한옥호텔로,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최기영 대목장이 설계했다. 지난해 봄 개관했으며, 국내 최대 규모(2만8000㎡)다. 국제 신도시로 거듭나고 있는 송도에서 수많은 빌딩 사이로 우둑하니 자리 잡은 기와집의 형상도 주목할 만하다.

    외부는 전형적인 한옥의 모습을 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현대인들에 맞춰 구조가 설계됐다. 전통 방식인 우물마루는 난방에 취약하기 때문에 전기온수난방을 설치하고 나서 우물마루 형상으로 강화마루를 설치하는 식이다. 벽은 전통 형식의 심벽 구조로 디자인하되, 현대의 단열 기준을 적용해 건식 벽체를 사용했다. 창호 역시 외부는 한식 시스템 창호를 사용해 기밀과 단열을 확보하고 내부는 전통 창호를 사용해 한옥 고유의 분위기를 살렸다.

     경원재 앰배서더의 객실 내부. 시스템 냉난방시설과 이중창을 설치하고 침대를 들여놓아 한옥의 단점을 보완했다.
    경원재 앰배서더의 객실 내부. 시스템 냉난방시설과 이중창을 설치하고 침대를 들여놓아 한옥의 단점을 보완했다.
    인천을 대표하는 영빈관을 만들 목적으로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경원재에 약 5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최고급 재료를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비용 투자 대비 단 30여 개의 객실만을 갖춰 각 객실마다 고급화에 집중했다. 최기영 대목장을 비롯해 가풍국 소목장, 이근복 번와장, 김성호 칠장, 임충휴 칠기장 등 각 분야의 전통 건축 명장들이 시공에 참여해 건축물의 완성도를 높였다.

    호텔에 입장하면 구석구석 조용히 산책하고 싶게 만드는 구조도 특징적이다. 주변 관광명소로는 인천상륙작전 기념홀과 송도중앙공원이 있다. 또한, 세계적 디자인 회사 KPF가 태백산맥을 본 따 설계한 송도 컨베시아도 위치해 있어 다양한 박람회와 전시회도 관람할 수 있다. 1박 33만원부터.

    ◆ 대한민국 1호 전통 리조트, 경북 안동 '구름에'…체험을 접목한 복합문화공간

     ‘구름 위의 행복한 마을’이라는 뜻을 지닌 구름에는 유실 위기에 처한 문화재를 되살린 고택 리조트다.
    ‘구름 위의 행복한 마을’이라는 뜻을 지닌 구름에는 유실 위기에 처한 문화재를 되살린 고택 리조트다.
    구름에는 리조트 방식으로 한옥을 운영한다. 퇴계 이황의 10대손 이휘면(1807~1858)이 건립한 칠곡고택, 조선 후기 정3품 벼슬을 지낸 이지(1560~1631)가 세운 박산정 등 200~4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 한옥 7채가 숙소로 쓰이고 있다.

    고택 7채는 구조가 제각각이다. 양반가의 별장이었던 정자, 묘소를 지키기 위해 마련한 재사 등 집의 용도가 달랐기 때문이다. 한 채에 적게는 3명, 많게는 16명까지 묵을 수 있다. 모든 객실에 현대식 욕실이 딸렸다. 냉장고는 있지만, TV는 없다. 백반이 조식으로 제공된다.

     구룸에에서 제공하는 고무신에 문양 그리기 체험
    구룸에에서 제공하는 고무신에 문양 그리기 체험
    구름에를 운영하는 SK 행복나눔재단은 2014년 이곳 7채의 고택을 재정비해 현대식 편리함을 더했다. 객실에는 현대적 디자인과 편리한 기능의 욕실, 화장실과 보안을 위한 스마트키, 현대식 냉난방 시설, 실내외 간접 조명까지 갖추며 한옥의 고풍스러움과 현대적 편리성을 동시에 느낄 수 있게 했다.

    특히 일반 호텔처럼 도어맨 서비스와 당직 지배인 시스템을 운영하며 부대시설로 휴게시설과 레스토랑, 체력단련실 등이 마련돼 있고 조식 서비스까지 이용할 수 있다.

    숙박뿐만 아니라 전통문화도 체험할 수 있다. 국궁, 나룻배, 한지공예와 천연염 등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단순히 숙박에만 머무르지 않고 교육과 문화를 아우르는 ‘살아있는 박물관’인 셈이다. 1박 12만원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