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박근혜의 힘은 ‘절제된 말과 행동’

산야초 2015. 7. 16. 13:42

[커버스토리] 박근혜의 힘은 ‘절제된 말과 행동’
 
위클리경향 826호 2009 05/26
 
전문가 40명 대상 긴급 설문조사, “차기 대권주자라 정치 영향력 커”


4·29재·보선 이후 가장 주목받은 정치인은 승자인 민주당의 정세균 대표, 무소속 정동영 의원도 아니었다. 패자인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도 아니었다. 패인의 한 요인으로 분류할 수 있는 이명박 대통령은 더 더욱 아니었다. 선거 기간 동안 “우리 정치의 수치”라고 단 한마디만 했던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여론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다. 김무성 원대대표론이 제기됐을 때도 그는 미국에서 “원칙에 어긋난다”라는 한마디로 국내의 모든 관심을 미국으로 모았다.

박 전 대표의 발언이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하자 일각에서는 “또 박근혜!”라고 탄성을 발했다. 한나라당의 전환 국면 때마다 일약 스타로 부상하는 박 전 대표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Weekly 경향’에서는 정치학자를 비롯한 정치 관련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박 전 대표의 정치적 이미지에 대한 긴급 설문조사를 5월 12~15일 실시했다. 40명의 전문가가 답변에 응했다.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은 박 전 대표의 이미지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 정치적 영향력이 큰 이유에 대해서는 ‘차기 대권주자이기 때문’,
 
리더십의 핵심에 대해서는 ‘절제된 말과 행동’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박근혜 전 대표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입니까’라고 물었다. 그를 둘러싼 ‘공주’ ‘원칙’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 ‘촌철살인’ ‘여성’이라는 상징을 나열하자 전문가 중 ‘박정희 딸’이라고 응답한 답변자가 42.5%(17명)로 가장 많았다. 4선 정치인으로, 한나라당 대표로 나름대로 정치적 공간을 마련했지만 여전히 부친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말해주는 답변이다. 특히 중도 또는 진보 성향의 전문가들이 이 답변을 많이 했다. 박 전 대표의 보수적 시각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뿌리와 연결돼 있음을 비판적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할 수 있다. 한 전문가는 “우리나라가 박 전 대통령의 그늘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며 “박 전 대통령이 최대 변수”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에게는 ‘박정희 딸’이라는 이미지는 ‘굴레’이기도 하지만 대중적 인기를 얻을 수 있는 기반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박정희 향수’는 박 전 대표의 이미지 구축에 양날의 칼처럼 작용한다.

‘박정희 딸’ 이미지는 양날의 칼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14명의 전문가가 ‘원칙’이라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선택해 눈길을 끌었다. 응답은 35%다. 일부 답변자는 ‘이명박 대통령의 오락가락하는 행보가 오히려 원칙을 앞세운 박 전 대표의 리더십을 부각시켰다’ ‘말에 대한 책임을 진다’ ‘카리스마가 말 한마디에 집중된다’ ‘기성 정치인과 달리 나름대로 원칙이 있다’는 부가 의견을 달았다. 이 답변에는 ‘이번 김무성 원내대표론 반대 과정에서 원칙을 이야기했지만 원칙을 깬 셈이 됐다’는 비판적인 견해도 있었다.

주목할 점은 ‘박정희 딸’과 ‘원칙’라는 답변의 상관관계다. 일부 전문가는 ‘박정희 딸’에서 ‘원칙’으로 박 전 대표의 이미지가 옮아가고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한 정치학 교수는 “박 전 대표의 이미지는 몇 번의 선거를 거치면서 변화했는데 매우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행됐다”며 “박정희의 딸이라는 정체성에서 시작됐지만 일련의 정치 행로를 통해 강한 신념을 가진 원칙주의자라는 이미지를 굳혀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정희 딸’과 같이 부정적인 이미지로 각인됐던 ‘공주’라는 이미지는 5%(2명)만 꼽았다. ‘원칙’이란 답변과 가까운 ‘촌철살인의 발언’은 7.5%(3명)가 선택했다. ‘원칙+촌철살인’이 17명, ‘박정희 딸+공주’가 19명으로 거의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여성 정치인’이라고 응답한 전문가는 2.5%(1명)뿐이었다.

기타 답변자로는 ‘촌철살인’과 ‘여성’이라는 중복 답변자가 있었고, ‘모든 요소가 종합적이다’라는 긍정적인 답변에 반해 ‘내용과 외형이 다른 정치인’이라고 한 부정적인 답변도 있었다.

박 전 대표가 매번 뉴스의 초점이 되는 이유와 국민들에게 영향력이 큰 정치인으로 자리잡은 이유를 물었더니 ‘차기 대권주자’를 선택한 전문가가 40%(16명)로 가장 많았다. 이미지적인 측면에서는 ‘박정희 딸’과 ‘원칙’이라는 점이 공존하지만 많은 전문가가 이 문항과 비슷한 ‘유권자의 표심을 많이 얻는다’ ‘원칙을 지킨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크다’를 선택하지 않고 ‘차기 대권의 유력한 주자다’를 선택한 것이다. 한 정치학자는 “이미지는 박정희 딸에서 신념의 정치인으로 변화해왔지만 그가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라는 점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했다. 다른 전문가는 “박 전 대표를 정치적 대안으로 보기 때문에 영향력이 크고 친박이라는 세력까지 형성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중적 인기가 리더십’ 12명이 답변
 
박 전 대표가 영향력을 갖게 된 것이 ‘박정희 딸’ 때문이라고 본 응답자는 20%(8명)에 불과했다. 박 전 대표의 이미지에 대해 42.5%(17명)가 ‘박정희 딸’이라고 응답한 것과 비교해 보면 대조적이다. 이미지는 ‘박정희 딸’이 강하지만 영향력을 갖게 된 것은 ‘차기 대권주자’ 때문이라는 것이다. 원칙이라고 응답한 전문가도 10%(4명)에 불과했다. 박 전 대표의 이미지를 묻는 질문에 ‘원칙’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35%(14명)인 것과 비교해보면 차이가 난다.

‘선거의 여왕’이라고 불릴 만큼 박 전 대표의 위력이 선거에서 나타난다라고 본 전문가는 17.5%(7명)로 의미 있는 수치를 나타냈다. 이 질문에는 기타 응답이 많았다. ‘대안 정치인이 없다’ ‘야당이 약해서’ ‘진보 수요를 대체하고 있다’라고 응답한 사람이 3명(7.5%)으로 거의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다. 이외에도 ‘영향력은 복합적인 요인에서 비롯된다’라는 종합적인 관점 외에 ‘약자적인 이미지로 도와주고 싶은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이 영향력의 근원이라고 답변한 응답자도 있었다.

“잘한 게 아니라 상황이 만들어준 것”
 
박 전 대표 리더십의 핵심에 대한 질문에는 ‘절제된 말과 행동’이라고 응답한 전문가들이 47.5%(19명)로 절반에 가까웠다. 중복 답변을 포함한 것이지만 절반에 가까운 전문가가 절제된 말과 행동을 통해 박 전 대표의 ‘위력’이 발휘된다고 본 것이다. 한 정치학자는 “상황에 대한 간단명료한 발언과 그에 상응한 행동으로 일반 국민에게서 신념을 가진 원칙주의자로 각인됐다”고 설명했다.

중복 답변을 선택한 3명의 전문가는 ‘절제된 말과 행동’ 외에 ‘일관성’ ‘대중적 인기’ ‘국민에 대한 봉사정신’을 각각 골랐다. 이미지를 묻는 질문에서 ‘촌철살인의 발언’이라고 선택한 전문가는 7.5%(3명)에 불과했지만 리더십을 묻는 질문에는 ‘절제된 말과 행동’을 선택한 응답자가 47.5%(19명)로 무려 6배가 늘어났다.

‘절제된 말과 행동’에 이어 ‘대중적 인기’가 30%(12명)를 차지했다. 리더십의 핵심이 ‘일관성’이라고 답한 전문가는 17.5%(7명)에 그쳤다.

‘일관성’을 선택한 응답자들은 ‘예측 가능한 정치를 하고 있다’ ‘절제된 것인지 모르지만 일관성이 있다’ ‘앞으로 무엇을 선택할지 눈에 보인다’ ‘원칙의 다른 말이지만 틀린 말도 하지 않고 행동도 일치한다’고 덧붙였다. 이미지에 대한 질문에서 ‘원칙’이 14명이었지만 리더십의 질문에서는 절반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절제된 말과 행동’은 ‘일관성’과 비슷한 답변으로 분류할 수 있어 전체가 65%(26명)에 이른다. 이에 반해 ‘퍼스트 레이디 경험’(0%), 봉사정신(2.5%·1명)은 극히 미미했다. 나머지 한 답변은 ‘자신을 감추는 능력으로, 실제로는 권력을 추구한다’는 비판적 의견이 있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박 전 대표의 이미지와 리더십에 대해 “박 전 대표에게는 ‘박정희 향수’가 많이 작용하고 있다”면서 “뚝심 있게 밀어붙이고 절제된 말로 정치적 영향력을 확보했지만 박 전 대표가 스스로 잘 한 것이 아니라 상황이 그렇게 만들어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나라당 갈등에 친박도 일정 부분 책임 있다” 57%

조기전당대회 개최와 박근혜 전 대표의 출마 필요성을 한꺼번에 물어보았다. 여당인 한나라당의 정치 현안을 묻는 질문에 정치학자 및 정치 관련 전문가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현안에 관심이 없다는 그룹을 따로 분류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한나라당 내부의 문제이므로 언급하고 싶지 않다는 반응도 일부 있었다.

‘조기전당대회를 열 필요가 없다’라고 응답한 전문가는 40%(16명)였다. ‘원칙에 맞지 않다’ ‘원래 규정대로 해야 한다’ ‘근본적인 방향 전환이 필요하지 조기전당대회로 해결할 수 없다’ ‘공감대가 부족하다’ ‘박 전 대표가 나오지 않을 것이므로 열 필요가 없다’ ‘당내 분란만 가중시킨다’라는 여러 의견이 함께 제시됐다. ‘조기전당대회 불필요’만큼은 아니지만 ‘조기전당대회가 필요하되 박 전 대표가 출마할 필요가 없다’가 27.5%(11명), ‘조기전당대회를 열어 박 전 대표가 출마해야 한다’가 22.5%(9명)으로 비중 있게 나왔다. 조기전당대회 필요성을 제기한 전문가가 절반에 이른 것이다. ‘박 전 대표의 출마 불필요’라고 답변한 전문가 중 일부는 ‘박 전 대표가 나오기 않기 때문에 필요하지 않다’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박 전 대표가 출마해야 한다’는 주장은 비교적 강한 어조로 제기됐다. ‘박 전 대표도 당원이기 때문에 출마해 당원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박 전 대표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일부 개진됐다. 이에 반해 ‘아예 관심이 없다’라는 의견을 내놓은 전문가가 3명이었다. 나머지 1명의 전문가는 답변을 유보했다.

박 전 대표가 ‘친박 때문에 당이 잘 안 되고 있다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한 미국 발언에 대해 물었다. 57.5%(23명)에 이르는 과반의 전문가가 ‘한나라당의 갈등에 일정 부분 친박의 문제점이 있다’고 답변했다. 이 답변에서는 ‘비주류라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 ‘비주류라도 당원이다’ ‘거리를 유지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 ‘문제는 대통령이지만 친박이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노선이 옳다 해도 통합의 모습이 부족하다’ ‘1차적으로 친이가 책임이지만 박 전 대표도 책임이 있다’ ‘친박의 책임이 없다는 것은 잘못이나 대통령의 책임이 더 크다’라는 의견이 나왔다.

다음으로는 ‘한나라당의 갈등에 친박은 아무 문제가 없다’가 32.5%(13명)로 두번째로 많았다. ‘친이가 문제’ ‘비주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친박 때문에 갈등이 생긴 것 아니다’ ‘친이는 미국의 힐러리 장관 포용을 본받아야 한다’ 등의 발언이 나왔다. 이중에는 ‘친이·친박 문제가 사안의 본질이 아니다’라는 답변도 있었다. ‘친박의 책임이 크다’라고 답변한 전문가는 10%(4명)에 불과했다.


1. 박근혜 전 대표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2. 박근혜 전 대표는 매번 뉴스의 초점이 되고 있습니다. 어떤 이유 때문에 국민들에게 영향력이 큰 정치인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생각합니까?

3. 박근혜 리더십의 핵심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4. 한나라당에서 조기 전당대회론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조기 전당대회가 열린다면 박근혜 전 대표가 출마해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5. 최근 한나라당의 갈등에 대해 박근혜 전 대표는 ‘친박 때문에 당이 잘 안되고 있다라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설문조사에 참여한 정치 관련 학자 및 전문가(가나다 순) 40명
 
 
강명구 아주대 행정학과 교수, 강문구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강정인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권해수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권혁범 대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광동 나라정책원 원장, 김도종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민전 경희대 교수(정치학), 김병국 지방행정연구원 실장, 김영명 한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용민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종걸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김종배 정치평론가, 김태영 강릉대 교수(사회학), 박상필 성공회대 NGO대학원 교수, 박주필 정치 컨설팅 화성
 
커뮤니케이션 대표, 목진휴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 석철진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 신동준 21세기정치 연구소 
 
소장, 신복룡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안부근 여론조사기관 디오피니언 대표, 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오경택 전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 윤해수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정치·사회조사팀장, 이경태 여론조사기관 P&R 대표, 이완범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정치학), 이정희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종훈 시사평론가, 정대화 상지대 교수(정치학), 정상호 한양대 교수(정치학), 정영태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정찬수 정치컨설팅 MIN이사, 조기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조명래 단국대 사회과학대학 교수, 조현연 성공회대 정치학 교수,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 소장

윤호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