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용인술, '무관리의 관리'와 'N분의 1' |
<기자의 눈> 박근혜의 '김무성 원내대표' 반대 메시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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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표의 '용인술'이 다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친이 주류가 제안한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를 거부하면서 그렇다.
박 전 대표의 거부 이유는 "당헌당규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당헌당규에 엄연히 경선으로 뽑게 돼 있고 이미 출마희망자들이 많은데, 위에서 찍어누르는 식의 '김무성 추대'는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원칙론자' 박근혜다운 접근이다.
하지만 친이 주류 일각에서는 불만의 소리가 나온다. "아예 차기대권을 보장해달라는 거냐", "앞으로 재보선, 지방선거도 안 돕겠다는 얘기 아니냐", "이러다가 내년 지방선거때 또 친이-친박이 따로 출마하는 거 아니냐" 등등, 여기저기서 볼멘소리가 들린다.
또다른 일각에서는 "김무성 의원이 그래도 친박 좌장인데 박 전 대표가 너무 홀대하는 거 아니냐", "김 의원이 그동안 박 전 대표를 위해 얼마나 헌신해 왔는데"라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박 전 대표 핵심측근들은 이런 비판들에 대해 "박근혜라는 사람을 몰라도 너무 모르고 하는 얘기"라고 일축한다.
한 핵심측근은 "박근혜의 용인술은 '무(無)관리의 관리'"라고 규정했다. 사람들을 직접 관리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스스로 어떻게 하는가를 지켜보고 판단할 뿐, 그들을 자신의 휘하에 묶어두기 위한 인위적 관리를 태생적으로 싫어한다는 것.
이 측근은 "'무관리의 관리'는 한나라당 경선때 상대방의 치밀한 조직 빼앗기 공세 등으로 박 전 대표에게 적잖은 손실로 작용했다. 한 예로 믿었던 호남 조직이 완전 붕괴되기까지 했다"며 "하지만 이는 대권행보를 하는 박 전 대표에게 더없는 안전장치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예컨대 권력이 측근이란 인사들의 비리를 아무리 뒤져봤자 박 전 대표에게 불똥이 튀는 일이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란 이유에서다.
그는 "박 전 대표의 '무관리의 관리' 원칙은 향후 국정운영을 하게 될 때도 측근정치의 그물에 얽매이지 않고 능력 위주로 인물을 쓰고, 비리가 있는 측근들은 엄단할 것이란 의미에서 유의미한 용인술"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박 전 대표가 정말 화가 나면 아무 말도 않고 상대방의 눈을 차갑게 쳐다보기만 한다. 그러면 끝이다"며 "그럴 때면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들까지 오금이 저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다른 핵심측근은 박 전 대표의 용인술을 "N분의 1"로 규정했다.
그는 "박 전 대표 주위에는 애당초 '2인자'가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박 전 대표에게는 2인자라는 개념이 없다"며 "N명의 측근이 있다면 그들에게 'N분의 1'만큼씩의 권한을 줄뿐"이라고 덧붙였다.
2인자를 두지 않고 여러 명을 경쟁, 견제시켰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용인술이 연상되는 말이다.
박 전 대표가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은 "계파를 챙긴다"는 얘기라는 게 이들의 한결같은 전언이다. 자신 때문에 억울한 피해를 본 사람들에겐 큰 책임감을 느끼나, 자파이거나 측근이기 때문에 이들을 챙기는 건 아니라는 지적이다.
한 측근은 "미국에서 보내온 박 전 대표의 메시지는 간단하다"며 "당도 그렇고, 국정도 그렇고 원칙대로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런 면에서 김무성 의원을 원내대표로 만들어주겠다는 접근은 상향식 공천, 상향식 선출이라는 박 전 대표가 대표 당시 만든 원칙과 어긋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친이계가 '박 전 대표가 앞으로도 재보선, 지방선거를 돕지 않겠다는 거냐'고 반발한다는데 그것도 웃기는 얘기"라며 "공천을 원칙대로 공평무사하게 하고, 국정을 원칙대로 충실히 한다면 박 전 대표가 왜 돕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원칙론자 박근혜와의 소통은 '원칙'뿐이라는 얘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