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주택연금 집값 비례도표

산야초 2016. 4. 28. 20:50

"얘들아, 내 생계는 걱정마라"

안정적인 노후 재테크 수단으로 '주택연금'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늘고 있다.
주택연금은 주택 소유자나 그 배우자가 60세 이상일 경우, 집을 담보로 맡기고 평생 그 집에 살면서 일정기간 혹은 평생에 걸쳐 매달 국가가 보증하는 연금을 받는 것이다

입력 : 2016.04.28 08:45 | 수정 : 2016.04.28 12:48

올해 1분기(1~3월) 주택연금 가입자는 2384명으로 지난해 1분기(1495명)보다 59.4% 늘었다. 지난 25일에는 주택연금 가입 문턱을 낮춘 '내집연금 3종 세트'가 출시돼 하루 평균 800여명이 가입 상담을 신청하고 있다.

'내집연금 3종 세트' 출시… 시중은행에서 가입 가능
홀로 10년 더 살아갈 아내들… 집 리모델링과 癌보험은 필수


노후 자금이 부족하고, 집 한 채만 있는 은퇴자들에게 주택연금은 손쉽게 소득을 늘릴 수 있는 획기적인 상품이다. 하지만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최근 자녀들의 반대로 주택연금 가입에 애를 먹는 일이 적지 않게 일어나고 있다. 집을 상속의 대상으로 보는 자녀들이 많기 때문이다. 부모가 자녀 눈치를 보기도 한다. 주택금융공사의 한 상담역은 "부모가 주택연금에 가입하고 돌아갔는데, 다음 날 아들이 찾아와 '아버지 집을 담보로 사업 자금을 대출받아야 하는데 왜 당신들 마음대로 가입을 받아주느냐'고 항의해 해약한 일도 있다"고 말했다. 주택연금은 72시간 안에는 아무 제약 없이 해약할 수 있다.

30~40대에게도 재테크 효과

주택연금 가입에 자녀 동의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주택금융공사는 부모 집에 대한 자녀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한 홍보를 병행하고 있다. 주택금융공사 김재천 사장은 "부모의 집을 상속받는 것은 자녀가 결혼 후에도 출가하지 않고 평생 부모를 모시고 살면서 부모의 노후를 책임지던 시절에나 용인되던 관습"이라며 "부모가 주택연금에 가입하면 자녀는 부모의 노후 생활을 돌봐야 하는 부담을 크게 덜 수 있어서 재테크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집을 상속 대상으로 보는
자녀가 가입 막는 경우 많지만
자녀도 부양 부담 덜 수 있어

실제로 직장인 A씨는 평소 부모에게 월 40만~50만원의 생활비를 보내고 있었는데, 지난해 말 부모가 주택연금에 가입하면서 명절이나 기념일에만 용돈을 드리고 있다. A씨의 부모(65세, 64세)가 4억원 정도 하는 집으로 종신형 주택연금에 가입해 매달 100여만원의 연금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A씨는 "아버지가 한 달에 80만원 정도를 버는 것 말고는 부모님의 수입이 따로 없어서 생활비를 보태 드렸다"며 "부모님의 주택연금 가입으로 연간 300만~400만원은 여유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낮은 금리와 세제 혜택

주택연금도 일종의 주택담보대출(역모기지론)이라서 이자가 있다. 집을 담보로 잡히고 집의 가치에 해당하는 돈을 빌린 다음, 연금 수령 개월 수로 나누고, 여기서 대출이자를 뺀 것이 가입자가 매달 받는 연금액이다. 주택연금 가입자는 CD금리와 코픽스금리 중 대출 기준 금리를 선택할 수 있는데, 26일 기준으로 CD금리형(CD금리+1.1%)은 연 2.71%, 코픽스형(코픽스금리+0.85%)은 연 2.4%다.

현재 시중은행들은 주택연금의 활성화로 역모기지론을 거의 판매하지 않는다. 따라서 주택연금의 대출 이자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가늠하려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모기지론) 금리와 비교해야 한다. 27일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0년 만기 이상의 분할 상환형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2.87~3.49%로 주택연금 이자보다 최대 1%포인트 이상 높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주택연금은 정부 보증을 통해 대손위험이 없고, 마케팅·상담·사후관리를 모두 공사가 직접 하기 때문에 금리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주택연금 가입을 유도하기 위해 각종 세제 혜택도 주고 있다. 근저당 설정 시 내야 하는 등록면허세·지방교육세·농어촌특별세 등을 전액 면제해주며, 재산세와 소득세를 일부 감면해주고 있다. 예컨대 72세에 2억8000만원짜리 집으로 주택연금에 가입한 사람은 같은 금액을 은행에서 대출받는 사람보다 총 362만원의 세금을 아낄 수 있다.

3종세트 출시로 더 늘어난 혜택

내집연금 3종세트가 출시되면서 금전적 혜택은 더 늘었다. 내집연금 3종세트는 ①주택대출이 있는 60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빚 갚을 돈을 꿔준 뒤(일시인출 한도 50%→70%로 증대) 남은 주택 가치만큼 매달 연금 형식으로 지급하고 ②취약 계층 노인들에게 주택연금액을 더 늘려주며 ③40·50대 보금자리론(장기 고정금리형 주택대출) 대출자가 주택연금 가입을 약정하면 대출금리를 깎아주는 것을 말한다.

가령 72세, 68세인 부부가 3억원인 집을 담보로 지난 2010년 15년 만기의 원리금 분할상환형 주택담보대출 1억5000만원을 받아 매달 107만원을(금리 연 3.48%) 갚고 있었다고 하자. 이 부부가 '주택담보대출 상환용 주택연금'에 가입하면, 대출잔액 1억원(5000만원은 지난 6년간 상환)을 주택연금 일시인출(대출한도의 65%에 해당)을 통해 다 갚고 매달 31만원의 연금을 받을 수 있다. 남은 대출금을 없애면서도 월 107만원의 지출이 월 31만원의 소득으로 바뀌는 셈이다. 일시인출 한도가 기존 50%에서 70%로 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또한 주택연금 가입으로 연간 7만원의 재산세(27만→20만원)도 아낄 수 있다.

가입 대상이 아닌 40~50대도 주택연금 가입 약정을 통해 돈을 아낄 수 있다. 둘 다 40세인 부부가 향후 주택연금 가입을 약속하고 주택금융공사의 장기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보금자리론)을 1억5000만원 받아 3억원짜리 집을 샀다고 하자. 대출금 상환조건은 30년 만기 분할상환으로 했다고 하면, 부부는 60세가 되는 20년간 원금 8500만원(이자는 6600만원)을 갚는 것이 된다. 60세가 되는 시점에 약속한 대로 주택연금으로 전환하면, 부부는 대출잔액 6500만원(1억5000만―8500만)을 일시인출을 통해 갚으면서 전환장려금 426만원을 받고 매달 32만원의 연금도 받을 수 있다.

목돈 필요하면 저렴한 집으로 이사… 원래 집에 살려면 주택연금 가입을


주택연금 가입을 망설이는 사람 중에는 집값이 더 저렴한 곳으로 이사해 목돈을 마련하는 것이 주택연금 가입보다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절약한 돈으로 금융상품 가입이나 수익형 부동산 구입과 같은 투자를 통해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주택연금도 대출한도(부부 중 나이가 적은 사람이 100세까지 지급받을 연금대출의 현재가치)의 70%까지 일시 인출해 쓸 수 있지만, 용도는 주택담보대출 상환용으로 제한된다.

/조선DB

결론부터 말하면 주택연금 가입과 '값싼 집으로 이사 후 자금 마련'중 어떤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딱 잘라서 말할 수는 없다. 노후 생활을 어떻게 꾸려갈 것인지를 부부가 함께 고민해 가치 판단을 해야 한다. 각각의 경우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는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먼저 저렴한 집으로 이사하면 목돈을 마련할 수는 있지만, 오래 살던 동네를 떠나 외곽 지역이나 작은 크기의 집에서 노후를 보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또 주택취득세(1.1%)와 신규 주택 물색 비용 등 이사에 따른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 ▷기사 더보기

多주택자도 주택연금 가입 추진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주택가격이 9억원을 넘어도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 가입이 제한됐던 2주택 이상을 가진 다주택자들도 주택연금 혜택을 볼 수 있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주택금융공사법 및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고 20일 밝혔다.

주택연금이란 만 60세 이상 고령층이 자신의 집을 담보로 맡기고, 그 집에 평생 살면서 평생 또는 일정기간 연금식으로 돈을 받는 제도다. 노후 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고령층에 합리적인 재테크 수단으로 꼽히면서 최근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주택가격이 9억원을 넘을 경우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없었는데 앞으로는 주택가격이 9억원을 초과하더라도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도록 대상이 확대된다. 비싼 집을 갖고 있어도 노후에 일정 소득이 없어 생활에 불편을 겪는 고령층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주택가격이 9억원을 넘는다고 해도 연금으로 받을 수 있는 총 액수(대출 한도)는 현재와 마찬가지로 최대 5억원으로 제한된다.

주택가격 제한이 없어짐에 따라 다주택자도 주택연금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는 2주택자의 경우 주택가격이 9억원을 초과한다면 하나의 주택을 처분한다는 조건으로 가입할 수 있었다. 반면 앞으로는 2주택자 이상도 주택연금에 자유롭게 가입할 수 있게 된다. ▷기사 더보기

담보주택 재개발·재건축 후에도 주택연금 유지된다


주택연금 가입자의 담보주택이 재개발·재건축·리모델링되는 경우 주택연금 가입자는 담보주택 소유권이 상실돼 주택연금을 받을 수 없었다.

하지만 2015년 8월 시행령 개정안 통과로 노후주택을 보유한 주택연금 가입자도 주택연금 담보주택의 재개발·재건축 등 여부와 상관없이 주택연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태경 기자

또 관리형 토지신탁 방식의 건설사업에서 자금조달자는 사업시행자와 마찬가지로 주택금융공사의 보증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관리형 토지신탁 방식은 자금조달자와 사업시행자가 분리돼 추진되는 건설사업이다. 자금조달자는 토지를 사업시행자에 신탁하고 자금 조달 업무에 집중한다. 사업시행자는 명의상 사업주체가 돼 주택건설사업에 필요한 인·허가, 공사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관리형 토지신탁 방식은 건설사가 직접 사업을 진행할 경우 찾아오는 부도나 지급불능 등의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기존에는 자금조달자가 실질적 사업 주체가 아니어서 주택금융공사로부터 보증지원을 받지 못했지만 이번 개정으로 자금조달자 역시 주택금융공사의 지원을 받게 돼 안정적으로 자금조달을 할 수 있게 됐다. ▷기사 더보기

유산 물려주기 싫어...즉시연금 주택연금 가입 크게 늘어


직장에서 은퇴 후 6년된 이성주(67)씨는 최근까지 망설이던 즉시연금에 지난 주 목요일 가입했다. 갖고 있던 현금 자산 5억원을 통째로 보험사에 맡기고 그가 사망할 때까지 매달 200만원 정도를 받는 내용의 상품이다. 이 씨가 즉시연금에 가입하게 된 계기는 다름아닌 그의 아들이었다. 아들이 최근 그를 찾아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조그만 사업을 해볼까 고민 중이란 말을 건넨 것이다.

/김지호 기자

그의 아들은 직접적으로 도와달라는 얘기는 하지 않았지만 이 씨는 돈을 달라는 뉘앙스로 이해했고, 곧바로 봐뒀던 즉시연금에 가입했다. 이씨는 “좀 비정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아들은 아들이고 나는 나인데, 돈을 계속 들고 있다가 언제 또 달라는 얘기를 할지 몰라 즉시연금에 가입해 아들의 요구를 원천 차단시켰다”고 했다.

즉시연금 가입 실적이 증가하는 것은 편안한 노후 보장 목적 외에 자식의 증여 요구 차단 목적도 있다. 즉시연금은 어떤 일이 있어도 해약이 불가능하다. 가입자가 중병에 걸려 고액 치료비가 필요한 일이 있더라도 해약할 수 없다. 한 번 맡기면 다달이 연금을 받을 뿐 목돈은 영원히 찾을 수 없는 계약인 것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즉시연금은 해약이 불가능해서 자녀의 증여 요구 같은 목돈 쓸 일을 원천 차단할 수 있다”며 “이런 목적으로 상담을 문의하는 고객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보건사회연구원 관계자는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노년층 사이에서는 평생 모은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 주기보다 본인이 다 쓰겠다는 생각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자식과 부모의 사이가 소원해지거나 갈등이 유발될 수도 있기 때문에 자녀와 충분한 대화를 하는 등 정신적인 유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