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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그 안에 또 다른 제주

산야초 2016. 5. 17. 21:17


제주, 그 안에 또 다른 제주

  • 제주=최보윤 기자

    사진=이경민·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 입력 : 2014.03.13 04:00

       

    사람은 자기 중심적이다. '힐링'이라며 주변에서 내뱉는 수백 마디를 들어도 '됐어'하며 귀를 닫았는데, 친구가 건넨 한마디에 마음의 벽이 스스르 무너졌다. 'Don't try'. 우리말로 '괜히 애쓰지 마' 정도 될까? 현대 미국의 '가장 위대한 아웃사이더 작가' 중 한 명이자 저항의 아이콘이라 불리는 찰스 부코스키의 묘비명이란다. 비슷한 시기 다른 선배에게 똑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그녀는 한마디를 덧붙였다. "힘들면 데쓰노트라도 써. 일기라도 쓰든가. 그래도 제일 좋은 건 바람 좀 쐬고 오는 거더라. 남한테 호소만 하지 말고 네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좀 곰곰이 생각해봐."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제주
    형성시기 : 약 180만 년 전부터 화산활동으로 형성
    면 적 : 1,848??(※ 해안선 길이 530.09㎞)
    온 도 : 연평균 16℃ 내외
    인 구 : 583,284명(2012년 12월 기준)
    도서현황 : 79개소(유인도 8, 무인도 871)
    알아두면 도움 되는 제주 여행 알짜 T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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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O한라산 국립공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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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연예인들이 이곳에 별장을 사면서 유명해진 제주 애월 지역의 바다. 하마바위, 고양이바위같이 바위마다 이름을 붙여놓은 모습이 흥미로웠다.

    화산이 빚어낸 368개의 구릉 ‘오름’

    제주도는 그 해답을 찾는 첫 번째 열쇠였다. 남들과 똑같은 길을 가면서 똑같은 걸 보고 즐기는 게 아니라 '나만의' 무언가를 찾길 원했기 때문이다. 우연인 것인지, 제주도에서 만난 사람들은 '나를 찾기 위해' 이주하고, 카페를 열고, 게스트하우스를 열었다고 했다. "겉보기만 좋고 한가로워 보이지 생각보다 녹록지 않아요"라며 말했지만, 도심에서 찾기 어려운 여유가 웃음 뒤에 묻어났다.

    각자의 눈에 비친 제주는 말 그대로 '다른 제주'였다. 제주의 한가로움을 사랑하는 이도 있었고, 아토피가 있는 딸을 위해 하루만 고민하고 제주행을 결정했다는 이도 있었고, 바다와 하늘의 경계에 빠져들었다는 사진작가도 있었다. 요즘 제주 여행 트렌드는 '애월읍'에서 '하우스 렌트(집을 빌리는 것)'를 해보며 시간 날 때 마다 한담산책로를 걷는 것이라고 했다. 누군가는 "요즘 올레 대신 애월이래요"라고 양손 엄지를 올리기도 했다. 제주에 왔으면 각종 국수를 맛보며 '누들로드' 한번 완성해야 한다는 이도 있었다.

    영화 ‘아바타’의 원시 숲을 닮은 비자림

    (위부터) 아부오름에서 보이는 한라산 /
    제주 북서 방면의 애월읍 한담해변산책로.
    올레길 15코스가 비껴간 제주의 비경 중 하나다.


    '오름'을 알아야 제주를 안다는 이도 적지 않았다. 제주 토박이이자 울트라마라토너로 해외에서 더 유명한 안병식씨는 "제주도를 찾는다면 올레길이나 한라산, 서귀포를 이야기하는데 그로 다 설명 못 할 제주가 무궁무진하다"며 "서울 생활도 6개월 해봤지만 제주의 상징인 오름 때문에 제주를 떠날 수 없다"고 말했다. 오름이란 화산이 만들어낸 작은 구릉의 일종으로 제주엔 공식적으로 368개의 오름이 있다고 했다. 대체로 높이가 100m에서 400m안쪽이어서 한두 시간 정도면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제주공항에서 차를 타고 한 시간쯤 달린 뒤 찾게 된 것이 구좌읍의 다랑쉬오름·용눈이오름·아부오름과 표선면의 따라비오름이다. 진짜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른다고, 겉에서 볼 땐 '저게 뭐야'라고 볼멘소리를 냈지만 막상 오르니 점점 해안선까지 보이며 시야가 환해졌다. 용눈이오름의 경우 새벽에 오르면 성산 일출봉까지 보인다고 했다. 사그락거리는 억새 소리가 친구처럼 느껴진다. 사진작가들이 왜 그렇게 탐을 내는지 조금씩 알 듯했다. 오름 입구엔 '소똥 주의'라고 쓰여 있는데 봄이 되면 소들을 풀어놓아 기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소들과 함께 오르는 언덕이라니, 이런 모습은 제주 아니면 어디서 찾겠는가.


    숲을 찾는 이에겐 다랑쉬오름 근처의 비자림이 제격이다. 이날따라 찬바람에 몸이 휘청거릴 듯했고, 곳곳은 비쩍 마른 나무들로 우울해 보였지만 비자림은 다른 세상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문득 영화 '아바타'의 원시림이 떠올랐다.

    사람 때를 덜 탄 애월 한담해변산책길

    제주를 다시 찾는다면 '애월',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애월한담해변산책길 때문일 것이다. 최근 연?뮌琯湧?이곳에 별장을 사면서 조금 유명해졌는데, 아직 사람때가 덜 탄 덕인지 고즈넉한 한가로움이 있다. 산책로는 1.2㎞로 길지 않아 한 시간이면 충분하다. 하마바위, 고양이바위같이 바위마다 이름을 붙여놓은 모습이 흥미로웠다. 휴대폰에 파도 부서지는 소리를 담았다. 해외 유명 고급 스파에서 휴식용 음악으로 파도 소리를 들려준다는데, 그야말로 자연이 준 선물 아닌가.


    고기·회·전복·꽃게·땅콩 국수… 여긴 '면요리 천국'

    제주도는 어쩌면 '가깝고도 먼 당신'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관광지에서 나름 유명하다는 식당에 들러 갈치회, 오분작이 뚝배기 등에 젓가락을 대고 난 뒤 계산서를 확인하면, 무언가 '채워졌다'란 생각보단 '털린' 느낌이 강했기 때문이다.


    돼지 창자에 찹쌀과 선지로 맛을 낸
    순대가 유명하다는 '만세국수'


    그때 듣게 된 '누들로드' 이야기는 솔깃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제주 주재원으로 5년을 살았다는 한 친구는 "면요리의 천국이 바로 제주였다"며 "풍부한 해산물과 제주 특산 돼지고기가 들어가서 그런지 평범한 요리도 색달라 보인다"고 말했다.


    돼지고기 뼈를 푹 삶아 국물을 낸다는 점에서 일본의 돈코츠라멘과 비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훨씬 담백하고 뒷맛이 깔끔하다. 얼기설기 올라간 잡고기 수육과 파·고춧가루·당근 등이 들어간 단출한 모습이어서 첫 대면은 그다지 감동적이진 못했지만, 언제 다 먹었는지 모르게 바닥은 다 비워져 있었다.


    고기 국수는 제주시 연동, 일도2동, 오라1동 등에 모여 있다. ?첨”뭡?middot;삼대국수회관·국수마당·만세국수·자매국수 등이 유명하다. 돼지 창자에 찹쌀과 선지로 맛을 낸 순대가 유명하다는 '만세국수'에 들러 고기 국수를 곁들였다. 국수 한 그릇에 5000원, 순대 한 접시 6000원. (064)702-7056. 현지인들은 자매국수를 더 찾는다고 하는데 국수 맛 좀 안다는 이들은 만세국수와 올래국수에 더 점수를 줬다.


    (위부터) 함덕해변 동복해녀촌 성게국수 / 채소와 회를 곁들여 먹는 회국수


    제주도 하면 회나 해산물을 떠올려서 그런지, 어디서나 맛볼 수 있는 라면, 짬뽕도 '격이 다르다'고 말한다.


    제주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 중 하나로 꼽히는 함덕해변에서 마주하게 된 동복해녀촌 회국수. '회국수 원조 개발'이라는 간판이 먼저 눈에 띈다. 회국수(8000원)는 탱글탱글한 중면에 각종 채소, 두툼한 회를 곁들여 비벼 먹는 건데, 심장이 '바운스 바운스' 할 정도로 감동적인 맛은 아니었지만 2인분 같은 양이 만족스럽다. 양념은 새콤하기보단 약간 달달한 편이다.


    우도의 특산물인 땅콩을 집어넣어 고소한 맛을 잊지 못하게 하는 땅콩 국수와 토종닭 특구인 교래리의 교래손칼국수도 유명하다. 전복 마니아라면 성산 일출봉 근처의 '소희네해산물천국'에서 전복해물라면(6000원)을 먹는 걸 추천한다.


    표선면 쪽으로 향해 만나는 '춘자싸롱'의 멸치국수(3000원)는 한 번 먹으면 잊지 못한다 해서 국수 마니아들에게 '마약국수'라고 불리기도 한다. 성석제 작가의 소설에 등장해 더 유명해졌다.


    제주시를 중심으로 시계 반대방향(애월읍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지난해 말 방송 예능프로그램에서 라면에 갓 잡은 문어를 텀벙 넣어주는 모습이 나온 뒤 애월읍의 필수 코스 중 하나로 급부상한 '놀맨'에 들렀다.(064)799-3332.


    문어 라면으로 유명한 애월읍 '놀맨'


    풍성하게 올라간 문어의 판타스틱한 비주얼을 기대했건만, '문어 라면은 잡는 날만'이란다. 이날 먹은 해산물 라면의 구성 요소는 이렇다. 시중의 나가사키 짬뽕라면에 홍합 십여 개, 새우 두 개, 꽃게 반쪽… 6000원이었다. '밖에서 먹는다'는 상큼한 기분으로 위로삼지 않으면 그다지 새삼스러울 것 없는 맛이다. 라면 하나 제대로 먹는 걸 운에 맡겨야 한다니, 좋게 말해 이런 것도 여행의 묘미 아닐까.

    물론 맛있지, 돼지고기… 그 맛은 알아? 흑돼지

    가시식당 생고기. 껍데기의 쫄깃함과 육질의 부드러움이 있다.


    제주도에서 만난 현지인들은 돼지고기의 참맛을 즐기려면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마을’에 꼭 가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가시리 마을은 전통적으로 돼지를 불에 태워 잡았는데 털을 제거하면서 육질을 좀 더 쫀득거리게 만들어준다고 했다.


    명문사거리 식당·나목도 식당·가스름식당·가시식당 등이 있는데 그중에서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다는 ‘가시식당’의 문을 열었다. 껍질까지 붙어 있어 끝이 불그스름한 생고기(1이태원인 듯·홍대인 듯 그 카페… 호텔인 듯·펜션인 듯 그 집 인분 8000원)의 모습이 낯설긴 했지만 구운 뒤 입에 넣어 보니 돼지 껍데기의 쫄깃함과 육질의 부드러움이 입 안에서 잘 어우러졌다. 무엇보다 서비스로 주는 몸국(삶은 육수에 모자반을 넣어 끓인 국)이 진하기가 그지없다. 주인의 인심이 어찌나 좋은지 몇번만 리필해 먹으면 제주의 다른 유명 식당서 파는 몸국(1인분에 5000~6000원) 한 그릇 먹는 것과 비슷했다. 두루치기(1인분 6000원)도 유명하다. (064)787-1035.


    흑돼지집으로 유명한 곳도 제주시에 모여 있었다. 서울에서 체인점으로 유명해진 ‘흑돈가’ 본점과 ‘늘봄’은 도로 양쪽에서 서로를 마주 보며 위용을 뽐낸다.


    흑돼지 근고기


    현지인들은 제주시 노형동 이마트 옆에 있는 시골집 근고기를 추천했다. 흑돼지 (목살) 근고기 1근(600g·4만원)을 기본으로 하며 흑돼지 오겹살은 1인분(200g)에 1만5000원이다. 근고기를 시켰는데 2~3㎝는 됨직한 두툼한 두께부터 시선을 끈다. 두툼한 목살과 직접 담근 김치의 맛이 잘 어우러진 김치찌개(5000원)의 끝 맛은 시원했다.

    이태원인 듯·홍대인 듯 그 카페… 호텔인 듯·펜션인 듯 그 집

    일러스트가 있는 갤러리 카페 '하루하나'


    좀 더 한가롭고 나른한 제주를 즐기고 싶은 이들에겐 애월읍이 답이 될 수 있다. 지도를 반 접어 구좌의 맞은편쯤에 있는 제주 북서부의 애월은 부티크 호텔과 색색깔의 카페들이 발길을 잡는다.


    애월한담해변에서 동네 깊숙이 차로 15분여를 달려 만나게 된 장전리의 카페 하루하나. 주인 임휘씨는 3년 전에 제주도 이민을 온 뒤 이곳에 터를 잡아 2년 전쯤 카페를 열게 됐다고 했다. 이런 구석까지 관광객이 찾느냐고 했더니 “전 세계 어디든 혼자만의 색다른 공간을 찾는 게 요즘 여행 트렌드 아니냐”며 웃는다. 인기라는 영귤차(6000원)는 유자차의 설탕 단내를 한껏 덜어내면서도 상큼함과 쌉싸래한 맛이 적당히 조화를 이뤘다.


    애월한담 해변가에 있는 카페들은 서울 성수동이나 홍대 입구, 혹은 한남동의 카페를 옮겨온 듯한 느낌도 들었다. 빈티지 하거나 혹은 극도로 모던했다. 자칫 몰개성일 수도 있지만 차이는 있었다. 바다를 일종의 인테리어로 삼은 듯, 갇혀 있는 카페보다는 바다와 함께 사진을 찍을 때 더욱 아름다울 수 있게 디자인했다.


    홍대 카페를 그대로 옮겨온 듯한 '봄날카페&게스트하우스'


    카페 봄날&게스트하우스가 그랬다. 마치 스페인에 온 듯한 총천연 색상의 외관이 눈에 띄었다. 커피를 구매해야만 카페에 들어갈 수 있는 폐쇄적인 구조는 단점이다.


    애월이 특히 요즘 여성들에게 인기를 끄는 건 숙소도 빼놓을 수 없다. 구좌의 게스트하우스들도 1박 2만~3만원의 가격에 비해 워낙 깨끗하고 기본 샤워 시설 등도 잘 갖춰져 있긴 하지만, 좀 더 자유롭고 편안함을 원하는 이들은 호텔보단 싸고 게스트하우스보단 품격 있는 곳을 찾곤 하기 때문이다.


    (위부터) 200년된 집을 개조한 토리 코티지 / 부티크 호텔 '빌라드애월'


    그래서 최근 떠오른 건 하우스 렌트(독채 펜션)다. 집 한 채를 통째로 빌려주는 것인데, 묵는 기간에 마치 주인처럼 편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펜션에 묵는 비용과 비슷(대체로 1박 15만~20만원)하다. 단, 인기가 많아 주말엔 몇달 전부터 예약해야 되는 경우도 있다. 애월해안로 인근에 위치한 ‘신엄1980’은 원래 별장으로 만들어졌지만 이제 통째로 외지인에게 대여해 주는 곳으로 바뀌었다. 두 개의 방에 싱글, 더블사이즈 침대가 있어 대여섯 명이 묵기에도 좁지 않다. 야외에서 바비큐를 즐길 수 있다. 가격도 상대적으로 매력적이다. 비수기 기준 1박에 13만원부터다.


    두 가족 이상이거나 혹은 커플들끼리 특별한 제주의 밤을 즐기고 싶을 때 ‘토리코티지+카레클린트’의 문을 두드려보는 것도 좋다. 수제작 원목 가구 전문점인 카레 클린트와 손잡고 만들었으며, 200년 된 제주 가옥을 현대적으로 ‘수정’해 지난해 7월 완성한 ‘신상’이다. 1박에 50만원(극성수기 60만원)이란 가격은 부담이지만 270평 부지에 3동의 건물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함께 온 사진기자는 연방 탄성이다. 북유럽풍 침구와 원목 테이블, 소파, 화장대 모두 갖고 싶을 정도다.


    ‘그래도 호텔풍’을 원한다면 부티크 호텔인 ‘빌라드애월’이 입소문 났다. 1박에 16만~18만원(더블룸 기준)이란 가격도 매력적이다. 풀빌라(40만~50만원)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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