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62)이 박수환 뉴스커뮤니케이션즈 대표(58·여)의 범죄 혐의와 관련해 증거 인멸을 시도한 정황을 검찰이 포착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송 전 주필 외에 또 다른 조선일보 고위 간부 A 씨는 박 대표가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을 때 “박 대표 측에 영업에 사용하는 레퍼런스(추천인) 명단에 내 이름을 써도 좋다고 허락했다”는 내용의 사실확인서를 자발적으로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66·구속 기소)으로부터 연임 로비 명목으로 21억3400만 원을 받은 혐의(변호사법 위반) 등으로 박 대표를 이날 구속 기소했다. 박 대표는 자금난에 빠졌던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홍보컨설팅 명목으로 11억 원을 받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도 받고 있다.
검찰은 박 대표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송 전 주필이 박 대표의 범죄 혐의와 관련해 증거 인멸에 나선 정황을 확인했다. 검찰은 “8월 8일 검찰이 박 대표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당일에 송 전 주필이 금호그룹의 사장급 고위 간부를 지낸 B 씨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박 대표와 금호그룹 사이의 계약이 정상적인 홍보컨설팅 계약인 것처럼 진술해 달라고 요구했다”는 취지의 재계 관계자 진술을 확보했다. B 씨는 박 대표와 홍보업무 계약을 체결했던 인물이다.
송 전 주필은 검찰이 B 씨를 조사할 것이란 사실을 예상하고 본인과 유착관계에 있던 박 대표를 돕기 위해 박 대표 혐의와 관련해 증거 인멸에 직접 뛰어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박 대표는 2009년 4월 금호그룹이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자 일면식도 없던 B 씨에게 먼저 접근해 “내가 민유성 산업은행장(당시 직위)과 친하니 금호그룹이 산업은행과 재무구조개선 약정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상황을 막아주겠다”며 홍보컨설팅 명목으로 30억 원을 요구해 실제로 11억 원을 받았다. 하지만 금호그룹은 결국 산업은행과 재무구조개선 약정 MOU를 체결해 박 대표에게는 특경가법상 사기 혐의가 적용됐다.
조선일보 고위 간부 A 씨는 8월 26일 박 대표가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게 되자 심사에 앞서 “뉴스컴은 실제 실력 있는 회사이며 박 대표에게 내 이름과 직책을 레퍼런스에 써도 좋다고 허락했다”는 취지의 사실확인서를 자발적으로 법원에 제출했다. 박 대표는 일감을 따낼 목적으로 재계와 언론계 유력 인사들의 실명 및 연락처가 적시된 ‘추천인’ 목록으로 인맥을 과시해 왔다. 여기에는 송 전 주필과 조선일보 고위 간부 A 씨, 민 전 산업은행장, 남 전 사장, 검찰 고위 간부 K 씨 등의 실명과 휴대전화 연락처가 기재돼 있었다. 법조계에서는 A 씨가 제출한 사실확인서에 대해 “박 대표 쪽으로 수사가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구속영장을 기각해 달라는 뜻을 전달한 것 아니냐”는 뒷말이 무성하다.
한편 검찰은 박 대표에 대한 추가 기소를 염두에 두고 이날 박 대표의 예금 수십억 원과 부동산에 대해 추징보전을 청구했다. 추징보전은 피의자가 범죄 행위로 얻은 재산을 재판 도중에 처분하는 것을 막기 위해 법원의 확정 판결이 날 때까지 묶어 두는 절차다.
김준일 ji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