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노무현 투표자 35%가 박근혜 찍었다

산야초 2015. 7. 29. 11:56

[2012년 대선 유권자 분석 ①]


노무현 투표자 35%가 박근혜 찍었다



내일신문·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한국리서치 신년기획


2013-01-02 오후 3:20:56 게재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를 지지했던 유권자의 35%가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에게 투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회창 후보를 찍었던 보수층 유권자의 95%는 이번에도 박 후보를 지지했다. 특히 2002년 대선에서 노 후보를 찍었던 진보성향 유권자 중 현재 40대 이상 연령층의 절반 정도가 '보수 후보'인 박 후보 지지로 돌아섰다. 이것은 내일신문이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한국리서치와 함께 한 '2012년 대선 유권자 분석 여론조사'에서 밝혀진 것이다. 이 여론조사는 지난 12월 27·28일 실시됐다.

야권은 이번 대선에서 40~50대 상당수가 문재인 후보를 선택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들 세대가 2002년 대선 당시 노 대통령을 만들었던 '386세대'였기 때문이다. 이른바 '세대효과'를 기대한 것이다. 새누리당도 "50대 중반까지는 '민주화세대'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인 박 후보가 공략하기 힘겨운 세대"라고 관측했다.


그러나 정치권의 이같은 관측은 빗나갔다. 이번 조사에서 50대 가운데 10년 전 노 후보를 찍었던 유권자의 47.1%가 박 후보 지지로 돌아섰다. 노 후보에게 투표한 60대의 박 후보 지지율은 56.0%로, 문 후보(39.0%) 지지보다 훨씬 높았다.

민주화 세례를 받은 4050세대의 변심은 사회경제적 여건의 변화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386세대의 경제적 기반이 달라졌다. 10년 전 30대 후반~40대였던 이들이 현재는 40~50대로 바뀌었다. 실질소득감소와 물가상승에 불안해하며 가계를 책임져야 하는 기성세대가 됐다.

40대 이상의 이런 경향주택 소유자의 투표성향 조사에서도 확인됐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유주택자의 54.8%가 박 후보에게, 39.3%가 문 후보에게 투표한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무주택자는 박근혜 39.5%, 문재인 52.5%였다. 박 후보가 공약 1호로 '집 걱정 덜기 정책'을 내놓은 것 등이 주효했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분석이다.

여야의 선거전략도 40대 이상 세대의 투표성향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민주통합당은 정권교체를 내걸고 새로운 정치를 요구하는 젊은층 공략에 주력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민생과 안정을 강조하며 중장년층 표심을 자극했다. 민주당은 '민주화 세례'를 받은 40~50대 초반 세대를 당연히 자기편이라고 판단했고, 이에 근거해 '어게인 2002년'을 외쳤다. 이들 세대의 정치적 성향만 봤을 뿐,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요구와 연령에 따른 보수화에는 주목하지 않았다.

이지호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2일 "야권은 이들 세대가 정서적으로는 정치적 변화를 갈망하면서도 경제적으로는 사회적 안정을 요구하는 '기성세대'가 됐다는 점을 간과했다"면서 "야권이 정권교체를 내세웠지만, 민생과 준비된 여성대통령을 내세운 새누리당 선거전략이 더 안정감 있게 보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2012년 대선 유권자 분석 ②]
 
민주당, 알량한 기득권 연연하다 패배 자초
2013-01-03 오후 3:55:42 게재

문재인 패배원인 … 민주당 잘못해서 34.8%, 박근혜 잘해서 25.7%
단일화에 매몰 … 정권교체 이상의 새로운 가치비전 제시 못해

내일신문·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한국리서치 신년기획

민주당의 대선 패인(敗因)에 대해 상당수 유권자들은 '감동 없는 단일화' 못지않게 민주당 '내부 잘못'을 크게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2월 27·28일 양일간 내일신문이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한국리서치와 함께 실시한 '2012년 대선 유권자 분석 조사'에서 유권자들은 문재인 후보가 대선에서 패한 가장 큰 이유로 '민주당이 잘못해서'(36.8%) 라고 답했다. '문재인 후보가 잘못해서'라고 답한 응답자도 8.9%였다.

'박근혜 후보가 잘해서' 라는 답변은 25.7%에 그쳤고, '새누리당이 잘해서'는 3.9%에 머물렀다. 2012년 대선에 대해 유권자들은 박 후보나 새누리당이 잘했기보다는 민주당이 잘못해서 지지하지 않았다고 평가한 것이다.

유권자들은 또 민주당의 가장 큰 잘못으로 '단일화 과정에서 기득권을 버리지 않았다'(34.8%)는 점을 꼽았다. '문재인 후보를 중심으로 뭉치지 못해서'(24.1%) '독자적인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지 못해서'(17.7%), '당내 경선과정에서 분열된 모습을 보여서'(13.2%) '이해찬 박지원 등이 물러나지 않아서'(6.0%)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유권자는 민주당에 대해 '단일화 과정에서도 기득권을 포기하지 못하고' '이해찬 박지원을 고수'하는 '기득권에 연연하는 세력'(40.8%),'문 후보를 중심으로 뭉치지 못하고' '경선과정에서 분열'된 모습만 보여준 '분열·갈등 집단'(37.3%)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이다.

이와 관련,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경선과정의 분열이나 경선 후 단합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도 당내 기득권세력에게 더 큰 책임이 있다"며 "새정치를 요구하는 유권자들에게 민주당이 보여준 모습은 낡은 기득권 집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 후보에게 투표했던 유권자들이 상대후보가 싫었던 가장 큰 이유로 '상대후보 주변인물'(27.1%)과 '상대후보 정당'(20.7%)을 꼽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후보의 인물 됨됨이가 싫었다'는 평가는 9.4%에 불과했다.

결국 후보보다는 민주당, 그리고 후보를 감싸고 도는 민주당 내 기득권 세력이 박 후보 지지층을 더 응집하게 만든 요인이 된 셈이다.

민주당이 대선과정에서 가장 크게 기대했던 후보 단일화에 대한 평가도 예상보다 훨씬 냉정했다. 단일화에 대한 긍정평가는 36.0%인 반면, 부정평가는 59.9%로 나타났다.

더구나 문 후보에게 투표했던 유권자의 49.3%가 야권후보 단일화 과정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선거용 득표전술로 정치공학적으로 접근하는 단일화는 새로운 정치 실현을 기대하는 유권자들의 바람과 거리가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 평가도 다르지 않다.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여론분석센터 부소장은 "단일화에 매몰된 선거 자체가 민주당이 선거 아이디어가 고갈된 집단임을 보여줬고, 그러다 보니 다시 정권심판론으로 흘러갔다"면서 "단일화든, 민주당 내분이든 통칭하면 결국 민주당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집권에 대한 비전과 신뢰를 보여줄 수 있는 대안정당이 되지 못한 것이 패인이라는 의미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위원도 "지금 민주당 내부에서는 대선패배에 대한 책임공방이 한창인데 유권자들이 볼 때 민주당은 경선부터 단일화과정 그리고 선거캠페인까지 수권세력으로서의 신뢰감을 주지 못했다"며 "그것이 결정적 패인"이라고 평가했다.

대선 평가와 함께 향후 진로를 놓고 '네탓공방'만 벌이고 있는 민주당이 어디에서 해답을 구해야 할지 시사하는 대목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2012년 대선 유권자 분석 ③]
 
진보로 선회 … 정권교체엔 ‘역부족’
2013-01-04 오후 2:37:58 게재

2002→2007→2012 대선 투표흐름은 좌→우→중간
사회경제적 배경 따라 분석 … 5060세대·중졸 학력층은 보수쪽으로 일방통행

내일신문·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한국리서치 신년기획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108만표차 승리로 끝난 2012년 대선은 이명박 대통령이 532만표차로 이긴 2007년에 비해선 진보 쪽으로 '유턴'한 선거였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승리한 2002년 수준으로 되돌아가진 못했다.

2002년에는 왼쪽, 2007년에는 오른쪽을 향했던 표심이 다시 왼쪽으로 움직였지만 '정권교체'에 이를 정도로 충분하진 않았다는 이야기다.



내일신문·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한국리서치가 지난달 27·28일 양일간 실시한 여론조사와 2002년, 2007년 대선후조사를 비교하면 진보후보와 보수후보의 지지격차는 2002년 -17.5%p, 2007년 36.9%p, 2012년 6.6%p로 나타났다. 격차가 마이너스(-)면 진보후보 승리, 플러스(+)면 보수후보 승리를 의미한다. 2002년 진보 우세승 → 2007년 보수 완봉승 → 2012년 보수 우세승 흐름을 보였다는 이야기다.

이지호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전체적으로 2002년 대선은 진보후보 쪽으로, 2007년 대선은 보수후보 쪽으로 급선회한 선거였던 데 반해 2012년 대선은 대체로 균형을 이루었으나 보수후보 쪽으로 약간 기운 선거"라고 분석했다.

사회경제적 배경변수를 통해 역대대선의 표심을 분석하면 흐름이 분명해진다.

2002년과 2007년에는 차이가 없었던 남녀 투표성향은 이번 대선에서 크게 엇갈렸다. 여성의 보수후보 지지가 뚜렷하게 나타난 것이다. 당선가능한 여성후보의 등장과 '여성대통령' 슬로건이 영향을 미친 결과다.

2002년에는 왼쪽으로, 2007년에는 오른쪽으로 크게 이동했던 20대 표심은 두 선거의 중간으로 이동했다. 20대의 전폭적 지지를 기대했던 민주당으로서는 실망스러운 결과였다. 반면 30대와 40대는 2002년보다 훨씬 더 왼쪽으로 움직였다. 50대와 60대 이상에서는 2007년보다 오른쪽으로 치우쳤다. 표심의 화살표도 2040세대의 '유턴'과 5060세대의 '일방통행' 모습으로 차별화된다.

지역적으로는 호남과 서울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보수후보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호남은 다른 지역에 비해 왼쪽에 치우쳐 있다. 하지만 쏠림은 줄었다. 민주당 지지가 많았던 두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에선 2002년과 2007년의 중간으로 이동했다. 영호남에서도 보수·진보 쏠림현상이 다소 완화된 모습이다.

이념을 기준으로 보면 이번 대선은 '균형'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진보성향 유권자와 보수성향 유권자는 각각 자기 진영 후보에게 강하게 쏠렸지만, 중도층에서 박근혜 당선인을 좀 더 지지했다.

지난 3차례 대선에서 하위 소득자들은 보수후보를 강하게 지지했지만 중위 소득자들은 보수후보를 조금 덜 지지하는 경향을 보였다. 상위 소득자들은 일관되게 보수후보를 지지하는 '계층투표' 성향을 보였다.

학력이 낮을수록 보수적인 투표행태가 분명했다. 중졸 학력을 가진 유권자는 2002년부터 2012년까지 오른쪽으로 크게 이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고졸 유권자는 2007년보다 조금 왼쪽으로 이동했지만 정도가 심하지 않았다. 대졸 이상의 고학력 유권자는 2002년과 2007년의 중간지점으로 움직였다. 중장년층과 청년층의 학력격차가 이런 투표성향 차이를 만든 것으로 보인다.

2012년 대선 후 여론조사는 지난 달 27~28일 양일간 전국 성인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임의번호걸기(RDD)를 이용한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됐다. 2002년과 2007년 대선후 여론조사는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 자료를 활용했으며, 2002년 연령별 투표성향은 당시 MBC 출구조사를 참고했다.
허신열 기자 syheo@naeil.com